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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9 | [문화저널]
좌도 최고의 뜬패, 20년만의 부활
문화저널(2004-02-12 15:57:42)
1천명이 넘은 관람객, 마을 주민들의 열렬한 호흥과 참여, 손님과 주인을 가리지 않은 질펀한 한낮의 먹자판, 쉬임없이 막걸리 잔이 돌고 제 흥을 못이겨 ‘좋구나!’를 외치며 자꾸만 판속으로 끼어드는 노인들. 마침내 굿이 끝나고 뒷풀이 마당이 벌어지자 관람객들과 마을 주민들 거의 모두가 판속으로 뛰어들어 그야말로 ‘굿판’을 만들어내는 치배들과 관객들의 뜨거운 공감이 이어지고... 모처럼 제대로 된 마당에서 전라좌도 농악의 명성에 걸맞는 시원스런 판굿 한판이 펼쳐졌다. 좌도굿 최고의 기량을 자랑했던 좌도농악의 남원판굿이 20여년만에 제 모습을 갖추고 정통 마당굿으로 당당하게 되살아난 것이다. 지난달 24일 남원시 금지면 상귀마을 모정 앞마당에서 열린 <좌도농악 남원굿 발표회>는 좌도 남원판굿의 명맥을 이은 상쇠 유명철씨(55세)와 그가 이끄는 40여명의 치배 및 잡색들의 신명과 1천여명이 넘는 관람객들의 환성이 어우러진 가운데 치러졌다. 이날의 판굿은 오전의 전굿과 오후의 후굿으로 이어졌으며, 전굿은 풍류굿으로 시작하여 들상단굿, 채굿, 진풀이굿, 호호굿, 영산, 노래굿, 춤굿, 미지기굿, 등지기굿으로 마무리되었다. 오후에 다시 시작된 후굿은 도둑잽이로 시작하여 탐모리, 문굿, 점호굿, 헤침굿, 재능기 등으로 이어졌다. 이날 33도를 넘는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도 40여명의 치배들과 잡색들은 시종일관 신명어린 좌도가락과 혼신의 묘기를 선보였다. 특히 후굿의 마지막 굿판을 장식한 재능기에서는 좌도 부들상모놀이의 전설적인 명인인 유명철씨가 홀로나서 명성에 걸맞는 상모놀이와 절정의 쇠 기량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이어서 소고 개인놀이와 설장고의 재능기로 이어졌다. 특히 이날의 판굿은 그동안 치배들을 중심으로 하여 가락 위주로 전승되어져 왔던 여느 굿과는 달리 다양한 잡색들이 각기 확고한 역할을 갖고 굿판에 등장하여 놀이굿(연희굿)의 진수를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남원판굿은 단순한 마을 단위의 굿이 아니라 남원지역 전체를 포괄하여 기능이 뛰어난 인재들로 구성된 전문인의 굿으로, 행방 이후 좌도 최고의 뜬패로 명성을 날렸으나 70년대 이후 마을굿으로서의 명맥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남원 판굿은 좌도 가락의 고유한 특징인 화려하고 세련된 가락을 지니고 있으며, 같은 가락의 단순 반복을 싫어하고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또한 기수와 태평소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들이 전립을 갖추어 쓰는 것도 남원판굿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날 20여년만의 공백을 딛고 절정의 쇠 기량과 부들상모놀음을 선보임으로써 남원판굿의 부활을 주도한 상쇠 유명철씨는 이번 발표회를 위해 약 1년여를 준비해왔다고 밝히고, 앞으로 매년 이 마을굿을 열겠다고 말했다. 반딧불이의 추억을 나누었다 자연, 사람 그리고 문학. 그의 관계는 어디까지인가. 자연과의 교감속에서 문학의 참의미를 되새겨 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무주 반딧불 축제와 때를 맞춰 전북작가회의(회장 정양)가 마련한 여름 시인학교가 바로 그것. ‘무주 청정 반딧불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무주군 설천면 기곡수련원에서 열린 시인학교는 화가 임택준씨가 삶의 모습을 퍼포먼스로 그리면서 시작되었다. 이어 전북대 김태홍 교수는 ‘반딧불을 만나는 밤’이라는 주제강연에서 곤충의 역사를 개괄저긍로 설명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은 자연의 이치에 충실해야 한다”며 “작은 곤충 하나라도 자연세계에는 필요한 만큼 보호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담임작가와의 시간에는 반별로 담임작가와 삶과 글쓰기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어 문학지망생은 물론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둘째날 ‘물고기의 추억’에 대한 강연에 나선 김용택 시인은 어린시절 개울가에 즐비했던 물고기들이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져 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며 당시 동네 어귀에서 물고기를 잡던 추억들을 되살려 이야기를 풀어갔다. 또한 나희덕 시인의 ‘시는 나의 여인이다’와 성석재 소설가의 ‘소설, 끝도 없는 이야기’의 문학강연은 문학지망생인 참가자들에게 우리시대의 참다운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 시간이 되었다. 유기천 점성술가는 ‘다함께 누워서 별을 보자’의 강연을 통해 우주의 신비와 별자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강연에 앞서 참가자들의 별점을 봐주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여름 시인학교는 지난 4월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에서 사단법인 전북작가회의로 새롭게 태어나 처음갖는 행사로, 어린이부터 고령의 원로시인에 이르기 까지 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80여명이 참여해 행사의 의의를 더했다. 작가회의 회장인 정양시인은 “이번 여름 시인학교를 통해 문학을 이해하고 문인들인 담임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문학에 쉽게 다가가기를 바란다”며 “자라나는 새싹들이 문학의 소중함을 알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가회의는 매년 8월경 여름 시인학교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로 다섯 번째다. 한편 작가회의는 지난 7월30일 전북작가회의 소속작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코오롱 스포츠 센터 3층에 전북작가회의 사무실 현판식을 갖고, 앞으로 문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식민학 연구에 대한 일본의 양심 보고 ‘갑오년 동학농민군의 진압과 처형의 책임은 일본에 있다.’ 1890년대 일본의 대륙침략과 조선지배과정에 대한 일본 지식인들의 진솔한 태도와 학문적인 양심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 95년7월말, 일본 북해도 대학 표본 창고에 방치된 채로 발견되었던 한국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을 비롯한 인골 문제조사위원회가 2년여동안의 조사활동을 정리해 지난 7월 말 최종 발표된 것이다. 북해도 대학 문학부 인골문제 조사위원회(위원장 )는 이 보고서에서 북해도 대학을 포함한 일본의 대학들이 신민지 지배와 인종론과 같은 잘못된 식민학 이론으로 민족 차별과 소수 민족에 대한 동화 정책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해냈다며 1894년말 일본군에 의해 전남 진도지역 농민군 진압과정을 상세하게 분석, 당시 농민군 탄압과 부당한 처형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일본 정부와 일본군에 있었음을 인정했다. 조사위원회측은 그동안 중간보고서 등을 통해 그러한 가능성을 제기하긴 했지만 최종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대륙 침략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나선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또 이 보고서는 1906년 당시 한국인의 유골을 일본으로 반출해간 것은 당시 일본인들의 인종우월론적 편견과 승자의 교만함이었다고 규정함으로써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진도지역 동학농민군 토벌에 참여한 일본군 <후비 제 19대대>의 출군 훈령 및 작전 상황을 면밀히 검토, 당시 일본군이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장악하여 농민군 수색과 체포 과정에서 한국 국내법을 무시하고 농민군을 무차별 처형한데 대한 전반적이고 구체적인 책임이 일본군에 있음을 진도의 토벌과정에서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신순철 상임이사(원광대 사학과 교수)는 “일본인 지식인들의 성실하고 세밀한 조사작업과 양심적인 결론에 대해 감명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유골의 유출 원인과 북해도 대학에서의 이 유골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많다”며 “그에 대한 확실한 규명과 더 이상의 한국인 유골은 없는지에 대한 조사 활동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0월 구성된 한국측 조사위원회(위원장 신순철)는 일본의 조사과정에서는 실패했던 유골의 유전자 추출에 성공. 당초 추정인물인 박중신에 대한 확인작업을 근접시키는 성과로 관심을 모은바 있다. 한국측 조사위원회는 97년말까지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세계무대로 간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에서 역사는 흐르고 있다. 작품은 백년 전의 일을 고정된 역사로 남겨두지 않고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무대와 객석이 함께 느끼고 생각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작년 11월 전라북도 도제100주년 기념작으로 만들어져 처음 선보였던 <서울로 가는 전봉준>은 본래의 뮤지컬 형식에 우리의 전통 마당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세계무대로 나선다.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정부종합 제2청사 야외잔디마당에 올려지는 이 작품의 초청무대는 세계 연극예술인들의 문화예술올림픽라고 할 수 있는 「세계 연극제‘ 97 서울/경기」 기간중에 열리는 ’세계 마당극 큰잔치‘ 97 경기-과천’ 편이다. 창작극회(대표 곽병창)가 공들여 만든 이 작품은 서울 진출에 앞서 9월19일과 20일 이틀간 저녁 7시 전북대학교 야외음악당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마당극의 특성을 살려 작년 공연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담고, 시대 설정 또한 과거와 현재 속의 갈등에서 한 발 나아가 미래까지 포괄하여 우리 시대의 참다운 상을 찾겠다고 연출부는 밝혔다. 내용에서도 초연했던 극의 앞부분을 살리되 극의 뒷부분을 상당부분 재구성하여 전체적인 줄거리를 조정하고, 노래와 춤의 상당부분을 줄이고 재담과 익살을 섞어 극적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작년 실내무대에 올려진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유랑광대패 처녀와 무명의 농민군 총각이 벌이는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사랑과 혁명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은 안도현 시인의 원작을 바탕으로 곽병창씨가 극본과 연출을 맡아 13명의 단원들을 선발, 한달째 맹연습을 거듭해오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무대에 익숙해 있는 출연진들이 마당극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첫 번째 관건이다. 또 지난해 공연이 전북도의 지원에 힘입어 성사될 수 있었는데 반해서 이번 공연에는 관련기관의 지원이 부족하고 예산 역시 턱없이 모자라 13명의 출연진들이 무보수 출연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이번 공연의 동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지난 4월 불탄 창작소극장의 재건운동도 펼치는 등 이중삼중의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가는 전봉준> 팀의 열의와 각오는 여전하다. 연출 곽병창씨는 “기존 마당극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무대를 통해 마당극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실험적 무대로 꾸며 보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미술문화의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을 찾는 자리 ‘광주의 눈, 화엄 광주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올해로 2번째를 맞는 광주통일미술제가 지난 8월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서 개최되고 있다. 광주전남미술인 공동체 주관으로 열리는 ‘97 광주 통일 미술제는 전국민족미술인연합 회원 200여명과 국외작가 25명이 참여하여 9월1일부터 열리는 ’97 광주 비엔날레와는 대비되는 대규모 미술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미술제의 전시주제는 광주가 보고 있는 지점과 광주를 바라보는 지점에 대한 미술적 탐색의 열쇠를 ‘화엄’으로 전제, ‘화엄의 광주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를 대중적 미술행위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이번 미술제는 광주와 망월동이라는 공간성과 시간성을 가미시켜 5.18묘역에 이르는 진입로 4Km에 삶과 역사의 아이콘을 그린 ‘10리길 이야기’를 시작으로 만인의 얼굴과 역사, 물의 노래, 남녁의 꿈 등이 본전시장에까지 펼쳐졌다. 또한 미술제 이외의 개막식 이후 열리는 49일동안 49개의 릴레이 노래공연을 비롯해 아동미술실기대회, 시민군 체험 한마당을 개최하며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에 관한 학술대회 등도 펼쳐졌다. 통일미술제 추진위 김윤수(영남대)교수는 “단순 국제미술전시회인 광주비엔날레와는 달리 통일미술제는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광주에서 미술문화에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을 찾는 자리가 될것이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광주 통일미술제를 95년 첫 번째의 안티 비엔날레와 달리 비엔날레에 포함된 특별 기념전으로 열려 미술제의 의미를 격하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9월1일부터 11월27일까지 88일간 광주 중외공원에서 열리는 ‘97 광주 비엔날레는 ’지구의 여백‘이라는 주제 아래 속도, 공간, 혼성, 권력, 생성을 이용, 오늘날 지구촌의 삶과 문화의 여백을 갖기 위해 계획된 미술제다. 이번 비엔날레는 속도/물, 공간/불, 혼성/나무, 구너력/쇠, 생성/흙 등 5개 전시로 구분 유수의 국내작가는 물론 국외작가 80여명이 참여한다. 미술전 이외의 총 1백10개의 단체가 참여 3백64회의 공연이 열리며, 특별행사로 국제미술의상전, 참여작가 아트웨어쇼, 패션거리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전북연극의 '떠오르는 별들', 미래가 보인다 ‘이젠 전국 청소년 연극제의 제패다.’ 최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전북연극계가 전북 청소년 연극제를 계기로 전북 연극의 새로운 활력소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 8월10일부터 23일까지 고등학교 11팀이 출전한 전북 청소년 연극제는 ‘우열을 가리지 힘들다’는 심사위원의 관전평속에 전주성심여고의 <불타는 별들>(지도교사 김영자)이 최우수상에 선정, 10월27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전국 청소년 연극제에 출전하게 됐다. 이번 전북 청소년 연극제는 전국 청소년 연극제의 지역예선을 겸해 열린 자리로 10일 예술고의 축하공연 <코카스 백목원>을 시작되어, 12일간 전북예술회관과 전북학생회관을 모처럼 연극 열기로 가득채운 축제로 꾸며졌다. 또한 도내 고등학교 연극팀이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관람객의 큰 호평을 받았다. 전국 청소년 연극제의 출전하는 <불타는 별들>(원작 윤대성)은 우리사회의 현실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부모의 이혼 문제와 그로 인해 갈등하는 청소년들의 자화상을 담았다. 이성에 대한 청소년들의 순수한 호기심, 건강하고 발랄한 욕망의 분출, 기성세대의 오류에 대한 비판 등이 시종 폭소를 연발시키면서 풍부한 오락적 재미가 효과적으로 용해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 심사위원들은 “학생들끼리 만든 연극이라기보다 외부의 도움에 의해서 만들어져 학생들의 순수함과 창의성이 결여된 감을 느낀다”며 “학생다운 작품 만들기, 창의성, 전체적 조화 무대구성의 성실성에 중심을 두고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수상내역은 다음과 같다. ▲최우수상 전주성심여고 <불타는 별들> ▲우수상 전주여자상업고 <살인랩소디>, 군산중앙여자고 <뜻대로 생각하세요> ▲장려상 산원광여고 <아폴로> ▲지도교사상 무주고 유상우 교사, 진경여자상업고 배진량 교사, 군산영광여자고 김준홍 교사 ▲최우수연기자상 조금선(군산중앙여고) <아폴로>의 마엘리아, 이지순(전주여자상업고) <살인 랩소디>의 차남, 정화영(전주성심여고) <불타는 별들>의 칠성 ▲우수연기자상 이옥자(익산원광여고), 심선영(군산여고) 강정남(무주고), 노삼순(영생여상), 김자영(군산영광여고), 신윤숙(진경여상), 김종일(이리고). 새로운 문화체험으로 읽는 향토의 역사 오는 10월 황금들녘의 물결위에 옛추억을 되살리는 허수아비들이 옥구평야를 가득 채운다. 지역축제에 새옷 입히기. 군산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전망하는 축제를 만든다. ‘97 군산 허수아비미술제. ’일어서는 산, 들, 강, 바다, 사람!‘을 주제로 한 이 축제는 군산 옥구의 역사, 문화적 전통과 배경을 새롭게 조명, 지역 문화예술의 잠재적 독창성을 창출하고 문화적 본질을 구현해내겠다는 지역 주민들의 의지가 빚어내는 자리이다. 군산의 현대미술연구소와 진포문화예술원을 비롯 문화예술인들과 지역 출신 예술인, 행정관서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이번 축제는 서해안시대를 앞두고 새로운 문화의 도시로 발돋움해나가는 군산의 역동적인 부위기가 그대로 담아지는 의미도 담고 있다. 10월 1일 개막해 12일까지 실내 실외를 망라한 대규모 미술전과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설치전과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가 뒤를 잇는 이 미술제는 단지 감상하고 즐기는 소극적인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관객들이 직접 참여해 함께 이루어가는 진정한 축제의 의미를 되살려낸다. 군산허수아비미술제준비위원회(운영위원장:이건용)는 2-3개월동안의 준비작업으로 행사내용을 확정짓고 구체적인 추진작업에 들어가있다. 이들이 허수아비 미술제의 첫해인 올해 치러내는 행사들은 대략 여섯종. 이번 미술제에는 이반, 황창배, 석철주, 이왈종, 김종일, 성능경, 함섭, 김재권, 김윤, 박현기, 원문자, 신영성씨 등 타지역 작가와 도내 작가 등 50여명이 참여하여 현대미술의 다양한 형식과 언어가 집결되는 셈이다. 이번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은 약 1억 2천만원. 이 예산은 한국문예진흥원의 지원금에 행정관서의 지원금, 협찬금으로 채우저지만 아직은 역부족한 상황이다. 준비위에서는 “예산상의 어려움이 행사를 추진해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지역 축제의 참다운 모범이 될 수 있는 이번 기획의 참신성이나 독창성을 통해 예산 확보는 무리없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허수아비를 체험과 추억의 문화적인 매체로서 등장시킨 이번 축제는 일제시대 수탈과 압박의 현장이자 우리나라 쌀의 수난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군산을 10월의 황금들녘과 함께 새로운 문화체험의 땅으로서 자리를 잡게 할 것이다. 이백년을 넘어 만나는 순교와 사랑 ‘...사랑보다 더 붉고/죽음보다 더욱 깊은/님의 마음 가득 담은/이승의 짐 벗으소서/영원한 우리의 사랑/아름다운 님이시어...’ 200여년 전 한국 천주교의 제1세대로서 예정된 순교의 길을 걸으면서도 동정부부로서의 아름다운 사랑을 남긴 유중철·이순이 부부의 애절한 고난사가 전주의 연극무대에 올려진다. 천주교 전주교구가 설정 60주년을 맞아 기획한 <님이시여 사랑이시여>는 본격적인 종교극으로서 연인원 120여명이 참가하는 대작으로 형식적으로는 국악을 사용한 음악극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초 기획이 시작된 이래 지난 5월 10일 천주교 전주교구 카톨릭예술단(단장 박창길 신부_)이 창단되면서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또한 <님이시여 사랑이시여>는 참가배우 30여명 거의가 천주교 신자들로 구성된 순수 아마추어 연기자들로 세 살짜리 어린이부터 50대 가정주부까지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제작방식은 지금까지의 연극 제작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도로서 한편으로는 지역연극계의 배우기근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연극의 대중적인 지평을 넓히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유중철 역의 강양수씨와 이순이 역의 송하정씨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발굴된 신인 연기자로서 연극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40여명의 국각연주단과 30여명의 합창단이 공연장에서 직접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방식으로 공연이 진행되어 정통 음악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주지역은 한국 천주교사에서 최초의 순교사건이 일어났던 곳으로 이번 공연은 유항검 일가의 순교사를 통해서 한국 천주교 초기 교회의 수난과 희망을 기념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의 총감독은 문치상 원장이 맡았고, 극작과 연출은 김정수씨, 작곡·지휘는 최상화 교수가 담당했다. 공연은 9월 6일 남원 춘향문예회관(7시)을 시작으로 7일 정읍사 예술회관(7ㅛㅣ), 9월 20일 군산 시민문화회관, 21일 익산 솜리문예회관(각각 4시, 7시)을 거쳐 마지막으로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전주 삼성문화회관에서 올려진다. 서예의 학문적 연구 작업 활발 오창석(吳昌碩 1884-1927)은 중국 근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서예가이자 중국 근대문인화의 최고봉에 오른 문인화가이다. 그는 한국문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가로 꼽히는 인물로, 문인화 뿐 아니라 서예로도 그 예술성을 한국에 뻗어놓았다. 당대의 내노라하는 우리 서단의 거목들도 그의 예술로부터 정신적 자양분을 받았으며 그 덕분에 우리 서단에 근대문인화단이 성립될 수 있었다해도 지나침이 없다. 중국이란 국가적 차원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작가로 평가 받고 있는 오창석은 일본의 경우, 그의 예술세계를 연구하는 모임이 생기고 동상이 두곳에나 세워질 정도로 예술성과 일본에 미친 영향을 높이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이날 학술강연회에서 <오창석 선생의 생애와 예술관>을 주제로 강연한 오민선 교수는 오창석선생의 직계증손으로, 혼란기의 중국을 살았던 증조부의 예술 입문 과정과 천부적인 예술적 소양과 재능을 회고했다. 또 <오창석의 근대 신문인화>를 발표한 최병식교수는 투박하면서도 심도있는 예술세계가 오창석 문인화의 특징이라고 정리하고, 그는 직관적인 감흥과 자유분방하고 질풍노도와 같은 예술을 표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고한 선비정신을 갖춘 당대의 빼어난 예술가였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강연회를 추진한 공주대 김병기교수는 “오창석은 서예와 그림 전각 등 각 분야에 탁월한 예술성을 발휘한 작가였다”고 소개하고 그는 우리 한국서단에도 큰 영향을 미쳐 근대문인화를 성립시키는 발판을 마련했고 그 뿌리는 오늘의 한국문인화에 반영되어 있지만 정작 그에 대한 연구는 미진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늘의 한국화는 확실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그 원인은 우리의 주체적인 정신이나 뿌리를 제대로 찾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고 말하고, 바로 그런점에서 이번 오청석에 대한 연구와 같은 서화의 학문적 접근은 우리것을 어떻게 변용시키고 발전시켜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강연회는 발표자들과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과 열기로 한국 서화의 학문적 연구 활성화에 기대를 안겨주었다. 원로서예가 강암 송성용선생의 예술과 뜻을 이어 서예의 학문적 연구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발족한 강암서예학술재단은 해마다 <동양예술논총>을 발간하고 춘추계 서예학술강연회를 갖는 등 서예의 학술적 연구 작업을 활성화시키는 바탕을 마련해왔다. 강암학술재단은 이번 오창석 학술강연회를 계기로 그에 대한 연구작업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밝히고, 내년부터 3년동안 서예와 그림, 전각 등 각 분야별로 그의 진품만을 모아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며 논문집을 발간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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