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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 | [문화와사람]
'97 군산허수아비 미술제 이건용 운영위원장 "옥구 들녁에 불어올 신바람 문화혁명 기대“
(글·손희정 문화저널기자) (2004-02-12 16:32:35)
“나도예술가가 될 수 있다. 나도 예술에 참여할 수 있다. 나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표다. 나는 소외된 대중이 아니라 문화인이다.” 진포 문화 예술원의 작은 작업실에서, <97군산 허수아비미술제>의 성공적인 행사 유치를 위해 분주해 하고 있는 이건용(55·군산대 미술과 교수) 제전 운영위원장은 궁극적으로 대중에게 이같은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 이번행사의 기본 골격이라고 설명한다. 81년 군산대와 인연을 맺은 이 교수가 이번 시민축제를 구상하게 된 것은 지난해 화가 송칠성씨와 우연한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부터. 10년넘게 군산이라는 역사·문화·지리적 특이체를 유심히 관찰해 오던 터였다. 철저하게 전문적 예술로부터 소외당하고 예술과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돼 있음을 한탄해 오던 이교수는 송칠성씨의 아이디어에 착안, 이에 대한 구체화의 기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했다. “왜 허수아비 미술제냐구요?” 대중의 참여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문가가 아니어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 중에서도 허수아비를 선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군산은 일제시대때 항구를 통해 쌀을 수탈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지리적으로는 광범한 대야평야가 인접해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대중의 정서와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다가 그 소재가 바로 허수아비임을 알았죠.” 게다가 잔존하는 일제문화와 8·15해방이후 밀려들어온 미군문화, 공업단지조성을 통한 산업문화, 한국전쟁으로 피난해온 사람들의 복합적인 문화를 극복할 만한 소재로 허수아비는 더할 나위없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이교수는 설명한다. “얼마나 거대한 신바람 문화를 만들어낼 지 상상해 보십시오.<군산허수아비미술제>는 예술행가가 아니라 문화혁명입니다.” 지난달 21일에는 시민들이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허수아비를 만들어 시내 곳곳에 내걸었다. 허수아비 물결, 시민들이 보여준 문화에의열정은 이교수에게 이질감으로 일관해온 군산이 머지 않아 공동체 문활르 건설할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의 단서를 안겨준 듯하다. 전국어떤 제전에서도 볼 수 없었던 80여명의 설치작가들이 모이게될 이번 시민축제는 이교수에게 어떤 역사적 의무감마저 부여하고 있다. 군산 시내 20여개 사회단체와 학생, 직장인, 관공서 등 거의 대다수의 군산시민이 이번행사를 통해 그동안 소외속에서 응어리져 왔던 한을 풀고 스스로가 문화인이 될 수 있을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행사는 시민들의참여와 도움이 후원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교수는 허수아비 제작에 필요한 원료를 제공하겠다는 제의와 스스로 행사도우미가 되고 싶다고찾아온 시민들, 행사에 직접문화공연을 하고 싶다고 신청한 수많은 단체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고 전한다. 준비기간동안 매일 자정이 넘어서야 귀가했다는 이 교수는 “허수아비와 결혼했느냐”녀 서운해 하고 있는 아내에게 군산에 불어올 거대한 문화에너지를 선사할 계획에 오히려 더 흐뭇해하고 있다. 행사가 순탄하게 준비되고 있긴하지만 이교수에게는 한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행사가 끝나고 난 뒤 그많은 허수아비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한해의 액운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허수아비에 불을 놓을 생각이었지만 왠지 아까운 느낌이다. 그래서 이교수는 “내년부터는 허수아비 제작원료를 보존성이 뛰어난 소재로 사용하고, 군산사에 허수아비 야외전시장 건립을 요구하는 등 다각적인 허수아비 ‘살려두기’방안을 모색하고있다”고 “지금은 미술제로 발을 내딛지만 조망간 예술제로 키워나갈 겁니다.” 이교수를 만나는 예술인들마다 “미술제만 할 게 아니라 장르를 개방해서 전북권 예술제로 키워보자”는 제안을 한다고 한다. 여건만 갖춰진다면 시인, 연극인, 민속놀이등 전분야에 걸친사람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예술행사로 승화시켜 나갈 것이라는 게 이교수가 나름대로 세워두고 있는 구상도다. 10여년의 고민 끝에 드디어 결실을 맺게되는 이교수의 꿈. 이제는 그의 꿈만이 아닐 것이다. 온 시민이 함께하는 시민예술축제가 이내 군산을 하나로얽어내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그런 기분좋은 상상을 해본다. 이건용 교수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각종 미술활동을 벌여왔다. 양의사인 아버지의 해부학 책을 통해 인체의 미학을 깨달은 그는 73년 대학졸업후 파리 비엔날레에 설치작품 <신체항>을 출품했으며 최근에는 <지식의 의자>설치전을 마련하는 등 55세 평생 미술사랑의 외길을 걸어왔다. (글·손희정 문화저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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