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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1 | [문화저널]
곤충이야기 / 잠자리가 많은 진짜 이유
글ㆍ김태홍 전북대 교수·농생물학과 (2004-02-17 10:22:52)
올해 여름은 유별나게 잠자리가 흔했다고 말한다. 언론매체에서는 혹시 정신을 차린 산업체나 사람들이 늘어 잠자라의 어린 것이 사는 물이 맑아지지는 않았나 기대를 거는 눈치도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지칭하는 잠자리는 동남아에 서식하면서 초여름부터 우리나라로 무리지어 날아드는 된장잠자리〔Pantala flavescens (Fabricius)〕를 보고 하는 말로 우리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이 이론이 맞는다고 억지를 부리더라도 좋아졌다면 우리나라가 아닌 남쪽나라의 이야기일 것이다. 고향이 열대인 된장잠자리는 더운 곳에서 서식하다가 성충이 한여름철 한국으로 날아드는 것이며 가을까지 버티면서 산란을 하지만 철새와는 달리 되돌아가지 못하고 죽고 찬 날씨 덕(?)에 약충도 겨울을 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소나기 뒤 끝에 날파리 한 마리라도 잡아 먹으려고 수없이 하늘을 메웠던 친구들은 순 외국산인 셈이다. 그러면 올 잠자리가 유난히 많았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항목에 따라 어느 것이 원인지 어느 것이 결과인지 가늠하기 조차 어려운 전세계적으로 번져가는 엘니뇨, 과다한 탄산가스 배출,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식생, 지구 온난화와 관계가 있을 것이며 둘은, 이들을 먹이로 살아가는 새가 턱없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잠자리의 주요 천적인 제비 하나만 보더라도 10년 전에 비해 1/10로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사람사는 곳이면 세계 어디던 수질이 악화되고 있는 추세이므로 이렇듯 많은 잠자리를 보는 것도 당분간이 아닐까 우려한다. 언제나 인간이 정신을 차려 자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살 수 있을까. 막막하기만 하다. 하기는 겨울철새의 낙원인 을숙도의 갈대숲도 천연기념물의 명색이 무색하게 유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형편이다. 구실인 즉 도시민의 휴식공간 확보라던가? 그럼 오늘의 이야기로 요즈음 흔히 만나는 배의 하늘쪽이 빨갛기에 일반인들이 통상 고추잠자리라고 칭하는 종류를 보자. 된장잠자리는 배길이가 3.5cm이고 체색이 된장색이다. 그런데 늦여름, 가을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수놈의 배마디가 붉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짙어지기만 하고 그대로 인 암놈과 손쉽게 성별이 구분된다. 그렇다고 이들이 고추잠자리는 아니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에 분포하는 정말 고추잠자리〔Crocothemis servilia (Drury)〕는 배길이가 3cm이며 5-10월에 활동하는데 머리, 몸체, 심지어는 날개의 기부, 다리까지도 새빨갛다. 삶의 터인 물가를 멀리 떠나지 않으며 얼마나 잽싸고 눈치가 빠른지 가까이 접근하기도 어려운 친구다. 단 암놈은 붉은 색이 덜한 편으로 전국의 수질이 나빠지면서 근래에는 접하기가 쉽지 않게 되어 버렸다. 제일 흔하고 웬만한 사람들이 고추 잠자리라고 부르는 종은 한국은 물론 일본, 만주, 몽고까지 분포하고 저지대 늪이나 못에서 7월까지 우화하는 고추좀잠자리〔Sympetrum depressiusculum (Selys)〕이다. 고추잠자리보다 체구가 작아 배길이가 2.5cm이고 가냘프게 생겼는데 여름에는 산으로 이동한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물가나 연못으로 다시 내려와 짝짓기를 하고 물 속에 알을 낳는데 표면을 스치며 꼬리를 두 세 번씩 두드리는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가을에 접어 들면서 수놈은 몸체가 빨갛게 물들어 가는데 암놈은 붉은 빛이 훨씬 적고 갈색이 돈다. 서늘한 요즈음 양지바른 나뭇가지 끝에 줄지어 앉아있는 것은 모두 이 종류로 보면 틀림없다. 이 외에도 낮이 짧아지면서 꽁지가 붉어지는 잠자리로 깃동잠자리〔S. infuscatum (Selys)〕, 날개띠좀잠자리 〔S. pedomontanum elatum (Selys)〕, 흰얼굴좀잠자리 〔S. kunckeli (Selys)〕등이 있는데 역시 수놈의 경우에 한하기에 붉은 색은 남성의 과시에 관계가 있는 것으로 귀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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