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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 | [문화저널]
컴퓨터는 윗사람이 알아야 된다
글·정영원 완산보건소장 (2004-02-12 16:47:20)
얼마 전 서울에서 컴퓨터에 관한 전시회가 열렸을 때의 일이다. 가끔전시회에 대한 안내문을 받을 때마다 가보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는데 이번에는 시에서 참가자를 모집까지 하니 내게는 여간 반가운 일이 이니었다. 그런데 막상 전시일이 되었을 때 누군가가 보건소장이 그런델 무엇하러 가냐고 했을 때 여간 당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정말 귀한 시간을 쓸데없이 보내는 것은 아닐지 의심스러워 진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염치없는 공무원이 될 것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신청하였고 가보고싶은 욕심 때문에 전시장에 가는 버스에 동승하였는데 버스에 탄 사람들 모두가 전산 실무자들임을 보고 다시 한번 멋쩍음을 느꼈다. 아무튼 별로 개운치 못한 마음으로 전시장에 도착하여 전시품들을 보고 시작했을 때 이미 아침의 기분은 까맣게 잊어버린채 누구와 같이 온지도, 시간이 지나는 지도 모르고 전시물들을 관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나를 계면쩍게 하는 일이 있었는데 다름아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원의 태도 때문이었다. 전시물 중 자료관리 응용프로그램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그것을 구입할수 있으면 구입해 볼까하고 설명을 요구하였더니 대뜸 기종이 무어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평소 개인컴퓨터만을 다루어 온지라 내 컴퓨터의 기종을 말하였더니, 여기에 전시된 같은 종류의 개인용 프로그램도 있지만 여기에 있는 것은 대형 컴퓨터용이라면서 다른쪽 프로그램이나 구경하라는 식이었다. 말투가 불손한 것은 아니었지만 몹시 염치없었다. 정말 쓸데없이 내가 귀한 시간을 허비하며 오지 않아야 할 데를 온것인가 하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답답했는데, 신문에 난 바로 그 전시회에 대한 어느 컴퓨터 전문가의 기고를 일시에 깨끗이 씻어주었다. 말하자면 그 전시회는 기업이나 기관의 의사결정권자를 위한 전시회였으며, 그래서 의사 결정권자들이 발전된 전산 기기나 프로그램들을 보고 기업의 운영이나 기관의 관리를 위해 전시된 것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적에 빗나간 전시가 되고 말았다는 평가였다. 정말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말하자면 기관의 운영을 위해 자료관리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입하여 전산직들로 하여금 개발케 한다면 그 것이 곧 그 기관의 전산화라고 할수 있을 터인데, 전산전문직을 고용하여 타자수일이나 시키는 의사 결정권자들로 인해 기관의 효과적인 전산화를 이루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지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의사결정권자는 모든 영역에 있어서 의사결정을 위한 최소한의 지식을 갖추어야 하며, 이는 그 직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마음깊숙이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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