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0 | [문화저널]
가장 인기있는 애완동물
글·김태흥 전북대교수·농생물학과
(2004-02-12 16:29:44)
곤충중 애완용으로 대접받는 종류가 여럿있다. 옛부터 친숙한 귀뚜라미, 반딧불이가 그렇고 요즈음은 초등학생들이 하늘소, 사슴벌레도 어항속에서 곧잘 키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애완곤충은 우리에게는 약간 낯설은 대벌레이다. 전에는 메뚜기나 사마귀등과 같은 분류로 취급하였으나 현재는 독립된 분류군으로 다룬다.
대벌레는 머리가 유난히 작으면서 몸체는 가늘고 길어, 마디진 대나무의 가지를 연상케한다. 그래서 대벌레라 불리우는가 본데 앞가슴마디는 짧고 가운데와 뒷가슴마디가 길어진 결과이다. 다리도 가늘고 뒷다리 퇴벌이 굵어지지 않아 세쌍이 모두 같은 모양을 하면서 좌우로 넓게 벌어져 있다. 다른 곤충들과는 달리 다리에 관한 한 재생능력이 있어 끓어져 나간 경우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다리가 솟아난다. 두드러진 특징은 나뭇잎사이나 풀잎 위에서 주변과 꼭 닮은 모양을 하고 꼼짝하지 않는 재주를 부려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는 점이다. 귀하지 않는 곤충이지만 그래서 보통 사람들의 눈에 잘 뜨이지 않으며 친숙하지도 않는 편이 되었겠으나 애완용으로 사랑받고 이유는 이렇다. 푸성귀나 과일 껍질같이 식물이기만 하면 시시사철 아무 음식이나먹여서 기르기 쉬우며, 어쩔수 없이 움직여야할 때의 몸동작이 우스꽝스럽게도 남미 높은 나무위에 사는 나무늘보처럼 소심하고 굼뜬 것이다.
간혹 날개를 지닌 종류가 있기는 하지만 예외이며 날개가 없는 것이 보통이다. 색은 초록이거나 갈색이며 곤충으로는 크기가 커서 대게 6-10cm인데 방아개비나 사마귀 같이 암놈이 더 크다. 동남아에는 길이가 한자나 되는 대벌레도 산다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2,300여종이 보고 되어 있으며 동양의 열대, 아열대가 주 분포지역이다. 우리나라에는 날개가 있는 분홍날개대벌레와 날개대벌레, 날개가 없는 우리대벌레, 대벌레, 긴수염대벌레 등 모두 5종만이 알려져있다.
대벌레는 주로 야행성으로 밤에 돌아다니며 나뭇잎을 먹는데 낮에는 가지에 매달려 죽은 시늉을 하고 있다. 환경이 좋을 때는 많은 숫자가 출현하여 농작물을 해치기도 하며 활엽수림의 해충노릇을 하는데 행동반경은 아주 좁다. 대벌레의 생식은 주로 처녀생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짝짓기의 절차가 없어도 수정란을 낳는다는 뜻이다. 이 경우 암수의 비율에도 큰 차이가 있어 자연에서 수놈이 만나기 쉽지 않는데 예를 들어 실험실에서 사육하고 있는 대벌레의 경우 암수의비율이 4,000:1이다. 산란을 할 때는 나무위에서 아무렇게나 아래 땅쪽으로 알을 뿌리는데 비교적 큰편이며 껍질이 두껍고 외양은 자기가 주로 먹는 식물의 씨모양을 하고 있다. 무리가 동시에 알을 낳을 경우 숲속에서 듣노라면 나뭇잎에 부딪는 소리가 꼭 빗소리를 닮았다고 할 정도로 요란하다. 한 마리가 사나흘 동안 300-500개의 알을 낳는데 부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상온의 실험실에서 보면 4-6개월이 지나야 깨어나는데 온도를 높여주면 2개월, 낮추면 8개월도 걸린다. 온도가 훨씬 낮아지면 동면에 들어가 버린다.
자연에서는 보통 일년에 한 세대를 지나는데 가을에 낳아 월동한 알이 봄에 깨어난다. 어린 것의 모습은 성충과 차이가없으며 허물을 벗으면서 조금씩 커가고 가을에 성충이 된다. 당년의 일기, 먹이등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이겠지만 이유야 어쨋든 첫 봄에 깨지않는 알이 많고 이들은 두 해째 봄에야 새끼로 부화하므로 ‘대벌레는 해걸이를 한다’고 말한다.
사진에보는 종류는 긴수염대벌레(phraortes illepidius Brunner)의 수놈으로 체장이 6cm인데 암놈은 이보다 크다. 더듬이가 긴 것이 특징으로 성충은 7-10월에 상수리, 졸참나무 등 활엽수가 있는 숲에서 보인다. 수놈은 몸이 녹색으로 가운데와 뒷가슴의 양 쪽에 붉은색줄이 있고 무플이 검다. 암놈은 녹색, 흑갈색등 체색의 변이가 심하다. 경기 이남에서 보는데 일본, 대만에도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