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2 | [문화저널]
정식으로 ‘정식’합시다
글·김두경 서예가
(2004-02-17 13:22:38)
국어사전에서 정식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첫째, 음식점에서 일정한 식단대로 차려진 음식, 둘째, 때를 정해놓고 먹는 음식, 셋째, 곡식과 채식으로 이루어진 식사, 넷째, 귀한 사람이 밥을 먹는 것을 일컫는 말 이라고 쓰여있는데 그중 셋째와 넷째의 한글 발음은 ‘정식’으로 똑같지만 의미가 다른 한자를 쓴다. 하지만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정식의 의미가 사전에서 나온 네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도 남기에 써보았다.
정식이라는 말은 누가 언제부터 어떤 의미로 썼는지 모른다. 그러나 편식이나 간식, 그리고 기호식에 대하는 의미로 쓰였고 건강생활의 기본이 되는 식사를 정식이라 했음에 이의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식은 식사법의 질서를 잡아 삶을 기르는 양생법이며 보다 넓게는 삶의 품위를 지켜주는 바른 생활법이다. 그렇기에 동, 서양을 막론하고 정식이 있다. 그러나 동양의 정식과 서양의 그것은 많이 다르다. 서양 정식의 기본은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을 부석하여 그 성분들을 섭취하거나 인체대사시 소모되는 열량을 보충해주는 영양학을 기본으로 한다. 그것은 다분히 물질위주의 육체 우선적인 정식이다. 때문에 서양의 삶은 육신의 안락을 위한 물질 문명의 발달을 가져오고 요리 또한 인위적 조작이 많고 맛을 우선시한다. 그러나 우리로 대표되는 동양에서의 그것은 매우 다르다. 음야, 청탁, 한열 등으로 구분되는 음식물 고유의 특성을 살려 우리 몸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근거로 한다. 이는 대단히 정신적이고 현학적이다. 때문에 우리의 삶은 육신의 안락보다는 정신의 해탈을 추구하는 정신문명의 발달을 가져왔고 다소 현학적인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 우리의 음식또한 인위적 조작을 가능한 피하고 필요하다면 각각의 음식물의 특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우리의 몸과 조화를 이루게 하였다. 이러한 우리 식생활의 원리나 질서가 서양의 성분 분석적 영량중심의 영양학에 근거하면서 우리의 삶은 정신적 삶에서 육체적 삶의 논리로볼 때 정신적 논리에 근거한 우리의 음식문화는 창피한 수준이 될 수도있다. 우리도 한때는 그런 자괴적 마음을 가졌기에 우리의 음식문화는 거의 파괴되어 버렸고, 가정에서 정식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고급 음식점의 장사속에 근거한 화려한 접대가 마치 정식인 것으로 착각한다. 그렇다면 정식은 무엇을 말하는가?
정식은 식단에 따라 잘 차려져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산해진미가 잘 차려진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식 삼찬이든 일식 오찬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떤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배고픔을 채우거나 맛을 즐기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식은 때를 정해 놓고 먹는 음식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밤낮없이 분주한 까닭인지, 조명의 발달로 밤낮이 없는 까닭인지. 의식주 생활에 때가 없이 산다. 밤늦게 아니 새벽까지 일하고 오전 내내 잠자기도 하고 한겨울에도 깨끼옷을 입는가 하면 아무 때나 아무것이나 먹고 정해진 시간에 먹는 정식은 거르는 것을 예사로 안다. 주리면 먹고 졸리면 자는 것이 도인들의 삶이라 하니 그것을 따르자는 것인가. 시도때도 없이 먹는 것은 기계작용을 하는 육체에 큰 부담을 줄 뿐만아니라 균형잡힌 식사가 되지 못한다. 균형 잡히지 않은 편식으로 배를 채워 놓으면 정시에 먹는 정식으로 제대로 먹지 못한다. 정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면 또다시 간식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고 우리몸은 서서히 무너지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 간식은 부모님들이 특별히 신경써서 정식을 거르거나 소홀히 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식은 곡식과 채식이 주가 되어야 한다. 인간은 원래 곡채식 동물이다. 현재 지구 인구는 약 50억이라는데 그 대부분이 곡식을 주로 먹고 있다. 식량대란이라 하는데 그것은 고기나 생선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곡식이 모자라는 것이라는 사실로도 곡채식위주의 동물이라는 것을 알수 있고 우리 인간의소화기관이나 이빨의모양새로도 알수 있다.
정식은 제 땅에서 제 철에 난 것을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모든 동물은 환경의산물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해서 예외될 수 없다. 제 땅에서 제철에 난 것이 아니면 그것은 기호식이며, 기호식을 많이 하면 환경에 적응된 인간의몸에 혼란이 오고 그 혼란은 곧 질병으로 나타난다.
정식은 전통음식을 중시해야 한다. 전통음식이란 그 고장에서 사는 사람에게 가장 알맞은 음식이라할 수 있다. 오랜 세월을 두고 먹으면서 인체 실험이 이루어져 결론 지어진 까닭이다. 정식은 식도락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먹는음식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을 지켜나가기 위하여 반드시 섭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필요식과 생명에 건강에는 좋지 않으면서 맛이 있는 것이 있다. 정식에서 가장 꺼리는 것으로설탕과 조미료를 든다. 설탕과 인공 합성 조미료들이그 자체로는 독성이없고 인체에 안전하다 할지라도 그 맛을 쫓는 식사가 균형잡힌 정식이 될 수 없기에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사람의 심성을 자극적이고 즉흥적으로 변화시켜 간다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정식은 바른 식사예절로 품위있는 사람을 만든다. 반찬그릇하나도 플라스틱 통이나 접시가 아닌 반상기를쓴다거나, 숟가락, 젓가락 하나도 바르게 놓고 바르게 잡고 먹는 것이 플라스틱 수저나포크같은, 일회용품으로나온 것들로 먹는 것에 비하여 성격형성과 품위생활에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는 말씀 드리지 않아도 짐작할 것이다.
바른 식사는 곧 우리의삶을 바르게 하는 것이며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것이니 우리 모두 정식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