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0 | [건강보감]
자연에 순응하는 건강법
글ㆍ문구 원광대학교 전주한방병원 내과과장
(2004-02-12 16:48:18)
꽃처럼 달려있는 감을 달빛 아래 보고 있노라면 어느 누군들 마음이 착해지지 않고, 누군들 쓸쓸하고 우울한 기분을 느끼지 않겠는가? 게다가 대발을 스치는 바람소리라도 더해지는 날에는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추수의 풍요 속에 가슴 한편으로 느껴지는 이러한 기분은 역시 가을이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며, 이러한 감정의 상태는 천지의 변화 즉 계절의 변화와 관계깊다고 할 수 있다.
가을은 천지의 기운이 하강하여 수렴되는 계절이다. 기가 하강함에 따라 연못의 물도 잡티가 가라 앉아 맑아지게 된다. 우리 몸도 여름철의 왕성하던 기의 활동이 점차 느슨해지고 수렴상태로 됨에 따라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에너지의 소모가 적어지며 축적되기 때문에 천고마비라는 말도 생긴 것이다. 또한 호르몬분비에도 변화가 오고, 이에 따라 감정의 변화도 따르게 되는데, 가을에는 슬픔의 감정이 많아지게 되어 철학자(?)가 되게 하며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이 많게 된다.
계절과 기후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몸도 거기에 적응하고 있는데 감수성이 둔해지고 저항력이 약해져 적응력이 떨어질 때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인간이 지혜롭다고 자처하지만 자연의 법칙에 따른 건강관리 면에서는 산속의 토끼보다도, 들의 참새보다도 뒤떨어지는 면이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한 예로 여름철의 무더위 때에는 몸안의 지나친 양기를 소모시키기 위하여 적당한 땀을 흘려야 하며, 겨울철의 추위 속에서는 부족한 양기를 비축하기 위하여 땀을 많이 흘려서는 안 되는데 인간은 여름철에 냉방병으로 고생하고, 겨울철에 사우나로 양기(땀)을 소모시켜 서서히 약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건강법은 어떤 것인가.
가을의 기운은 천기가 급해지고 하강하며 지기가 맑아지는 때이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며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 신기를 수렴하여야 하고, 뜻을 외부에 두지 말고 내부에 두어 폐기가 들뜨지 않고 청연하게 하여야 하니, 이것이 가을의 기운에 순응하여 수를 돕는 도이며 이를 거역하면 폐가 손상된다.
겨울에는 물이 얼고 땅이 갈라지는 때이므로, 양을 동요시키지 말아야 할 때이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늦게 일어나되 반드시 햇빛이 비칠 때를 기다려서 일어나야 양기가 손상되지 않으며, 뜻을 품고 기르되 함부로 보이지 말며, 추운 곳을 피하고 따뜻한 곳에 처처하며 땀을 너무 흘려 양기가 탈진되지 않게 하여야 하니, 이것이 겨울의 기운에 순응하여 기운을 저장하는 도이며, 이를 거역하면 신장이 손상된다.
이 가을과 겨울에는 하강하고 침잠하는 천지의 기운에 맞춰 일년을 되돌아 보며 뜻을 새기고, 건조하고 차가운 기운을 피하여 양기가 손상하지 않게 하며, 육체적인 활동을 조절하여 지나치게 땀을 흘리는 것을 피하는 것이 생명의 기운을 기르는 방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