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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 | [문화저널]
사람은 가도 그릇은 남는다
옹기장이 이현배(2004-02-12 16:39:16)
사람은 가도 그릇은 남는다 제잘난맛에 사는 사람이 있다. 특히나 기능을 가진 사람에게 그게 더하다. 세사에서 별 대접을 못받는 직종이었지만 옹기장이 세계에도 그런게 있다. 아니 더 심했다해도 틀린말은 아니리라. 그런데 특출난 데에는 어쩔수 없나보다. 손내사람 박동순이란 옹기공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내 그이에 대해 들을때마다 떠오르는 영상이 있다. 바로 호남제일문이다. 동네어른들이 그이에 대해 얘기하면서 얘기 끝에 늘 ‘아무튼 호남제일인게’하는 소리 때문이리라. 호남을 찾을 때 호남제일문 가랑이 사이를 지나야 했듯이 누가 옹기일을 좀 잘했다 싶으면 그이에게 견주게 되고, 결국 누구도 못해본 당당한 호남제일이었다는 것이다. 그이가 손내를 떠난건 십년전이라 한다. 내가 손내 들어오기 오년전에 떠난 것이다. 경기도 성남으로 가 어디 수위일을 한다고 했다. 나는 일년에 몇 번 차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는 이에게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한번 찾아 뵙고 손내로 모시고 싶어 연락처를 좀 알아달라 부탁했었다. 그러다 뜻밖에 그이의 부음을 들었다. 그이는 손내를 막 벗어난 양지바른 곳에 묻혔다. 가마옆에 묻히면 어쩔까 싶어 동네어른께 여쭸다가 여러 가지 번거로움 때문에 관뒀다. 이제 그이는 전설이 되었고 옹기의 끝뜨머리를 붙들고 있다고 생각해온 허탈감이 컸다. 다른 동네를 다닐일이 있어 겸사 겸사 장독대원 그릇들을 관심있게 보면 젊은 사람이 어찌 그릇을 그리보느냐 묻는다. 그래 그릇만드는일을 하고 있다하면 ‘이게 거의 다 손내 그릇이야’하신다. 그렇다, 사람은 가도 그릇은 남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내 마음속에 미련과 함께 간직했던 그이를 떠나 보내야 겠다. 호남제일 옹기공이시어, 안녕히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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