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0 | [문화저널]
탕탕한 ‘물결’소리
글·최상화 전북대 교수·한국음악과
(2004-02-12 16:39:46)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음악의 3요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율, 장단, 화음이라고 대답하도록 교육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음악의 3요소는 사실 서양음악에만 적용되는 해답이라는 설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양음악의 3요소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 음악은 아예 음악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음악은 음의 높이(선율)와 길이(장단)이라는 두 가지 요소의 변화에 의해 만들어 진다. 따라서 선율과 장단만으로도 음악은 ‘충분’한 것이며, 화음은 서양의 일부 지역에서 ‘필요’했던 것일 뿐이다.
그러면 우리 나라 음악에서도 필요 충분한 3요소는 어떤것일까. 그것은 길(선율)과 장단, 그리고 성음이다. 성음이란 소리의 성질이다. 성음은 음질이나 음색에 가까운 개념이며, 발성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응심화평한 대목, 애원처창한 대목, 탕탕한 물결소리, 깊은 산중의 새소리 등을 본래 지니고 있는 느낌과 사실에 따라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음은 길(선율), 장단과 적절히 배합됨으로써 사물의 이면(裏面)을 제대로 표현하게 된다. 결국 성음의 완성이야 말로 득음(得音)의 전젲ㅈ건이 됨을 알수 있다.
이렇게 본연이 감정과 사실 관계에 따라 나타나는 성음을 악보위에 일일이 표기할 수 없다. 그래서 예로부터 판소리계에서는 이러한 창법상의 특징인 성음을 가리키는 수십종의 말이 사용되어 왔다. 애원성, 통성, 항성, 세성, 수리성, 비성, 파성, 발발성, 화성, 천구성, 철성, 아귀성, 귀곡성, 희성, 호령성등이 그것이다. 그밖에 요즘에는 판소리 조(調)의 느낌과 관련하여 평조성음, 우조 성음, 계면 성음이라는 말을 사용하긷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