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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9 | [문화저널]
환경훼손의 오명을 벗고 싶은 의욕·원도연
원도연(2004-02-12 16:11:37)
환경에 관한한 무주는 그다지 떳떳한 고장이 아니다. 무주리조트를 건설하고 동계U대회를 치르면서 그 사연이야 어쨌든 덕유산이 망가진 것은 사실이고, 구천동 계곡 역시 예전의 명성을 훼손당해야 했다. 또 한참 예전에는 양수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적상산성일대를 상당히 깍아먹은 경력도 가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무주는 한 동안 환경단체들의 집중적인 포화를 얻어 맞았고, 새롭게 부상하는 레저의 명소라는 이미지 이면에 자연훼손의 오명도 뒤집어쓰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 최고의 청정지역이라던 무주역시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속에 ‘청정’의 이미지를 안팎으로 까먹으면서도, 결국 발전의 가시적 성과는 자연훼손과 환경파괴를 동반하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무주가 지방자치시대를 맞으면서 새롭게 환경문화축제라는 기발한 기획을 내놓아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무주군은 설천면 일대의 반딧불이가 지난 82년부터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반딧불이를 주제로 한 지역축제를 꾸며냈다. ‘자연의 나라-무주’라는 주제를 내건 제1회 무주 반딧불이 축제는 지난 8월7일부터 10일까지 4일 동안 무주군 전역에서 다양한 행사들로 치러졌다. 축제는 반딧불이를 전체 주제로 반딧불이의 탄생과 숨결, 환희, 감동을 매일매일의 소주제로 해서 행사와 사업들을 엮었다. 반딧불이 자연학교가 문을 열었고 반딧불이를 되살리기 위한 환경심포지움과 환경사랑 실천대회도 열렸으며, 반딧불 신비탐험과 별자리 여행도 기획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축제의 성격과 의미를 부각시킨 행사는 나흘간 매일 열린 환경심포지움과 강좌 프로그램들이었다. 특히 첫 날의「반딧불이의 서식환경 보전을 위한 환경심포지움」은 녹색연합과 한국곤충학회의 주관으로 열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심포지움에서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녹색연합 장원 사무처장은 무주의 반딧불이 살리기 운동이 일종의 깃대종(Flagship Species)운동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하는 지역환경보존계획을 세워 나가고 이를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대전대 남상호 교수는 국내 8종의 반딧불이 중 지금은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 두 종만 살아남았을 뿐 나머지 6종이 사라졌으며, 나머지 두종의 반딧불이도 혀재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남교수는 반딧불이 멸종의 원인이 결국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으로 인한 주변 생태계 먹이사슬의 파괴에 있다고 분석하면서, 반딧불이는 정서적인 자산일뿐만 아니라 ‘병원성 세균’을 추적하는 의학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경제적 자산을 동시에 잃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딧불이를 되살리는 것은 결국 반딧불이가 살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반딧불이만이 아니라 그 지역의 자연생태계를 완전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 일종의 ‘깃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고, 그것은 문화적 경제적 자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 심포지움은 반딧불이에 대한 추상적인 관심을 구체적인 환경운동의 의제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기간 동안 가장 의미있는 행사가 되었다. 이번 무주의 반딧불이 축제는 전구의 자치단체 환경관련 실무자들과 많은 환경운동가들의 참관했으며, 적지않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두면서 내용면에서 알찬 성과를 거두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방자치제 이후 자치단체에서 앞장서 기획했던 지역축제가 너무 획일적이고 소비적인 축제로 흐르고 있는 시점에서 무주군이 착안한 환경축제는 나름대로 지역축제의 대안으로까지 평가받았다. 무주군은 이 축제를 위해 전체 4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고, 322명의 지역주민들이 참여한「셋두리 자원봉사대」를 조직해서 환경감시요원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반딧불이의 먹이인 다슬기의 서식밀도를 높이기 위해 반딧불 보호조례를 만들었고, 반딧불이를 인공적으로 사육하고 반딧불이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자연학교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공무원들은 이 축제를 준비하면서 거의 3개월 동안 밤잠을 자지 못한채 반딧불이를 찾아 자료를 정리하고 행사를 준비했으며, 축제를 몇일 앞두고는 무주군 전역에서 반상회를 열어 군민들에게 반딧불이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이번 축제의 의미를 홍보하면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같은 무주군의 노력에 힘입어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호응도 놀라운 바가 있었다. 첫날 심포지움에 노장년층의 주민들과 주부들이 대거 참여했고, 음악회와 국악공연장에 참여한 주민들은 ‘내 고장에 반딧불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예년의 축제와는 사뭇 다르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축제의 사령탑인 무주의 김세웅 군수는 이번 축제를 “단순히 놀자판, 먹자판에 치우치는 소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환경운동 실천의 장으로 꾸며보았다”로 밝혔고 궁극적으로 반딧불이 축제는 곧 생명운동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이번 축제를 통해서 무주를 반딧불이의 이미지로 통합시키고 “농약 대신 유기농법을 보급시켜 무주의 모든 생산물은 누구나 믿을 수 있는 청정고장으로 가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이번 축제에 만만치 않은 비판자들도 있었다. 첫날 심포지움에서 무주군수가 먼저 자리를 뜨고 난 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활동가들은 무주가 리조트와 골프장 건설 또는 동계U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대규모 개발사업을 방관한채 지역주민들에게만 환경보호의 의무를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고, 실천면과 안성면 등지에서 골프장 반대투쟁을 주도하는 지역주민들은 무주군의 축제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고 전시적인 행사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지역주민들은 무주가 전통적인 눈의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상징으로 반딧불이를 선택한데 대한 불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비판들에도 불구하고 이번 축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비슷한 시기에 충남이 추진했던 천안시 풍서천 일대의 반딧불이 보호구역 지정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주춤거리고 충남도가 기획했던 ‘반딧불이 어린이 축제’가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한데 비한다면, 무주의 반딧불이 축제는 확실히 지역축제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공을 세운 셈이다. 여기에 무주의 반딧불이 축제와 때맞춰 반딧불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높아져 한 TV방송국에서 반딧불이에 대한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되기도 했고, 서울에서는 「반딧불이 되살리기 운동 심포지움」이 열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무주의 지역축제는 상징종으로서 반딧불이의 의미를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고 그것을 지역축제로까지 연결시켰다는 점은 의욕적인 지방자치의 성공사례로 평가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기왕에 쏟아부은 노력을 생각한다면 아쉬움도 남았다. 우선 이번 축제의 전반적인 기획이 일본 오이타현의 지역축제와 너무 흡사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만큼 창의적이지 못했으며,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환경문화축제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다른 지역축제들과 흡사한 프로그램이 많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여기에 무주군이 지역발전의 방향을 ‘청정무주’라는 이미지로 구체화시키는 첫 번째 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은 지역개발과 환경보존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발전에 여전히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축제는 무엇보다도 지방자치제 이후 거의 모든 자치단체들이 안고 있는 환경보존과 지역개발이라는 이중적인 과제가 어떤 방식으로 조합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결국 이번 축제는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인 출신의 자치단체장들이 지역발전의 전략을 어떤 방향으로 정리하고 환경문제와 관련된 기업들을 어떤 방식으로 제어할 것이며, 또 어떻게 주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시험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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