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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9 | [시]
여우섬
권영덕 (2004-02-12 16:03:50)
백중사리였다 태풍 분다는 소문이 바람보다 먼저 들이닥쳤다 달무리는 소용돌이 치며 흘리고 찢어진 돗폭의 파도가 우우 몰려들며 서로 어깨를 맞부딪쳐 밤짐승의 눈빛같은 섬광이 물결 따라 시퍼렇게 꿈틀댔다 밀려와 쌓인 달빛을 밟고 그는 혼자 서 있다 조약돌을 들어 멀리멀리 던진다 모래밭에 무엇인가를 쓴다 물결은 들며 썰며 지워버리고 그가 물거품처럼 웃는다 부싯불마냥 깜박이는 담뱃불은 위태로운 구조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는 난파한 한 척의 배인지도 모른다 그가 천천히 옷을 벗는다 물결을 헤치며 바다로 들어간다 보름달에 이끌려 바다에 몸을 맡기고 출렁이다가 마침내 먹빛 섬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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