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0 | [문화저널]
진보적 여성운동 담아내는 ‘그릇’되기
-제5기 전북여성운동연합출범-
글·손희정 문화저널기자
(2004-02-12 16:37:16)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가부장적 질서를 깨뜨리는데 만족하지 않고 불평등을 넘어 인간과 인간의진정한 관계를 회복하자.”
93년, 불합리한 남녀차별 사회로의 첫 ‘포문’을 연 전북여성운동연합(전북여연)은 지난 8월 13일 제 5기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제 5기 의장단 구성과 규약 개정을 통해 보다 진보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운동에 한발 더 다가서자고 다짐했다.
이날 구성된 의장단에는, 상임의장에 이강실(환경을지키는 여성들의모임) 목사가 추대됐으며 의장에 하춘자(전북여성의 전화)대표와 서옥례(전북여성농민회연합)회장이, 사무국장에 김금옥, 감사에 박찬숙, 이희숙씨가 각각 선출됐다.
창립당시, 여성운동의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개별단체들을 끌어안고 출발했던 연합사업은 그동안 제 자리를 찾지못하고 최근까지도 이렇다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개별단체들은 사업진행 자체도 버거운상태였으며 때문에 연합사업이란 늘상 뒷전에 놓이게 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여연은 그간의 침체기를 벗어버리고 개혁을 단행하겠노라고 선언했다. 새단장을 마친 제 5기 전북여연의 향후 활동내용은 한마디로 ‘진보적 여성운동을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을 다한다는 것. 이를 위해 여연은 먼저, 전북지역 여성운동의 통일적 발전과 민주 복지, 통일사회와 남녀 평등의실현등에 대한 기존의규약 위에 보다 적극적인 여성의 사회참여 내용을 더하기로 했다. 특히 여성의 정당한 이해와 요구에 대한 투쟁사업의 경우여권신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사업으로 강화하고 한 차원높여 나가기로 하는 한편, 정책마련에 직접참여하고 여성을 정치세력화 하는 내용의 규약도 새로이 추가했다. 또 연합의 목적과 취지에 찬동하는 전북지역 여성단체와 여성관련기관에 대해서는 참여의 문을 활짝 개방해 뒀다.
이같은 사업방향의 변화는 당장의 사업계획에서 가시화 됐다. 여연 하반기 주요사업계획은 여성의 정치력 확보를 위한 사업, 여성복지 향상·조직강화 등 모두 일곱 분야로 나뉘어 추진될 계획이다.
97대선을 앞두고 실시될 여성의 정치력 확보를 위한 사업은 가장 먼저 여성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고 정치에 직접참여하게 한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다. 이문제만 해결된다면 97대선에서 여성유권자들은 후회없는 선거결과를 통보받게 될 것이며 여성의 적극적인 정치활동도 기대해 볼 수 있을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여성복지사업은 가정폭력방지법 제정과 여성 복지정책 추진,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사업등 추진범위도 방대하다. 이 사업은 지난달 27일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을 위한 문화제를 열어 순조로운 출발을 예고했으며 전북여성정책 토론회 등 다각적인 활동을 통해 차근차근 한 가지씩 여성복지에 관한 요구안들을 내놓을 계획이다.
조직강화를 위한 사업도 강도를 높여나가기로 했다. 이번 여연의출범으로 여연 가족이된 단체는 일하는 여성들의 모임, 환경을 지키는 여성들의 모임, 전북 여학생대표자 협의회, 전북여성농민회연합, 전북여성 연구회 등 5개 기존 회원단체에 전북여성의 전화, 기독살림여성회, 성폭력예방치료센터, 전북여성노동자회, 여성의원협의외와 4개 준 회원단체 등이 합류, 모두 14개 단체로 불어났다. 이로 인해 회원단체간의 연대를 통해 결속력을 높이는 것이 연합운영의 관건으로 지적됐다.
21세기는 감성(feeling), 가상(faction),여성선(female)이 중요시돼 남녀평등의 사회를 이룰 때만이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때문에 여연의 이같은 사회참여 의지는 이제 여성개인의 자기 발전의 차원을 넘어 우리 지역, 우리 사회의 시대적 요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여연의 과제는 여기에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여성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진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그릇으로서의 역할, 단지 참가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배타적 그릇이 아니라 전북지역의, 아니 이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을 끌어 안는 적극적인 그릇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