1997.12 | [특집]
축제의 시대, 그 본령을 찾는다
지역문화축제의 현황과 과제
- 주제발표1 지역문화축제의 현황과 문제점/ 정종수(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 주제발표2 지역문화축제의 발전방향과 전망/전성옥(연합통신 기자)
- 집담회
현대적 삶속에서의 축제/ 임진택(연극연출가
문화저널(2004-02-17 14:03:56)
지역문화축제의 본령은 무엇인가. 그 진정한 가치와 현대적 의미는 무엇인가.
문화저널이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지역문화축제에 관한 심포지움이 지난 11월 8일 코아 호텔에서 열렸다.
전북예총 김남곤 회장의 ‘지방자치제와 지역문화 축제’를 주제로 한 기조 발제에 이어진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지역문화 축제의 본질과 성공에 대한 진지한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축제란 무엇인가의 문제부터 ‘왜’ 그리고 ‘어떻게’해야하는가, 어떤 축제가 성공인가, 진정한 축제의 성공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의문제 등등이 열띠게 토론되었다.
그러나 정작 그같은 자리에서 주인이 되고 감춰둔 이야기들을 털어놓고 고민을 나누어야 할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않았다. 누구보다도 전라북도 각 시군의 문화정책 담당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이번 심포지움의 가장 커다란 아쉬움이었다.
이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자리에 없는 그들에게 축제를 설명하고 이렇게 하자고 말하고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같이 하지 못했던 문화축제의 주체들에게 토론의 내용을 알리자는 제안과 주문이 토론자들과 참석자들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문화저널은 이분들의 열정적인 발표와 토론을 요약하여 이번호를 특집으로 꾸몄다.
지역문화축제를 두고 고민해 마지 않는 많은 독자들과 문화관료들이 이번 특집을 통해서나마 의견을 나누고 이 문제를 점검해 보았으면 한다. 이번 송년특집은 먼저 심포지움의 두분 주제발표자의 글을 요약했으며 집담회에서 토론된 내용들을 정리하였다.
전통의 틀을 벗고 새롭게 거듭나야할 축제
주제발표1「지역문화축제의 현황과 문제점」
정종수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지금우리는 문화축제의 홍수 속에 살고 잇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자치단체들은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온갖가지 지역문화축제들을 경쟁이라도 하듯 쏟아내고 있다.
사실 그동안 지역축제에 관해 할수 있는 논의가 거의 다 이루어 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로부터의 계속적인 논의와 대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우리 지역축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닌가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축제 시원은 삼국시대이전으로 올라간다. 물론 당시 행해졌던 축제들이 지금 열병처럼 번지고 잇는 지역문화 축제와는 그 형식과 본질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문화 축제가 전통문화나 지역성 내지는 향토성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그동안 역사의 굴곡속에서 퇴색되어 있던 지역축제는 1960년대를 전후하여 전국 각 지역에서 활발하게 재현되기 시작했다.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우리 문화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함께, 1990년대에는 지역축제의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더불어 축제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의 자각으로 그 개최 숫자는 더욱 늘어났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축제 수는 얼마나 될까. 1960년대를 전후하여 전국 각지에서 여러 유형의 지역축제가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후, 점점 그 수를 더하여 왔고, 1996년 문화체육부의 조사에 의하면 249개지역 412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분명 우리는 축제 융성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증가가 반드시 축제문화의 질적인 발전을 가져왔다고는 볼수 없다. 향토성과 역사성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의 문제가 끊임없이 의심되고 있고, 행사내용이나 구성도 백화점식, 잡탕식이 되어 타지역과 비슷하게 획일화 되어 가는 등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축제의 수적 증가가 꼭 부정적인것만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지방자치와 더불어 지역축제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자각케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전통문화적 축제와 현대 축제로 이원화되는 일종의 과도기 현상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일본의 경우 10년 전인 1980년대 중반에 벌써 지역축제의 숫자가 2,683건에 달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축제에 있어 개최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축제가 비슷한 시기에 개최된다고 하면 상당한 문제가 따른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원래 전통사회에서의 지역축제는 70-80% 이상이 정월에 집중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상황과는 정반대가 되었다.
97년 문화체육부에서 발간한 『한국의 지역축제』보고서 역시 총 412개 축제중 4~5월에 개최되는 축제가 105개로 전체의 25.5%를 차지하고 있고, 9-10월에 개최되는 축제는 224개로 5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향토축제가 10월에 집중되어 잇는 것에 대해서 신찬균은 정월 대보름이나 단오의 의미가 그만큼 퇴색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향토축제들이 전통적 마을 축제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원인은 10월이 정부가 공포한 ‘문화의 달’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에서 강요는 하지 않았지만 10월에 문화행사를 치르라는 무언의 압력과도 같은 작용을 했다고 여겨진다.
지역축제의 성격과내용은 전통축제와 현대 축제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대개의 경우 과거의 축제가 자연발생적이었다면 현대의 축제는 면밀히 검토된 계산위에 설계되는 인공적 사물이라는 점이 먼저 지적된다. 즉 축제는 일종의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 내지는 농촌축제 일변도로 되어 잇는 지역축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된다. 급변하는 시대 상황이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전통축제에만 매달린다면, 그러잖아도 우리의 축제가 축소판이니 복사판이니 하는 천편인률적인 소리를 듣는 내용 가지고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즉 “어떠한 변화나 변형도 ‘훼손’으로 간주되는 편협된 사고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더 이상 숨쉴수 없는 화석으로 만들 것이다.”라는 말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이제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고 있다. 우리의지역축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통문화 일색의 축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거리 축제와 무대 축제, 장외 축제를 접목한 현대 축제를 과감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지역문화 축제는 무조건 전통문화를 고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벗어버리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실적으로 수백개나 되는 지역축제를 전통문화의 고정 틀에 묶어둘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축제의 방향모색은 필연적이다. 확연히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전통문화축제와 현대축제의 분리 내지는 접목을 시도한다면 우리 축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여기서 말하는 현대축제의 두드러진 특징은 이벤트적 요소와 비즈니스적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
지역축제에 대한 개선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진단과 처방이 있을 수 있다. 즉 우선 단기적인 방안과 중단기적인 방안, 그리고 축제 운영에 따른 하드웨어적인 요소와 소프트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중단기적인 방안에 대하여 살펴보자. 무엇보다도 지역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축제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축제의 명칭과도 직결된다 하겠다. 즉 축제의 명칭에 내용을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데 안동의 국제 탈춤페스티벌이나 광주의 비엔날레, 대구의 세계북춤축제 같은 예가 좋은 예이다.
두 번째는 축제시기의 분산과 기간이다. 실제 여러 군데 축제를 보고싶어도 거의 같은 기간에 몰려 있기 때문에 갈 수 없다는 점이다. 지역 특성을 살린다면 굳이 5월, 9-10월이란 같은기간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또한 지역관광비수기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삿뽀로의 눈축제라든가 캐나다의 퀘백의 유명한 겨울 축제가 좋은 예이다.
또 축제기간을 몇 월 몇째 주로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축제 문화달력’같은 제작도 가능해져 많은 홍보효과도 기대할 수 잇다. 이같은 ‘문화축제달력’의 제작은 정부차원에서 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세 번째는 행사주체의 이원화이다. 우리의 지역축제가 대부분 관주도형이다. 이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행정관청은 재정지원과 행정지원만을 담당하고 실제 행사의내용과 구성은 민간단체에서 맞도록 전환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제 행사의기획, 행사추진, 홍보 등 축제와 관련된 전문인력의 확보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장기적인 대처방은으로는 앞서 말한 전문인력의 확보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학이나 전문대학에 축제나 문화재 관련 전문학과를 세우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진흥원과 같은 기관에서 축제발전으로는 진흥원과 같은 기관에서 축제발전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가칭 ‘축제발전연구소’의 설립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축제의 시행과정에 따른 개선방안이다. 하드웨어적인 것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와 있지만 이를 운영해 나가는 소프트 적인 시스템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동인구가 많고 그 지역의 관문이라 할 역전앞에는 적어도 축제기간 만큼이라도 안내소를 설치해 외래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 지역축제가 지역활성화에 큰 몫을 차지하는 만큼적극적인 홍보대책도 필요하다. 쉽게 말해 주민 흥도 돋우고 외지 관광객을 끌어들여 돈도 버는 축제를 열어야 한다. 지난 9월 5-9일 닷새동안 열린 충남 ‘금산인삼축제’가 하나의좋은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같은 예에서 볼 수 잇듯이 우리의 지역축제도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축제를 성공시킬 수 있는 이벤트 요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향토축제의 요체는 일체감과 신명이다
주제발표2 「지역문화축제의 발전방향과 전망」
전성옥 연합통신 기자
전북지역 향토문화축제의실태
오랜 세기동안 농토를 거점으로 마을을 형성한 채 살아온 우리들에게, 향토는 우리의 생활 터전일뿐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행동방식, 의식과 의례, 예술과 기술 등을 결정짓는 근원지였다. 우리 문화 어느것 하나 향토에 뿌리를 두지 않거나 향토적인 양식이 아닌 것은 없었다. 향토 축제야 말로 바로 그러한 향토적인 삶과 문화를 바탕으로 기원되고 발전되고 확산된 전통문화의 요체이다.
특히 옥토가 많아 일찍부터 농경의 싹이 터온 전북지역은 향토축제에서도 오랜 연륜과 함께 다양성과 깊이를 아울러 갖추었다. 그러나 타지역과 마찬가지로 일제치하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의 맥을 잇지못한채 축제를 빙자해 보고 즐기는 이벤트성 ‘잡탕문화’로 크게 오염되어 있다.
우선 도내 14개 시. 군에서 민속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는 행사를 살펴보면 다음과같다.
도표에서 보는것처럼 도내의 민속문화축제는 풍어를 기원하기위한 부안의 위도 띠뱃놀이만이 연원을 알수 없을 만큼 오랜 기간동안 그 맥을 이어왔을 뿐이다. 나머지 28개 축제는 평균연륜이 15년으로 60년대 이후에야 부활하거나 개최되기 시작했다.
향토축제의 유래를 형태별로 보면 역사적 사건에 기인한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정읍의 갑오동학문화제이며 역사나 고전속의 인물에서 유래된 것으로는 남원의 춘향제, 흥부제, 정읍의 정읍사문화제 등이다. 나머지는 오월 단오, 시월 상달이라는 세시풍속에 맞추어 개최되는데 시민. 군민의 날 행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90년이후에 생성된 축제는 향토 특산물과 연계된 것이특징인데 익산의 보석축제, 고창의수산물 축제와수박축제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 군산과진안의 벚꽃축제, 정읍과완주의 단풍축제 등은 향토민속축제라 불리우기가 부끄러울 만큼 먹고 노니는 관광성 행사에 치우치고 있다.
도내 축제는 짧은 연륜만큼이나 지역축제로서의 독창성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도내 모든 향토축제에 널뛰기, 그네뛰기, 줄다리기, 씨름, 윷놀이 등의 민속행사들이 빠지지 않지만 그 지역 고유의 전통적 민속놀이가 펼쳐지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도내 향토 축제들이 명창만 다를 뿐이지 행사내용은 거의 비슷하며 그 나름의 개성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지역 주민 모두가 그 지역 고유의 전통적 민속놀이에 참여함으로써 주민들이 서로 일체감을 확인하고 신명을 내는 것이야 말로 향토축제의 요체라 볼 때 이에 걸맞는 것은 고창의 모양성제 때 열리는 답성놀이 정도다.
그년들어 민속문화축제 가운데 가장 눈총을 받는 것은 무분별하게 치러지는 각종 아가씨 선발대회다. 도내 축제에서 아가씨 선발대회만 간추려 보면 남원 춘향제의 춘향뽑기, 장수 의암제의 논개선발, 김제 벽골제의 단야아가씨 선발, 익산 마한민속예술제의 선화공주, 임실의 사선녀, 김제 벽골제의 단야 아가씨, 정읍 단풍제의 단풍아가씨, 임실과 순창에서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고추 아가씨 선발대회등 모두 9건에이르고 있다. 이중 단풍아가씨 선발대회는 전국적으로 80여개가 넘고 국립공원 내장산지역에는 정읍과 전남 장성에서 각각 열려 행정구역은 달리하고 있으나 같은 공원에서 같은 종류의 행사가 두 개씩이나 열리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아가씨 선발대회는 행사비용만 해도 수천만원대에 이르러 예산만 낭비하는 이 행사의 정비가 시급하다.
이같은 도내 축제를 대표적인 농촌도시이자 관광도시인 남원시와 인구가 60만에 이르러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전주시로 나누어 살펴보자.
남원의 향토축제
남원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지역축제를 개최 순서에 따라 꼽아보면 지리산 뱀사골 고로쇠 약수제, 춘향제, 바래봉 철쭉제, 봉화산 철쭉제, 흥부제 및 시민의 날, 황산대첩제 등 모두 6개다. 이들 향토축제가 지니는 개별적이거나 공통적인 문제점의 단면을 지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춘향제는 올해 문화체육부로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0대 문화,관광 축제로 선정되면서 예산 7억원이 투입돼 국제규모의 문화행사로 치른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고아한루원을 비롯한 남원시내에서 엿새 동안 34개 종목의 각종 행사가 펼쳐졌지만 관광객을 끌어들일만한 창의성 있는 행사가 돋보이지않아 예년에는 관광객이 30만명이었으나 올해는 오히려 10만명으로 감소했다.
이와 함께 매년 지적되온 주관 방송사의 횡포와 이로 인한 졸속 운영, 행사 진행 미숙 및 준비부족등이 올해도 여전했으며 전국 테니스 대회와 궁도대회, 사진촬영대회 등 춘향제와 무관한 행사가 주종을 이뤄 춘향의 정절어린 사랑과 절개를 기리는 주행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춘향문화선양회는 대부분의 행사 일정을 주관방송사의 방송사정에 맞추는 등 일방적으로 끌려다녀 춘향제를 방송사의 일개 행사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 이 위원회가 기금마련을 위해 설치한 풍물시장에 바가지 요금과 사행성 도박이 판을 쳐 문화행사를 먹칠했다는 악평도 받았다.
춘향제 이외의 행사는 각종 문화제전위원회의 ‘집안 잔치’ 속에 치러지고 지역내 유력인사의 홍보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나 10일 열린 제 5회 흥부제 기념식 때는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등 지역유지 6명이 나와 40여분간 기념사와 인사말을 통해 치적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와 함께 일부 공무원들은 각종 행사에 주민을 동원하고 행사를 진행하느라 업무를 보지 못하는가 하면 자발적 참여가 아닌 동원된 주민 들은 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제전위원회는 축제 경비마련을 위해 관내 업체나 업소를 상대로 강제성기금을 거둬 빈축을 샀다. 작년에 제정 강화된 기부금법에도 불구하고 제전 위원회의 협찬금과 성금, 찬조금 명목의 다양한 모금은 계속되고 있다.
무분별한 꽃 축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바래봉 철쭉제의 경우 지난 5월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철쭉 제례를 비롯, 바래봉 철쭉길 오르기 대회, 전국 사진 촬영대회, 그림 그리기 대회, 행.패러글라이딩, 노래자랑 및 장기자랑 등의 행사가 펼쳐 졌다. 이로 인해 이 일대 철쭉 군락지 1백여 ka가 관광객들에 의해 크게 훼손되고 주변에 형성된 간이 음식점과 관람객이 버린 쓰레기, 오물 등으로 몸살을 앓는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전주의향토축제
금년으로 39회째를 맞는 전주시의 향토문화 축제인 풍남제는 남원의 춘향제와 함께 대표적인 전북지역 축제다. 매년 단오날을 전후해 일주일 정도로 베풀어지는 풍남제의 올해 주제인 “신명난 풍남제 세계로 미래로”가 보여주듯이 주최측은 이 축제를 전국 규모로 치르고 나아가 세계의 유명축제 반열에 오르기를 염원하고 있다. 그러나 창의성없는 축제의 진행으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함께 즐길수 있는 축제가 되지 못했다. 특히 외양 부풀리기에만 힘을 써 하루에 1억원꼴로 모두 8억원의 비용을 쏟아부은 행사치고는 외화내빈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 행사들 가운데 주민과 외지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행사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이중 풍남제 기간의 대표적인 행사를 꼽는다면 조선 숙종때까지 그 연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전주대사습이다. 이 대사습은 그 오랜 전통과 권위면에서, 또한 경연이라는 형식의 긴장감까지아울러 갖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놀이로 까지 승화될 수 있는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지난 75년부활돼 올해로 23회째를 맞는 대사습놀이는 연륜에 버금가는 성장을 이루지 못한채 제자리 걸음이다.
진정한 축제 살아숨쉬는 축제를 만들자
지역문화축제 심포지움 집담회 지상중계
·사회 윤덕향(운영위원·전북대 고고인류학과교수)
·발표 및 토론
정종수(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전성옥(연합통신기자) 임진택(연극연출가)
나승만(목포대교수) 임동확(시인·전남일보기자) 곽병창(연극연출가) 그릭고참가자
·정리 편집부 ·일시 1997년 11월 8일 ·장소 전주코아호텔
윤덕향 오전주제발표에 이어서 이제집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진행될 집담회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꾸며보았습니다. 오늘 집담회는 경우에 따라서는 토론자들이 주제발표자가 제기하는 의문점에 대해서 답변하는 경우도 있을수 있고, 또 토론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나왔을 때 거기에 가장 적절하게 답변할 수 있는 분들이 방청석에 계신다면 모셔서 말씀을 듣기도 하겠습니다. 물론 방청석에서는 이곳 프론트의 토론과정에 얼마든지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가능한한 토론자들과 방청석의 거리를 좁혀서 좀더 활짝 열려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해 보자는 것입니다.
먼저 연극 연출가이시고 판소리의 현대화를 위해 일하시는 임진택 선생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임진택 사실 저는 이런 문제에 관한 전문 연구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앞서 발표해주신 두 분의 말씀에 별로 이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시비를 붙으려고 해도 생각이 비슷해서 헐뜯기가 곤란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선 저의 경험을 중심으로 제 얘기를 할까 합니다.
정읍과 전주 그리고 광주
임진택 제 고향은 김제이지만 지금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전북의 축제와 연관을 맺은 연유는 1994년 정읍에서 열린 고부봉기백주년 기념 역사맞이 굿에 함께 일을 하면서였습니다. 당시 그 행사는 지역축제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성공의 원인은 첫째로는 정읍에서 민간주도로 갑오동학제를 계속해 오면서 쌓여진 정읍의 역사적 체험 그리고 향토적 특성 그런것들을 가장 잘 담아내면서 그 주제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몇 달 후에 전주에서도 동학농민혁명 백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제가 사적으로 판단해 보면 그 행사는 정읍에 비해 외형적으로나 감흥으로나 그에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전주에서의 동학농민혁명이 그 동질성에 있어서나 주체성에 있어서 약간의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관점에서 재작년 광주에서 열린 비엔날레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광주의비엔날레는 그 지역의 역사성, 향토성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직접적인 관계라고는 볼 수 없지만 광주는 비엔날레를 할만한 예향으로서 그리고 서도의 지역으로서의 토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그와같은 서예의 전통을 세계화 한 것이 광주 비엔날라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광주지역에서 비엔날레를 구상한 것은 그 향토성, 역사성과 관련해 볼 때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의 생활패턴을 파고드는 축제
임진택 다음으로 춘천의 인형극제는 제 느낌으로는 밖에서 얘기하는 만큼 그렇게 성대하고 연륜있는 축제는 아닙니다. 춘천은 인형하고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것은 역사성이나 향토성과는 거의 무관하게 새로 만들어낸 지역적 특성의 창출이라고 해야 합니다. 춘천인형극제의 성공요인은 여름 휴가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인근지역의 주민들의 참여도 있지만 특정한 기간에 거기에 오고가는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고 거기 머무른 사람들의 호응에 힘입은 것이지요.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올해 9월 초순부터 하순에 이르기까지 과천에서 열린 세계 마당극 큰잔치라는 행사의 실행을 맡았습니다. 올해 세계마당극 큰잔치는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민족극한마당을 세계화 시켜 만들어낸 축제였습니다. 같은 기간에 세계연극제가 서울하고 경기도 과천에서 동시에 열렸는데, 서울에서 열렸던 연극제에 참가작품은 극장중심의 연극이었고 또 연극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애호하고 구경했던 작품들입니다. 그런데 과천에서 행해진 마당극 큰잔치에 참가한 작품들은 연극애호가 뿐만아니라 과천인근의 주민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나들이와서 같이 즐기고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서울에서의 행사는 예술제로서의성격을 갖고 있었고, 과천에서의행사는 예술제라기 보다는 지역축제의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세계연극제는 서울보다는 과천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과천의성공을 정읍과연관을해서 말씀드리자면 과천은 지역적 특성이 없습니다. 지역은 경기도 이면서 출퇴근은 서울로 많이 하는 현대의 집약적 위성도시이자 행정도시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도시에서는 역사성과 향토성에 의존하고 정통에 의지하는 축제의 성격을 잡아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매우새로운 개념으로 축제의 의미를 잡아냈던 것이지요.
먼저 지역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나승만 목포대학교의 나승만입니다.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이런 지역축제에 대해서 심포지움을 마련해주신 전북문화저널사의 노고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우선 정종수 선생님께 제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대 축제와 전통축제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셨는데, 어떤 지역의 현대축제가 좋다, 전통축제가 좋다 이런 생각은 아니지만 먼저 축제의 주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전주처럼 전통적인 문화기반이 잘 축적된 기반의 지역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또는 과천이나 광명처럼 신도시들은 어던 축제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데 전주에서와같이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과역량이 축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축제가 좋으니까 그쪽을 개발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문제가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어떤 성격의 축제가 좋다 하기보다는 지역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가 따라야 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 의견을 듣고 싶군요.
축제의 주체문제와 민속학자의 본령에 대하여
나승만 그 다음에 선생님께서 관주도의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는데, 현대 축제는 민간주도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관주도가 보편적인 경향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관은 관대로의 해야할 역할이 있고 민은 민대로 해야할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재정적인 지원은 관의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문제를 지역사회의 중심적인 관점에서 봅니다. 지금 호남지역의 전통마을은 문화적인 기반이 훼손당하는 형편입니다. 마을의 구성원들 가운데 문화일꾼의역량을 맡아서 지역문화를 일구어야 할 사람들은 다 도시에 나가서 살면서 국가부흥에 기여하고 있지요. 반면에 향촌사회는 날로 피패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정부차원에서의 축제지원은 정부에 신세를 진다거나 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고 정부의당연한 의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 정종수 선생님께서 지역축제에 대한 민속학자들 역할을 말씀하시면서 오히려 축제의 활성화를 더 가로막는게 아닌가하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저는 의견이 좀 다릅니다. 현재 축제에 관계하고 있는 민속학자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한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나 민속학자가하는 일은 실제로 어떤 지역의 문화에 대해 현상을 분석하고 그 분석된 속에서 문화가 흘러간 원리를 발견하는 일도 하지만, 민속학자의 본령은 그러한 문화의 흐름이 민족이 삶에 비해 윤리적이냐 비윤리적이냐 하는 문제까지, 또 그러한 흐름이 비윤리적이었을 때 여기저기에 대한 실천적인 대안이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도 영등제의 변천과주체
나승만 두 번째 주제로서 진도 영등제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진도영등제는 원래 회동이라고 하는 곳의 마을 굿이었습니다. 축제의형태는 회동이라는 마을 사람들과 인근 주변사람들이 간만의차가 가장 큰 시점인 영등살이 되면 회동 해변에 모여 밤에 굿을 벌이면서 풍물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노는것입니다.
이 놀이가 1970년까지 전승되어 오다가 도시로 사람들이 나가면서 축제의 기반이 약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마을 굿이 열리던 시기에 이곳을 방문한 어느 프랑스 기자가 영등제를 ‘모세의기적’이라고 본국 신문에 기고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이곳 사람들이 홍보를 했고 주변에서 점점관심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언론에서도 조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과정을 거쳐서 처음에는 하루 행사였던 추제가 지금은 3일행사로 치러집니다. 진도 각 지역의 전통적인 민속문화를 그 축제로 다 끌어들이면서 진도군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냐면 진도 군민들이 축제 한달 전부터 일기예보에 관심을 보입니다. 하늘에 구름만 보여도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결국 사람이 문제다
나승만 영등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축제의 주체와 관련되어있습니다. 현재 이 축제를 전담하고 있는 주체는 진도군의문화공보실입니다. 그런데 이 관리들은 2-3년이면 교체가 되거든요. 핵심주체들이 주기적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영등제의지속적인 발전에 방해가 됩니다. 또 영등제에 대한 자문위원단도 인위적이고 일시적입니다. 서울에서 진도까지의 거리가 머니까 철저한 자문이 되기 어렵습니다. 또 그렇게 수렴한다해도 공무원이 바뀌니까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켜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장치는 제생각으로는 인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인력으로서 축제의 교통정리, 연행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다 갖추어져 있지만, 인력의 체제들이 다 갖추어 지지않았다는 겁니다.
현재 축제에 대한 논평에 대해서는 중앙에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우리의 문화행사를 중앙의 틀속에 집어 넣는 역기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천적인 방법으로는 각 지역대학에 지역문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학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문화 연구과, 민속학과 등등의 학과를 창설해서 그 지역의 문화인력을 양성하고, 기존에 있는 문화원소속의 관련자들, 행정의 문화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재교육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윤덕향 말씀 감사합니다. 나승만 선생님은 지역축제를 관이 주도하면서도 능동적으로 자문단을 만들고 기획을 하든데, 공무원들이 늘 교체되면서 문제가 된다는 말씀이십니다. 여기에서 직접현장에서 축제를 기획하고 있는 공무원 한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임실군에서 나오신 문화공보실 담당자께서 와 계십니다.
최기춘 안녕하십니까. 임실군청 문화체육과장입니다. 오늘 참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저 자신 문화행정을 담당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이 지역문화축제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길면 2년, 짧은 1년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지역문화축제에 대한 학문적인 지식이나 철학이 매우 빈약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제가 체험했던 이야기들을 그냥 두서없이 하겠습니다.
저희임실군에는 소충제와 설화로 전해지는 오수 의견을 기념하는 의견제, 사선대의 전설을 주제로 한 사선제가 있습니다. 이런 행사들을 하다보면 사실 문화행사에 대한 재정적인 뒷받침이 무척 인색하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예산을 짜다가 제일 먼저 깍는 예산이 문화쪽입니다.
두 번째는 이런 큰 행사를 치루고 나면은 꼭 반성문을 쓰고 기록을 해둡니다만 사람이 바뀌다보니까 기획의 연속성이 없어 지속적인 발전도 없습니다.
여기에 지역축제라 하면 행정에서 연출도하고 주연배우도 하게 되는데, 다른사람들이 뒷전에서 잘 참여를 안해주시고 하는 애로가 있습니다. 마을에서 조그만 축제를 하다보면 점잖은 지역유지들이나 저명한 인사들은 오시라고 애걸복걸을 해도 나오시지 않거나, 권유에 못이겨 마지못해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문제는 언론과 학자들이 국민적인 운동으로 지역문화행사에는 너나할 것없이 참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오늘 주제발표를 보면 관주도의 문화행사를 벗어나지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행정공무원들이 책임을 많이 져야 한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모아지는데, 사실 전문적인 실력도 부족하고 잘 못한 경향이 있긴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하느라고 고생도 참 많이합니다. 언론에서 행사를 할 때 고생하고 애쓴다는 격려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광주비엔날레와 광주성의문제
윤덕향 채찍만 있고 당근이 없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다음은 임동확선생님입니다. 오늘 토론의 중요한 사례이기도 한데요, 광주비엔날레를 옆에서 보고 계신 광주의 임동확 신인을 모셨습니다.
임동확 저는 전문학자도 아니고, 신문사 일이라는 게 한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실정이므로 많이 부족합니다. 제가 처음 여기 토론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지역축제와 이벤트의 상호연관성’이라는 주제를 받았는데요, 이런 문제와 연관시켜볼 때 광주비엔날레와 연관시켜 외부에서 보기에 광주비엔날레는 지역축제로서 성공적으로 보여지고 실제적으로 그런 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문제는 광주에 대한 소위 ‘광주성’이라는 주제입니다.
저는 광주는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전주도 마찬가지입니다. 광주가 존존재 한다는 것은 행정적인 개념이지요, 그러나 그 외향에 있어서 보여지는 근대성과달리 내향은 반근대적인 요소가 다분히 있습니다. 그 반대로 광주는 포스트 모던한 현상이 착종되어 있는 공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굉장히 정치적이지만 정치적 권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소외된 공간이지요.
이런기막힌 아이러니가 고아주 비엔날레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때 당시 뭔가 화해해야 한다고 하는 ‘화해론’이지배적일 때 그러한 선물로서 비엔날레가 오지않았느냐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쨌든지간에 비엔날레의 유치는 지역주민들에게도 지역적 소회와 차별을 문화적으로 메꾸어 보자는 의도 또는 무의식적인 합의의 결과였습니다.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몇가지혐의
임동확 광주비엔날레는 단적으로 인간의기본권이라는 점에서 문화복지를 지향해서 온 것 같지는 않습니다. 88올림픽 유치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구호와같은 성격이 짙었는데요 그 당시 미술인들 사이에도 ‘비엔날레가 뭐데..’하는 분위기 속에서 상투화된 구호와 함께 느닷없이 치뤄진 것이었습니다.
그런와중에 160만명이 제 1회 비엔날레에 왔습니다. 이벤트의성격으로서는 굉장히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하고는 무관한 대회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광주성의부족이라는 즉 새롭게 부상하는 예향론과 5.18에 대한 철저한 역사적 규명과 예술적 관련성과 합의는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광주비엔날레가 부정적인 면이 많지만 그렇다고 크게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광주를 총체적으로 연구하는게 필요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정체서을 너무 빨리 내세웠다가 예술적으로 소외되면서 일본과 남아프리카의비엔날레가 없어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의 주제는 ‘지구의 여백’이라는 전략적인 주제가 설정되었는데요, 이번에 열린 학술대회에서도 그런 점들이 지적되었습니다.
광주가 최근에 집중하고 있는 예향론은 다른데서 찾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오지호나 허백련만으로 광주가 예향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림보다도 남부의 독자적인 미학을 가지고 있는 호남시가나 문학에 대한 정체성을 현대 문학자들 속에서도 분명히 찾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향론의 근거를 확보하고 그것을 총체적으로 연구하는게 필요하지요. 의향론 역시 영남쪽의그것과는 다른 호남만의 특성이 충분히 연구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 호남에서 일어난 투쟁들이 정치적 차별과소외의 결과만이 아니라 인류사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접근이 가능해 집니다.
축제와 잘못된 근대주의
임동확 또 한가지 문제는 광주가 여전히 안고있는 잘못된 근대주의입니다. 저는 지난 1회 대회때 깜짝놀랐습니다. 개막전 전날까지도 길에 잔디가 안덮여 있었는데 그 다음날 잔디와 도로가 깔리는 막강한 행정력에 놀랬습니다. 개막 당일전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잔디가 깔리고 그런 식으로 내부의 문화적 인프라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새로움을 요구한다는 그 자체가 사치스럽고 그렇습니다. ‘하면 된다’는 잘못된 근대주의가 우리 사회에 있습니다. 밀어부치기식 사고가 엄존하고 있고 광주만의 철학이 서 있지 않고, 행정주체들과 참여자들 마찬가지로 개발주의의 망령에 사로 잡혀 있습니다.
전주역시 마찬가지로 옛날의 전주만의 분위기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국내의 어떤 도시와 닮아가고, 더 크고 더 웅장한 거대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는 변형된 산업주의, 또다른 개발지상주의의 발톱을 숨긴채 ‘문화’의 이름만 빌린 ‘광주개발’을 수행하겠다는 의지가 그속에 있습니다.
‘지구의 여백’을 주제로 내건 제 2회대회는 철저히 모든 기득권의 포기로부터 시작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비엔날레의 틀을 짠 예총과 전문가 그룹들은 좀 심하게 말하면 시청에서 밥도 얻어먹고 이야기를 좀 해주는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철학이나 전문적인 연구를 하신 분들이 적습니다. 그저 그것을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사업이 기획되고 있습니다. 야당출신 시장이 있는 상황에서도 전혀 세력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문화적 정체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미술계만하더라도 국내적으로도 미술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도 없는 광주에서 비엔날레는 온갖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전면화 시키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정체되어 있던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그 문제점들을 바로 잡는 계기로 비엔날레가 가야합니다. 광주는 지금 비엔날레만 있지 지역주민과 직접 연계되는 문화의 생활공간이 없습니다.
결국 광주가 산업화의 논리로 맞서겠다는 발상은 광주성을 소멸시키는데 기여할 뿐입니다. 경제적 근대화에 반비례하는 어떤 정치적 반근대성, 그야말로 경제개발논리의 이면에 남아있는 독재주의, 권위주의, 인권탄압등등의 반근대성에 대한 반성으로 비엔날레가 총화되어야 합니다.
성공산 축제와 ‘전주성(全州性)’ 그리고 풍남제의 대안
윤덕향 지역문화축제라는 것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개념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해주신 것 같습니다. 지역문화축제가 왜 마련되었는지 이것은 축제의 성격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이제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서 곽병창 선생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곽병창 곽병창입니다. 지금은 연극을 하고 있구요. 장래희망은 문화저널에 입사하는 것입니다. 많이 기다리셨기에 빨리 끝내겠습니다. 축제라는 이름에 대한 개념 설정에 대한 이야기만 하라고 하셨는데 다행이 저도 그런 얘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성공한 축제의 경우 무엇을 성공으로 삼느냐가 먼저 이야기 되어야 합니다. 손님이 많이 오면 어떤 역기능이 있느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돈 때문에 토착적인 공동체성이 무너지고 사람들 사이에 인간관계가 파괴되는 측면도 있다라는걸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바람직한 축제라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일단은 지역주민들이 즐겁고 그다음 다른사람들이 와서 보면 좋은 것 아니겠느냐는 말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동의 관심사를 만들어 보아야 합니다. 전주의 경우 풍남제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풍남제만의 아이덴티티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전주성이라는 측면은 전주가 지니는 전통적인 측면입니다. 고고한 선비적 기질, 판소리 등의 문화가 민중적 정서와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런 전통속에서 한지를 주제로한 종이축제는 어떨까요. ‘한지가 전주의 특산물이다’ 여기에 머물지 말고 이 지역 선비문화의 전통을 잡아보자는 것입니다.
판소리나 풍물과 같은 이지역의 전통들을 끄집어 내서 ‘소리’라는 주제로 다 묶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모든 소리들을 전주의 상징으로 붙들어 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전주가 뭐하는데냐 이런걸 따지지 않으면 풍남제의 대안은 나올 수 없습니다.
‘노는것’에 대한 생각의 혁신
곽병창 두 번째는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방식에 관한 얘기입니다. 동학농민 혁명 백주년 기업사업 당시 전주입성 기념일 행사의 참담함을 생각해 봅니다. 그날의 실패는 그 행사가 전통적으로 치러졌던 이 지역의 행사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의자발성을 끌어 들이지 못했습니다. 주민들의 자발성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끌어들여져야 합니다.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면서 먹기 대회도 하고, 무기도 만들어 굴려보고, 직접 뛰어보기도 하면서 대중들과 실제로 부딪치게 하는, 그런 실질적인 방법들을 찾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선 노는것에 대해서 기본적인 생각의 혁신이 있어야 하고 그런것들로 축제를 채워야 하지 않을까요.
관(官)의 지원을 어디로 가야하나
곽병창 그러나 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놀자고 하더라도 전주시내에 어디 놀 수가 있겠습니까. 장기적으로 제도적으로 물질적인 지원이 이런데 집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임선생님 말씀하셨던 마당극 축제를 전주에서 했다면 과천만큼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절대로 불가능 합니다. 왜냐면 장소가없습니다.
제가 이번에 연출했던 <서울로 가는 전봉준>은 과천에서 했을 때 가장 성공적이었습니다. 전주역 광장이 있다곤 하시지만 광장은 크더라도 근접성이라는 측면에서 떨어지죠. 결국 전북대 노천극장으로 갔는데 무대 만드는데 이박삼일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한시간 공연했습니다. 무대를 뜯는데 다시 하루 꼬박걸렸습니다. 이런 비효율적인 일을 해야 합니다. 저는 그 작품이 잘 만들어졌다 잘못 만들어졌다를 말씀드리기 전에, 만들어진 작품을 가지고 같이 보고 즐기고 놀고 이야기를 하면서 ‘너는 그 작품을 잘못만들었다’고 얘기할만한 공간도 없다는 것입니다. 지원은 그런데로 가야지요.
여기 안계십니다만 관에서 들으면 좀 아플 말씀을 드리자면 대종상 영화제가 무주리조트에서 열렸기 때문에 지역문화축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까임실군청에서 오신분도 예산문제가 제일 크다고 말씀하셨는데 문화예산에 대한 지원이 무지무지하게 작습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을 쓰는 방법을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잘못 쓰고 있다는 혐의가 짙습니다.
대종상 영화제, 무주에서 열렸다고 해서 지역축제가 아니라는 것은 초등학교 학생붙잡고 물어봐도 그렇게 대답할 겁니다. 그런데 그 대종상 영화제 시상금으로 도에서 2억을지불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그런겁니까. 2억이면 제가 맡고 있는 창작소극장을 10개쯤 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창작소극장 상근 인력이 10년동안 일할 수 있는건 인건비입니다.
아까 임동확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형화, 물량화 이것이 결국은 돈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치적과 관계돼있는거죠. 나는 몇석짜리, 몇 만평짜리 지었다고 하는....결국 가치관의문제인데요. 이건 기본적인 가치관을 뒤짚어놓지 않으면 축제가 살아날 수 없지요.
브로드웨이를 보고싶다. 그러나..
곽병창 한때 전라북도가 연극을 잘하는 도시라고 소문이 났었습니다. 그것을 뒤집어서 보면 그 외 다른 대도시들이 연극을 못했다는 것입니다. 내막을 따져보면 몇천석짜리 대규모 극장이 생겨나면서 전통적으로 그 지역을 지켜왔던 소규모 문화단체들이 깡그리 빠른 시일내에 무너집니다. 볼쇼이, 조수미...이런공연들 봐야죠. 그눈에 창작극회가 들어오겠습니까?
여기 계신분들 저와생각이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저도 브로드웨이 공연 보고싶습니다. 봐야 되지만 그것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언젠가는 여기가 브로드웨이가 되게 만들 궁리를 해야 그것이 진짜 축제를 생각하고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물량지원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이런 인력과 시설을 채우는 문제등 진정한 축제를 치르는 분위기와 도시를 만들어내는데 집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결론처럼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른들이 생각할 때 풍남제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문제가 뭐냐고 생각하면 어른들이 노는 문화를 바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럿이 나와서 대낮에 함께 뛰어놀고 소리 따라하고 종이 만들어보고 하는 일보다 더 재미난 일들이 밤마다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 계속되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는 축제는 영원히 안올 지도 모릅니다. 그 점에 대한 생각의 혁신, 전체의 기풍을 바꾸는 문제들이 축제에 관한 지역적인 논의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문화를 지키는 지킴이들이 있어야 한다
윤덕향 고맙습니다. 곽선생님 말씀과 관계되는 일이지만 쌈지공원이라든가 하는 논의들도전부터 있어왔습니다. 또 종이축제 말씀하셨는데 전번에 이어령 전장관은 전주에 왔을 때 전주의 정체성을 합죽선에서 찾나는 말씀도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문제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문화정책이 문제가 되겠는데요. 그런점에서 일본의 마쯔리와 지역문화축제와 비교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석대 김경주 선생님께 좀 말씀을 들었으면 합니다.
김경주 민속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김경주입니다. 갑자기 마이크를 주셔서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무용을 하고 있지만 문화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인력은 없습니다. 마쯔리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기 앞서서 지역문화축제의 현황에 대한 오늘의 토론에서 들으면서 정리되진 않았지만 제 나름대로의 사견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의견을 제시해도 공허한 울림이 되지 않을까, 문화예술인들이 어떤 구속력을 가지고 행정에 반영시켜주실까 하는 체념하는 마음이 앞서서 이런말씀을 드리기도 안타깝습니다. 가장 먼저 임실군에서 말씀해 주신 이야기가 참 가슴아픕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만 고치면 지역축제가 훨씬 활성화 될 것인가. 항상 이렇게 제시만하고 끝입니까. 내려진 결론에 대해서 구성력을 가지고 실천이 되어가는지, 지킴이 제도를 두어서 상황을 살펴보고 지켜보고 제시를 해서 반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전주’만 빌려준 전주대사습
김경주 제가 처음 전주에 부임해올 때 예향의 도시에서 근무한다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올해가 8년째 되는데요, 임동확씨의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아주 냉철한 분석 잘 들었습니다. 생활문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공허하다는 말씀이셨는데요. 그러나 광주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만 외부에서 보는 성과는 큽니다. 무용쪽에서 보면 저는 전주대사습놀이에 대해서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 외부에서는 전주대사습에 대해서 굉장한 국악무대의등용문이라고 느끼지만 이 지역민으로써 느끼는 점은 참 허무합니다. 지역민하고 동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훌륭한 기량을 갖추고있는 사람들은 전부 서울로 빠져나가고 거기서 잘 배운 사람들이 와서 지역만 빌려줄 따름입니다. 사실상 대사습놀이가 전주만의 축제이고 자랑거리는 아닙니다. 여기에 있어서 이게 진정한 우리 전주만의 축제고 국제적으로 자랑할말한 지역축제가 될 수있는가 항상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이제는 저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일본의마쯔리에 대해서 질문하셨는데, 저희 무용단이 일본에 갔을 때 왜 일본인들이 축제를 통해서 살아남는가를 잘 배웠습니다. 그 사람들은 저희 초청해서 전부 민박시키고 소박하게 대접합니다. 처음에는 서운하기도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 그게 진짜 축제더라구요. 팜플렛하나 만드는 것도 생각이 달랐습니다. 저희들은 굉장히 화려하게 여러장으로 잘 만드는데 그 사람들은 그냥 종이 한 장 앞뒤에 인쇄를 해서 나누어 줍니다. 그래도 그 행사에 사람들 너무 많이 오고 같이 즐기고 그렇습니다.
윤덕향 네, 여러 가지 말씀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오늘의 논의를 정리해야 할 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전에 주제발표를 해 주셨던 전성옥 선생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축제를 망치는 것들
전성옥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저는 제가 언론에 종사하고 있고 그래서 스스로 자성한다는 의미에서 지역축제에서 TV가 가지는 역할과 역기능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여기에 참석하신 분들은 축제에 대해서 능동적인 참여자들입니다. 여기계신분들이 지역언론의 감시자가 되고 비판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지역축제에 관한 말씀들 중에서 관주도냐 민주도냐 하는 말씀들이 있었는데 제 생각에는 TV주도가 아니냐는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TV가 그 역할을 넘어서 축제를 망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축제가 풍남제이고 그중에는 전주 대사습이 핵심적인 행사입니다. 대사습 가운데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것이 판소리 명창대회인데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집니다. 잘아시다시피 판소리에서 일고수 이명창 삼관객이라고 합니다. 관객과 소리꾼과 고수가 어우러지는 마당이 소리판이지요. 그런데 그 어우러짐을 방해하는 것이 TV입니다. TV카메라의 입장에서 보면 관객들이 거추장스럽다는 것이지요. 관객들이 가능한 무대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요. 이러니 어떻게 소리판이 진정한 어우러짐의 마당이 되겠습니까. 전주 대사습의 역사를 보면 쇠퇴기를 겪다가 70년대부터 살아나는데, 그 부흥이 주관방송사인 전주문화방송의 공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제 전주 대사습이 더 이상 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또 전주문화방송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TV의 방송일정에 맞추어서 행사가 조직되고 TV를위해서 이 행사가 열리는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역문화의 주체들은 언론에 대해서 약자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의단기적인 홍보를 의식하면서 행사를 이끌어가서는 안됩니다. 이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언론을 대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축제를 내실있고 알차게 이끌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TV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축구경기에서 TV가 좋은 그림을 잡겠다고 운동장에 들어올 수 있습니까. 안되지요, 만약에 더 좋은 그림을 원한다면 방송사의입장에서 투자를 해야 합니다. 지역문화의주체들이 바로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윤덕향 이제 TV이야기 까지나왔습니다. 주민들을 끌어들이는 방안으로 TV를 말씀해 주셨고, TV나 언론의 역할에 대한 말씀이셨고, 나승만 선생님 말씀을 계속해서 들어보겠습니다.
문화게릴라가 필요하다
나승만 이런 논의들이 사실 공염불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해 바야 행정적으로 뭐 얼마나 반영이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종의문화게릴라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도 굉장히 좋은 얘기들이 많습니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이야기들이 신문 기사화 되거나 어떤 언론매체를 통해서라도 그 분들에게 전달되도록 해야합니다.
이제 반체제 운동으로서의 대항운동이 아니라 문화운동으로서의 대항운동을 벌여야 하는 시점이 온 것입니다. 언론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집중적으로 지원을 해야 지역문화가 숨통이 터지지 않을까 합니다.
다음 교육현장에 대한 말씀이 있었습니다. 저도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향토사에 관련된 교육이 이루어져 있습니까? 이런 내용들이 정식 초·중·고등학교 커리큘럼에 실려야 합니다. 학생들이 과제를 통해서 문화훈련을 해야합니다. 청소년들이 지역문화를 등지는 이유는 문화훈련이 안되고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바로 잡기 위해서 문화활동가들이 교육청앞에 가서 피켓들고 시위도 해야 하고, 시청앞에 가서 잘해보자고 집회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덕향 오늘 토론회가 조금은 산만하고 하나로 결집되지는 못했지만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민참여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하는 의견들이 나오면서 역할과 동기가 중요하다는 말씀도있었고, 관주도냐 민주도냐의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가장 바람직한 것은 양자가 더불어 같이 가는 것이라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기 있는 지역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문화운동을 하고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힘이 없습니다. 너무 힘이 약해서 좀더 힘을 발휘하라는 말씀들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오늘 집담회를 여기서 마치고 못다한 이야기들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