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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 | [매체엿보기]
경솔한 시험, 경솔한 강요(?) -모차르트의 ‘오 신이시여, 제 얘기를 들어보소서(Vorrei Spiegavi, Oh Dio...)'K.418-
글·이유 작곡가·전주대 강사 (2004-02-12 16:40:31)
얼마전 한 방송작가와 동승한 적이 있다. 때마침 평소 내가슴에 절절한 감동을 주던 모차르트의 콘서트 아리아가 흘렀다. 나는 그만 그 감동을 혼자 감당하지 못하고 ‘경솔한강요(?)’를 하고 말았다. “이 아리아를 들어보세요. 사랑의 시험에 든 여인이 거듭되는 고백과 애원에 굳은 마음이 조금씩 흔들려요. 마침내 거의 허물어질 위기에 처하고...이 아리아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마음을 드러내지만 마지막순간, 마음을 강하게 먹고 구애를 단호히 거절하는 내용이거든요. 그갈등을 모차르트가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했는지...” 음악적 표현에 잠시 흥분된 내 어조는 더 이상 지속될수 없었다. 그 구성작가의질문에서 나는 말을 잃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됬어요?” “?!....” “그 뒷내용은 모르세요?” “.....!!” 나는 음악적 표현이 중요했고, 그분은 줄거리만이 중요했다. 그분은 역시 작가일 수밖에 없었고, 난 음악인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경솔한 강요에서 못다한 얘길 하고싶다. 모차르트의 콘서트 아리아 ‘오 신이시여 제얘기를 들어보소서’ K.418은 파스콸레 안포시의 오페라 ‘경솔한 시험’에 추가된 곡으로, 모차르트가 사랑했던 소프라노 알로이지아 베버를 위해 작고했다. 알로이지아는 요제프 랑게와 결혼했고, 모차르트는 그의 동생 콘스탄테와 결혼한 상태였고, 두사람 사이엔 우정관계가 유지됐다. 모차르트는 당대 프리마돈나 알로이지아를 위해 7-8곡을 작곡했고 그중 한곡이 아리아이다. 자신도 모르게 시험에 휘말린 클로린다가 흔들리는 마음을 애처롭게 토로한다. ‘오 신이시여, 제 얘기를 들어보소서...운명은 저를 눈물짓고 침묵하게 합니다. 그가 사랑을 원해도 내 마음은...무자비한 내 소임은 날 잔인하게 보이도록 합니다. 아, 백작님 떠나주세요 빨리....’ 모차르트는 작가미상의 이 가사에 엄청나게 어려운 기교를 기품있게 요구한다. 사랑스런 선율이 두 옥타브 이상을 쭈~욱 뻗어간다. 느린 도입부에서 현악기의 약음연주와 피치카토를 배경으로 소프라노와 오보에가 주고받는 대화는 클로린다의 심적갈등으로 가슴에 전해온다. 둘째 부분에서 클로린다는 극기를 발휘해 단호한 음조로, 유혹하는 백작에게 그녀의 라이벌인 에밀라에게 돌아가라며 구애를 거부한다. 최근 각광받는 화려한 클로라투라소프라노, 가끔 그들에게 보내는 환호가 음악적 감동인지, 신기(神技)에 대한 감탄인지, 찬사를 보내는 자신조차 모를 때가 있다. 화려한 로코코 장식과 같은 콜로라투 아리아에 실증이 느껴질 때, 이 아리아는 장염하고 기품있는 시적 칸틸레나를 안겨준다. 우리의 소프라노 조수미, 신영옥도 아리라을 노래하고 있다. 개인취향이지만, 거침없이 빚어내는 조수미씨나 청초하다못해 보이 소프라노를 연상케하는 신영옥씨의 연주도 좋지만, 이게절엔 소프라노 마가레트 프라이스(Margaret Price)의 무르익은 표현으로 듣고싶다. 아주 느린 템포에 실린 서정적 아름다움, 그와 대조적으로 단호하게 거절하는 부분은 템포역시 몰아치고 있다. 마가레트 프라이스가 전해주는 이 감각적 번민의 감동에, 계절이 끝나기전 또한번의 ‘경솔한 강요’를 저지르는(?)건아닌지. 이유/ 이화여대 음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음악과를 졸업했다. 93년 KBS 창작작품 공모에서 동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하게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전주대, 전남대, 원광대 등에 출강하면서 KBS FM가정음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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