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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8 | [저널초점]
신명나는 축제를 위하여 열기 없는 잔치, 실속 없는 축제·강진영
강진영 (2004-02-12 15:50:04)
아직도 풍남제하면 난장의 어수선함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풍남제를 지역문화축제로 알리기 위한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풍남제는 전통문화의 맛깔스러움을 찾는 관람객들의 구미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로 서른 아홉 살을 맞이한 풍남제는 6월 8일부터 6월 15까지「신명난 풍남제, 세계로, 미래로」라는 주제로 총 35개의 행사를 선보였다. 이번 풍남제에서는 한지축제, 대사습놀이, 민속놀이 재현 등 전통문화를 복원·계승하려는 의지가 돋보였으며, 200만의 관람객을 동원(풍남제전위원회 자체평가)하는 등,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양적 팽창이 ‘풍남제의 성과’라고 볼 수는 없다. 풍남제만이 가지는 독창성 -전체를 관통하는 풍남제만의 주제의식-이 없고, 전주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참신한 기획들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풍남제도 불혹(不惑)의 나이가 된다. 사람의 나이로 치자면 주위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세계관을 갖는 시기인 것이다. 삼십 구년이라는 긴 역사를 거친 풍남제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서있는가? 전통문화축제의 면모 다져 매년 단오절을 전후로 열리는 전주시민의 축제인 풍남제는 1959년 6월 전주시의회에서 단오를 전주시민의 날로 제정하면서 시작되었다. ‘풍남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68년 풍남문이 중건된지 200주년 되던 해였다. 올해 풍남제는 성황제, 풍남종 타종, 전라관찰사 행차를 비롯한 길놀이 퍼레이드, 60만 전주시민의 희망을 표현한 불꽃놀이를 시작으로 열린음악회, 전주대사습놀이, 전주한지축제, 서화백일대상전 등의 13개 문화행사와 전주기접놀이 등의 민속놀이 행사, 무과급제 및 단오난장 등으로 펼쳐졌다. 우리고장 전통문화를 발굴·재현하여 시민전체가 참여하는 으뜸가는 문화도시의 향도를 지킨다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풍남제에서 ‘전주한지축제’는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풍남제의 취지에 한 몫을 했다. 이번 ‘한지축제’는 전국한지공예대전 입상작 전시회, 오색한지공예제작시연, 한지제작과정 사진전 및 한지전시, 전통연 전시 등이 열려 관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올해로 세 번째인 한지공예대전은 입상작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서울 등 다른 지역의 참여도가 증가해 명실공히 전주가 한지공예의 등용문임을 보여주었다. 한지축제는 값싸고 질좋은 기계지의 범람으로 쇠퇴해가는 전주한지의 명성을 지키고 , 공예라는 전통상품으로의 개발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전통부문보다 한지를 일상생활에 접목한 현대부문을 선호하는 관람객의 모습은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 시급한 과제임을 시사하였다. 그러나 직접 참여하는 자리가 없어 관람객은 그냥 구경꾼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지역문화상품으로 개발할 수 잇는 품목임에도 판매, 유통경로를 겸비하지 못해 관람객들에게 보급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관람객들이 직접 배우고, 작은 공예품이라도 소장할 수 있다면 한지에 대한 애정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그것이 바로 전주한지를 선전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전통의 철저한 고증 아쉬워 전야제 행사로 풍남문에서 열렸던 성황제는 전주부성에 큰 일이 있을 때에 제사를 지내 지역주민의 안녕과 무재풍년, 국태민안을 바라는 제사였다. 전주시의 번영과 60만 시민의 안녕 그리고 세계 속의 도시가 되자는 염원에서 기획된 이 행사는, 그러나 몇몇 고증의 문제를 남겼다. 제(祭)가 끝나고 뒷풀이로 열리던 무당굿을 앞으로 옮기고, 성황제의 신체(神體)가 불분명했던 것이다. 또 우리고장 평화동과 삼천동 일대의 각 마을에서 성행되던 민속놀이로 풍남제전위원회가 23년만에 기획한 전주기접놀이는 재현자들을 현장의 주민들이 아닌, 고등학생들로 구성하여 현장감이 없었고 엉성했다. 또 마을기가 너무 작아 깃발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 선동성을 상실해 놀이 자체의 생명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풍남문, 경기전, 객사를 지키고, 성내를 순찰했던 조선군관 파수꾼들을 재현한 조선군관의장대는 지나는 시민의 눈길을 끌고 관광객들에게 기념촬영의 단골 손님이 되는 등 행사분위기를 돋구는데 한 몫 했지만, 당시 성내를 돌던 순라꾼은 포졸이었기에 군장복장은 잘못된 고증이었다고 말한다. 사라져가는 전통민속놀이를 발굴하고, 계승한다는 면에서 일면 칭찬받을 점은 있지만, 좀더 철저하고 광범위한 고증이 아쉽다. 또 전통의 발굴에서만 그치는게 아니라 현재에 어떻게 계승해야 할 것인가도 풍남제전위원회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매끄럽지못한 운영으로 인한 혼선 홍보의 부실함과 운영상의 미흡함은 풍남제 동안 계속 발견되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전주가 서예의 고장임을 알리고자 풍남제전위원회가 공들여 기획했던 ‘국제서예교류전’이나 ‘전국여류서예가 30인전’ 등은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시기간 내내 관람객의 발길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전시기간이 지켜지지 않아 멀리서 찾아온 관람객들이 그냥 돌아가는 헤프닝도 있었다. 예술회관에서 12일까지 열리기로 했던 ‘전통한복전시회’, ‘세미누드전’ 등은 마지막 날 오후에는 문을 열지 않아 관람객들의 빈축을 샀으며, 13일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전국서화백일대상전’은 홍보도 안된채 전주교대로 변경되어 어설픈 행사운영의 단면을 보였다. 풍남제 행사에 적합하지 않은 기획도 여전히 눈에 띄는데, ‘세계유명아이스발레단 초청공연’ 등이 그 단적인 예였다. 주최 측은 97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고장으로서 명성을 알리자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하지만, 전통축제 기간에 아이스발레단은 풍남제 전체 맥락을 흐려 놓았다. 그러나 매년 바가지 상흔과 무질서로 문제를 남겼던 난장은 예년에 비해 비교적 질서있게 진행되었다. 풍남제전위원회는 시청 공무원으로 구성된 ‘특별질서대’를 24시간 운영, 질서 유지에 힘썼으며, 새마을 부녀회, 원불교 신도회, 천주교 신도회 등 3개 단체에 ‘전주난장 음식자랑 코너’를 마련하고 전통음식을 2가지 이상을 취급하게 하는 등, 바가지 상술 단속과 위생관리에 나섰다. 그러나 전통의 재현마당이어야 하는 난장에 난데없는 ‘중소기업 우수상품 코너’가 열려 관람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또한 경기장 바깥에는 여전히 잡상인들의 바가지 요금과 비위생이 판을 쳤다. ‘풍남제만의 것’이 필요하다. 풍남제전위원회 한 관계자는 풍남제가 지역문화축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의 적극적 지원과 전주시민들의 참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풍남제전위원회가 풍남제가 있을때만 움직이는 단체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을 미리 확보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시에서 나오느 보조금은 너무 늦게 집행되어 체계적인 기획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올해는 풍남제전위원회가 관에서 민간으로 이전된지 세 번째로 열리는 행사였다. 그러나 관주도 시기보다 별반 나아진게 없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전문성 강화가 필요한 때이다. 풍남제 행사에 참여했던 한 시민단체는 전주시민과 ‘함께’하는 내용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주최측에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부평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마련되어 행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에게도 행사를 기획해 놓고 ‘와서 해주라’가 아니라 기획의 단계에서도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전주의 옛 명성을 ‘문화의 선진도시’로 널리 알리는데 풍남제는 분명한 몫 단단히 할 좋은 자원이다. 각종 행사들의 의미없는 나열이 아닐, 전주의 색깔을 알릴 수 있는 일관된 주제와 참신한 아이템이 계속 개발될 때 전주의 풍남제는 판소리의 구성진 가락따라, 태극선의 아름다움따라, 비빔밥의 맛깔스러움을 따라 세계 속의 문화 축제로 자랄 것이다. 그러나, 전주의 신명을 만들어 내는데 게을리 한다면 풍남제도 다른 지역의 숱한 문화축제 속에 묻힐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시민은 들러리(?)·전주시민회 사기당했다. 우와! 풍남제 난장에 다녀온 회원들의 이야기이다. 무과시험의 재현, 전라감사 행차재현, 옛 복장의 안내원들의 배치 등을 풍남제는 새로운 시도가 낳이 되었다. 기존의 관례나 통념을 넘어 새로운 시도는 높이 평가해야 함에도 실은 그렇지많은 않다. 한데 사기가 난무했다는 말은 왜 나올까? 관주도의 행사를 탈피하고 민간의 참여를 이룩하기 위해 시도한 것이 참여의 폭도 협소할뿐더러 색이 바래는 결과를 낳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권위주의와 관료주의가 판을 친 기존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가 ‘향토음식의 맛자랑, 가격안정’이라는 구호였다. 맛과 가격에 기준을 정하고 많은 취재진과 행사관계자에게 선전하며 올해 ‘난장’은 이렇게 준수(?)하게 치러진다고 자랑하기에 급급한 관계자들의 의도에 본의 아니게 협조하고 말았다. 정작 이곳을 이용해야할 시민들은 구경거리고 살펴보고 고만고만한 상인들의 천막에 발길을 돌린다. 하지만 종합경기장 밖의 모습은 말 그대로 틀에 박힌 ‘난장판’이다. 그래도 제전위원회에는 자랑이 만만치 않다. 관계자들의 자랑 속에 시민들은 사기당했다는 생각이 들만하다. 그런데 관심을 갖게하는 행사가 있었다. 전주의 풍남제를 전국적으로 알리고 참여를 이루게 한 행사를 추진한 예가 이 기간 치러진 ‘생활체조’ 경연대회였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이를 준비하는 사람들로부터 이러저러한 어려운 점을 듣고 시관계자들의 자세와 편의적이고 무사안일한 행태가 여전함을 알며 속이 메스꺼워졌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공치사는 뒤로하고 일 자체에 대한 기쁨과 보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귀감이 될만하다. 공로상이 있다면 이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 변모하는 풍남제가 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참여케하는 행사가 준비되어야 한다. 시민의식만 탓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한두 해 치러질 행사가 아니라면 항구적인 노력과 예산투자가 되었을 때 전주의 특성에 맞는 풍남제, 볼거리와 먹을 거리, 기억에 오래남는 풍남제가 되지 않겠나! 축제, 그 허전함의 변명·우리마당 축제, 그것은 집단 구성원들이 가졌던 삶의 응어리를 풀고 더 나아가 그들을 하나의 의식으로 엮는 넓은 의미의 굿이라고 할 수 있다. 화성에 우주선이 착륙하고 컴퓨터가 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현대에도 축제는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풍남제는 전주 시민들의 정서를 하나로 묶고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공동체적 삶의 테두리를 세운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풍남제는 정작 그런 구실을 못하는 것 같다. 일단 주제가 없다. 남원의 춘향제만큼 집단적 의식성을 끌어 올리지 못하고 영광 법성포에서처럼 자발적 참여의식에 기초하는 축제가 아니라면, 차라리 춘천의 국제마임축제처럼 하나의 주제하에 일관되게 보여지고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풍남제는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고장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다른 지역과의 변별성을 찾기 어려운 방만한 행사였다. 시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문화공간을 지정해서 공연을 펼치면 지역문화단체의 참여 폭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또 가장 큰 맹점은 바로 보여주기식 행사에 있다. 새로 재현한 기접놀이는 재현에 있다기보다는 재현하고 있다는 노력 자체를 보여주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다른 행사도 마찬가지이다. 풍남제의 주인은 바로 시민들인데 그들을 대상자로 취급한 경우가 너무도 많았다. 그래서 결국 계획된 행사를 제시간에 시작하고 끝내는 것이 다인것처럼 행사가 치루어지고 시민들은 자부심보다는 공허감으로 근처 술집을 배회하였다. 대사습놀이나 고수대회 등도 온고을터에 뿌리내리기 위한 대중적인 자기 변신이 필요하다. 일부 나이든 어르신이나 국악인, 소수 관심자 외에는 이미 일반인의 관심밖으로 밀려난 것 같다. 그리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심사불공정시비로 그 행사의 권위가 바닥을 기고 있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전천후 폭격기-방송국의 횡포는 정말 가슴일 떨릴 지경이었다. 취재를 하든, 생방송을 하든 그 행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하지 않은가? 주위에 모여든 그 많은 사람들을 밀고 땡기고, 오라가라 하며 ‘캇’소리에 행사가 끊기는 등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폭력을 저질렀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고 말이다. 늦은 저녁무렵 행사장 주변 잔디밭에서 간단한 뒷풀이에 흘겨치던 장고소리에 모여든 수많은 군중이 떠오른다. 남모르는 사람끼리 누구는 수내고 누구는 국악원에서 배운 소리 한 자락. 풍물장단에 맞춰 어깨춤을 추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바로 이들이 주인이다. 이 사람들 얼마나 문화소외 지역에서 살아왔으면, 얼마나 능동적 문화현상에 목말라 했으면 그 늦은 시간에 모여 저리 좋아할까? 밭은 좋은데 씨를 잘못 뿌리지는 않았는가? ‘민간주도’의 명색을 살려야·소리꽃 1959년 단오를 전주시민의 날로 제정하면서 시작된 풍남제가 올해 서른 아홉 살의 나이가 되었다. 작년과 같이 ‘신명난 풍남제 세계로 미래로’라는 주제로 많은 행사들이 치뤄진 이번 풍남제가 실제로도 많은 사람ㄷ르에게 신명난 잔치로 자리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39년이란 세월의 깊이가 말하듯이, 대사습놀이 전국남녀 시조경창대화, 전국한지공예대전, 잃어버린 전주의 민속놀이인 기접놀이 재현 등…. 8개 분야 35종류의 다양한 전통문화 행사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잇는 것 같다. 그리고 어린이 사생대회와 인형극, 노인 위안 놀이마당,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한마당도 마련해 어린이에게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지역의 소외된 사람들을 포함하는 행사를 만들고자 하는 제전위원회의 노력 또한 볼 수 있다. 하지만 ‘세계로 미래로’라는 주제에 걸맞는 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는 전주시민들의 전반적인 풍남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많은 시민들은 풍남제하면 떠올리는 것이 어떤 특정한 행사에 대한 기억보다는 난장을 많이 떠올린다. (이것은 난쟁이 열리지 않은 94년, 95년의 풍남제를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그리고 풍남제에서 치뤄지는 행사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겨서 보고 참여하는 사람들보다는 단지 먹고 마시는 것에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다행히 올해는 노점상에 대한 나름의 원칙이 세워져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동안 난쟁이 세시풍습을 재현하고 전통놀이문화, 전주만의 음식문화 만들기 등의 본래 의미를 상실한채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던 것은 아직도 풍남제가 전주시민들의 건강한 축제문화한마당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의식이 변화없이 겉모습만 화려하다고해서 세계로, 미래로 가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전주시민을 비롯한 제전위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로 지역의 젊은 문예일꾼들의 참여공간에 대한 적극적인 배치이다. 대부분의 행사가 전통적인 놀이와 문화를 되살리려는 것에 집중되어 있거나 대회 형식을 취하고 있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참여하고 즐기는 문화라기 보다는 보여주고 보는 문화쪽에 치중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풍남제가 단순히 일회적 행사가 아니고 지역의 전통문화를 되살리고 전주만의 특색있는 문화마당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역의 문화발전이라는 측면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즉, 전통과 미래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나게 어우러지는 축제마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역문화발전은 젊은 일꾼들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크고 작은 지역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때 가속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극, 춤, 노래, 한국음악, 미술, 문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잇는 젊은 문예일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풍남제가 되었을 때 풍남제는 한층 신명나는 잔치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간주도의 독립적인 단체로 운영되고 있는 풍남제전위원회가 먼저 각각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단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 단체들이 풍남제 준비과정 속에서 적극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논의구조를 만들어 갈 때 한발짝 앞선 지역 문화예술을 꽃 피울 수 있다고 본다. ‘맛뵈기’가 아닌 진정한 축제를 위해·황토현 문화연구소 춘향제와 더불어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축제 풍남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리게 된 것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고 싶다. ‘인간은 놀고 있을 때에만 온전히 인간이다.’라는 쉴러의 말처럼 풍남제 기간동안 행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던 몇 가지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히고자 한다. 첫째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주제로 열렸던 한복 전시회를 예로 들자. 우리 조상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떠한 옷을 입었으며, 어떠한 옷을 입고서 자연으로 돌아갔는가를 알아보고자 수많은 사람ㄷ르이 행사장을 찾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행사를 내년에도 기획한다면 한 가지 제언을 드리고 싶다. 전시할 작품을 일개 학교나 개인에게 빌려올 것이 아니라 전북지역의 가정과 교사들 또는 지역 곳곳에서 우리옷을 만들고 있는 전문가나 숨은 인재들을 발굴하여 이들의 의견을 모아 부문부문마다 작품을 제작하여 전시한 뒤에 ‘옛사람의 우리옷’이라는 이름의 작은 박물관을 만든다면 지역 축제자 공동참여의식, 지역경제자립, 교육적 효과 등의 부수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23년만에 재현된 삼천동 정동 마을의 기접놀이인데 몇십년동안 단절되었던 기접놀이를 시도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형의 상당부분을 생략한 맛뵈기 행사에 그쳤다는 혹평과 함께 어린학생들에게 몇 개월동안 연습시켜서 재현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생들의 특성상 연속행사에는 부적합하다. 오히려 기접놀이가 성행했던 정동, 황대 마을의 주민들과 전통문화단체의 준비자금을 주어 참여케 한다면 실질적인 전통민속놀이의 창조적 계승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다행이도 올해 그 지역 사람들이 모여 서툴게나마 기접놀이를 재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셋째로는 타지역 사람들에게 맛과 멋의 고장이라고 인식되어 있으면서도 전주만의 독특한 맛이 사라져버린 풍남제에 관해서이다. 바가지 상혼과 불청결로 악명이 높았던 지난해의 소문에 질려서였는지 올해는 종교·사회단체에 음식점을 넘기다보니, 저주만의 특색을 지닌 음식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전주 풍남제는 왜 낙안읍성 음식축제나 타지역의 축제에, 고민도 없이 맛의 고장이라는 귀중한 월계관을 넘겨주고 있는가? 전주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었었던 99가지의 김치, 99가지의 장아찌, 99가지의 젓갈 등도 재현해야하고 나라안에 이름 높았던 전주 팔미와 고창의 풍천 장어, 진안의 애저 등의 음식코너를 활성화하여 맛의 고장 전주를 널리 알리는 풍남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풍남제가 시민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선 지역문화단체나 시민단체들을 집행부에서 적극적으로 포용하려는 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가오는 해엔 퇴폐적으로 흐르지 않는 좀더 바람직하고 의미있는, 아이들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운 풍남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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