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1 | [문화저널]
【옹기장이 이현배의 이야기】
내 마음의 연인을 하나 잃었다.-家出과 出家 ①-
문화저널(2004-02-17 11:31:35)
家出- 부부간의 문제란 게 대부분 그렇듯이 그날 무슨일 때문이었는지 뚜렷하게 기억나는 게 없다. 같이 읍내나가는 도중 차에서 내려달라는 아내의 말에 차를 세우고는 내가 먼저 내려버렸다. 그리고 무작정 산쪽으로 자꾸 자꾸 올라갔는데 숫마이산쪽이었다.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얼마큼 가다보니 가시덤불 때문에 더 이상 오를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옆길로 들어섰는데 큰길로 내려온 꼴이 되었다. 그대로 큰길따라 읍내로 가는데 하필 아내가 타고오는 차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해리슨포드처럼 뜀박질을 하여 들을 건너고 산을 넘어 아내의 가시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후배네 가게에 들러 돈을 얻어 시외버스를 타고 전주로 갔다.
어디로 갈까하다 그런 상황이면 혼자사는게 부러운 모악산방 박모시인한테 갔다. 저녁시간에 조수미 공연보러간다 하길래 내 노래는 모르고 잡지에서 젖가슴 큰 것은 본 적이 있어 ‘그 여자 젖가슴 굉장히 크더라’했더니 자기는 순전히 노래들으러 간다 한다. 혼자서 호젓하게 빗소리를 벗삼아 밤기운을 즐기는데 뜻밖에 손님들이 왔다. 주인장 어디갔냐고 묻길래 젖가슴 큰 여자 노래 들으러갔다 했다. 그 중에 서울 손님이 있었는데 안들어도 좋을 소리를 들었다. 성악하는 사람들이 무대에 설려면 그런거라면서 아마 젖가슴을 인위적으로 키웠을꺼라 했다. 서울이란 곳이 큰 곳이라 서울에서는 이미 그런 소리가 있었나보다. 그리하여 나는 내 마음의 연인을 하나 잃었다.
그 손님들이 가고 또 어떤 손님들이 왔다가고 또 왔는데 반가운 손님이었다. 나와 처지가 비슷한 손님이었다.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좀 달랐다. 나는 막 집을 나온 사람이고 그이는 집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돼지띠인데 호랭이띠를 데리고 살란게 일년에 한 두 번씩 겪는 일이라 했다. 우리는 불행한 30代論을 얘기하며 울분을 토했다. 이제 생각하니 우리 두 사람을 보면서 박모시인은 흐뭇했겠다. 그이가 영어로 뭐라뭐라 했다. 미국의 유명한 천재가수의 노래라 했는데 다시 물어 들어도 못알아먹는 소리인지라 우리말로 해달라해서 얻어들은 소리다. ‘나는 그녀에게 가슴을 주었는데 그녀는 영혼마저 달라한다…’
할렐루야! / 나는 / 은혜를 사정없이 받아버렸다.
그리고 나의 영혼을 끝까지 사수하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