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8 | [문화저널]
청소년이 봉이냐?·김보금
김보금
(2004-02-12 15:42:19)
오늘은 고발품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가끔은 소비자 고발건을 처리하다 화가 나기 시작하면 나는 말을 더듬기 시작하고 목소리가 커지는 다혈질적인 기질이 있어 스스로 내가 못마땅할 때가 있다. 하지만 후회하는 횟수가 처음 소비자 운동을 시작할 때보다는 많이 줄어들고 있어 점점 수양(?)이 되어 가는 것 같다가도 오늘 같은 이야기를 할 때는 다시 열이 오른다.
오늘은 우리 사무실에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자주 오는 아저씨가 오셨다. 평소 성실한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아버지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별 탈없이 잘 자랄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물건배달이 아니라 당신 아들 문제로 왔다며 하소연을 하였다.
사연인즉, 우리 사무실 오기 하루 전날 경찰서에서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폭력배로 몰려 조사를 받는다는 이야기에 다녀왔는데 너무 어이가 없다고 했다.
사연인즉, 착하고 부모말에 순종하는 아들이 얼마 전 수학여행을 가기 전 친구 10여명으로부터 돈을 빌려 39만원 가격에 휴대폰을 구입하였다. 휴대폰을 구입하면서 친구들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 화근이 되어 폭력배로 몰려 조사를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정말 당신 아들이 친구를 때렸다든지 돈을 강제로 뺏은 상태면 덜 억울한데 고등학교 학생인줄 알면서도 휴대폰을 판매한 가게가 나쁘고 더 괘씸한 것은 경찰서에서 조사 후에 휴대폰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아들방을 뒤져 구입처에 갖다주자 1년 가입을 했기 때문에 취소하려면 13만원을 해약료로 내야만 가능하다고 한 것이다.
최근 들어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많다.
이 고발건은 한술 더 뜬 이야기이다.
하루는 무슨 통신회사라면서 아들이 할부금을 안내니 부모가 대신 내라며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던 도중 우리 아들은 이제 고등학교 학생으로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무슨 할부금이냐고 항의를 하자 법적으로 대응한다며 전화를 끊어버리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물어본 결과 올해 1월에 휴대폰을 보증금 포함하여 140만원에 할부로 아들이 샀다.
아들은 사업자가 시키는대로 주민등록 등본을 떼어서 갖다 주자 사업자가 아버지 도장까지 파고 또 은행에 자동이체 계좌까지 설정해서 할부금을 받기로 했는데 돈이 입금이 안되자 부모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이런 문제로 사업자에게 항의를 하면 사업자들은 부모가 여유있으면 사줄 수도 있는 일이고 또 요즘 고등학생정도면 사복을 입으면 대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구분이 안간다는 볼멘 소리를 한다. 하지만 주민등록등본까지 요구를 하고 부모도장까지 대행할 때는 미성년자인지 몰랐는지, 또한 돈이 안들어올 때만 전화하지 말고 판매하는 과정에서도 자세하게 보호자에게 확인작업을 했어야 한다.
오늘도 한 학생이 전화를 했다. 길거리에서 전화를 사고 계약금 만원을 주었는데 집에 와서 생각하는 잘못된 것 같아 찾아가니 만원 환불도 안되고 해약도 어렵다고 하자 이 학생은 나와 전화상담을 하면서도 집에는 전화를 절대 하지말라는 당부를 했다.
우리 단체에 한달 방문판매 4백의 고발건중에서 놀랍게도 미성년자가 40%를 차지한다. 부모와 의사소통이 잘되는 아이들은 이런 문제 발생시 두려워하지 않고 상의를 해서 쉽게 처리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혼자서 고민하다가 종종 가출하는 사례가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십년전만 해도 방문판매에 속아 책 등을 구입한 후 그것이 빌미가 되어 집을 나가게 되었을 때 어떡하면 좋으냐며 애타던 부모님들의 모습이 있었지만, 요즘은 (전부는 아니지만) 아이가 나가버렸는데 내가 왜 돈을 내느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부모를 만날 때는 썩 기분이 좋은 상태는 아니다.
어떻든, 요즘 들어 여기저기에서 청소년문제가 봇물터지듯 나오고 있다. 그럴만한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만의 문제라고 내몰기에는 어른들의 반성할 점이 많다. 교과서적인 이야기겠지만 청소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분들은 무조건 팔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그들은 우리가 보호해야할 대상이라는 점을 먼저 생각하고 우리 가정에서는 돈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돈을 쓰는 것인지 돈의 가치에 대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 또한 평소 아이 앞으로 생소한 우편물이 올 때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일부 사업자들은 양심도 업이 할부금이 늦어지면 아이들을 법정에 세우겠다는 최후통첩 운운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