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1 | [문화저널]
특별기고 / 전주 영상산업단지 조성에 대하여
장밋빛 꿈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글ㆍ강웅철 전북도민일보 사회부 기자
강웅철 / 61년 전주출생. 전라고를 졸업하고 한국외(2004-02-17 12:18:46)
거장 스필버그감독이 제작한 미국영화 「쥬라기 공원」을 관람한 사람들은 기발한 착상과 제작기술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그 영화가 거둬들인 수익금이 자그만치 8억불(7천 2백억원)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또한번 혀를 내둘러야 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자동차 1백 50만대를 수출해 벌어들인 수익금보다 오히려 많은 어마어마한 액수였기 때문이다.
상영시간이 불과 두시간여에 불과한 영화 한편의 가치와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해주는 대목이다. 그동안 문화욕구 충족수단 정도로 여겨져왔던 영상산업이 다가오는 21세기를 이끌어갈 총아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같은 경제적 측면에 있다. 영상산업은 영화ㆍTVㆍCATVㆍ비디오 게임ㆍ멀티비디오 등 각종 매체들의 융합을 통해 영상소프트를 제작한 후, 이를 유기적으로 유통시켜 최대한의 이윤을 꾀하는 최첨단 산업이다. 영화제작도 이 영상산업의 포괄적 개념에서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영상산업은 정보산업과 맥을 같이하고 있어 정보화 사회의 발전속도에 비례해 무궁무진한 시장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문화ㆍ예술이라는 첨단산업과 접목됨으로써 무한한 고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잠재력도 내재돼 있다. 영화산업에 국한해 볼때, 세계 40여개국에서 연간 3천여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있고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15억여명이 연 1회이상 영화를 관람하고 있어 영화상영 시장만도 연 1백억불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영상산업육성에 일찌감치 눈독을 들여 과감한 투자를 해 왔다. 그 결과 미국의 경우 영화ㆍ비디오ㆍ공중파 TV방송ㆍ케이블TV 등 영상소프트 시장규모가 지난 90년 한화로 60조원에 이르렀으며 오는 2천년에는 무려 9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역시 90년 24조원에 이르렀던 시장규모가 2천년에는 5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영상산업 시장은 지난 90년 1조 3천억여원에 그쳐 이들 선진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매년 14%의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어 2천년에 가서는 6조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추산돼 그다지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만시지탄의 아쉬움이 있지만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 출범후 국내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은 영상산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앞다투어 영상산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앞다투어 영상산업 육성에 전력하고 있다. 선두주자로 나선 인천광역시의 경우 대규모 미디어밸리 조성지역으로 선정돼 국가적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송도지역 역시 1백 6만평 부지에 영상ㆍ컴퓨터ㆍ통신ㆍ위락시설 등이 복합된 멀티미디어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경기도 부천시는 환타스틱 영화제를 각각 제정해 영화의 메카임을 선언하고 나섰고 강원도 춘천시도 만화축제를 마련,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산업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또 광주광역시ㆍ대전광역시ㆍ제주도ㆍ청주시ㆍ천안시 등도 영상산업 육성을 위해 멀티미디어 단지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전주시가 영상산업도시로의 변화를 표방하고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사실 전주시 관내 영상산업단지 조성문제는 어제 오늘 거론된 것이 아니다. 지난 94년 과학기술처는 「전주 첨단 영상산업 유치를 위한 산ㆍ학ㆍ연ㆍ협력방안」이라는 연구결과에서 전주가 풍부한 문화ㆍ예술자원을 지니고 있어 영상산업육성의 최적지라는 의견을 내 놓았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95년 수립한 「문화예술 관광도시 종합개발 기본계획」을 통해 도심공원인 황방산 기슭의 만성동일대 1백여만평 부지에 매머드 영상종합랜드를 조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뒤이어 96년에는 2억여원의 사업비를 들여 (주)현대건설에 의뢰, 별도의 영상종합랜드 조성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영상종합랜드 청사진을 보면 오는 2천 6년까지 민자 유치를 통해 1조 2천억여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75만평 부지에는 관광ㆍ위락단지를, 20여만평에는 영상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또 영상산업단지에는 영화 스튜디오를 비롯 소프트웨어파크, 정보통신 도서관, 미디어 아카데미, 인터넷 전시장 등 각종 영상관련 시설을 조성하고 관광ㆍ위락단지에는 테마공원, 영상체험관, 종합놀이 동산, 민속촌, 숙박시설 등을 입주시킨다는 거창한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러나 뾰족한 재원 조달 방안도 없이 막연히 민자유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다 시 당국의 사업추진 의지마저 결여돼 이 청사진은 상당기간 책상 속에서 낮잠을 자야 했다. 그럴싸하게 밑그림만 그려 놓은 채 막상 색깔을 칠하기는 겁이 나 장기간 방치를 해 놓은 것이다. 이렇듯 전주 영상종합랜드 조성사업 추진이 표류하는 사이 이미 인천ㆍ춘천 등 전국 타 경쟁도시들은 영상산업에 눈이 떠 각종 이벤트사업과 멀티미디어 단지 조성사업 등을 은밀히 추진해왔다. 시는 뒤늦게 사업비 확보난 등으로 영상종합랜드 조성사업의 일시 시행이 어렵다며 20만평 규모의 영상산업단지 조성만을 우선 추진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지난 8월이후 두 차례에 걸쳐 첨단 영상산업 육성을 위한 간담회를 가진 후 9월에는 공무원ㆍ시의원ㆍ교수ㆍ영상산업전문가 등 모두 22명으로 구성된 추진협의회를 출범시켰다. 11월 3일부터 나흘동안 영상산업에 대한 시민들의 마인드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전북대와 공동으로 영상문화가 총망라된 「전주영상축전」을 개최할 계획으로 있다.
그렇지만 전주 영상산업단지 유치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당초 계획대로 만성동 일대에 영상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도시기본계획변경을 통해 현재의 자연녹지를 공업지역으로 바꾸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같은 변경 절차를 밟는 데만도 최소한 2~3년의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과연 이 기간중 사업 추진이 연속성을 띌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시당국은 이 절차상의 난점을 고려해 팔복동 제2공단내 유휴 부지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으나 이 역시 입지적 여건상의 문제점 등으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한 실정이다. 다음은 전주 영상산업단지의 경쟁력 부분이다.
전국 10개 이상의 도시가 전주와 유사한 영상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제고는 영상산업단지 조성의 선결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광역시 등과 같이 복합적인 멀티미디어 단지를 조성하기보다는 영상산업의 일부 분야를 선정해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특성화 방안을 모색, 타 지역과의 차별화를 도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영상산업단지조성에 따른 우수전문인력확보도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해 있는 영상산업관련 전문인력을 어느 정도 전주로 유인해 낼 수 있을지의 문제는 영상산업단지조성의 성패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우수인력을 원활히 수급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전주에 내려와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제반 여건을 조성하는 작업이 단지 조성보다 선행되야 할 것이다.
이제 낙후된 전주의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이 영상산업육성이라는 데에 대한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돼 가고 있고 이미 첫 단추는 꿰어졌다. 하지만 이같은 난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시당국의 강력한 사업 추진 의지가 없을 경우 전주 영상산업단지 조성은 한갓 장밋빛 계획에 그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