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3 | [문화저널]
우리음악에 쓰이는 말 / 「타령」
순수한 노래 그 자체를 의미한다
글·최상화 전북대교수·한국음악학과
(2004-02-12 14:59:13)
‘타령(打令)’이라는 말은 음악 용어로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용어로도 많이 사용된다. 전통사회에서 타령은 그 자체가 곡이름(曲名)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일반적으로는 ‘노래하다(Singing)'라는 뜻의 범칭(汎稱)이 되기도 했다.
정악곡(正樂曲) 중 영산회상(靈山會上)은 모두 9곡의 조곡(祖曲)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여덟 번째로 연주되는 곡의 이름을 ‘타령(打令)’이라고 하는데, 이는 위에서 전자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또한 타령은 다른 명사와 결합하여 ‘~에 관한 노래’의 뜻으로도 사용되는데, ‘군밤타령’, ‘새타령’, ‘꽃타령’ 등이 그 예이다. 이는 후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옛 문헌에 의하면 타령은 판소리의 다른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당신은 술 한잔 걸치면 타령을 참 잘하시는 구랴’ 또는 ‘오늘은 클래식이나 뽕짝보다는 타령이나 한 곡조 뽑읍시다’에서의 타령은 옛 노래, 즉 전통사회에서 발생한 음악을 포괄하는 범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순수하게 노래 자체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당신은 매일 술타령 이구랴!’ ‘얘야, 너는 어쩌자고 허구헌 날 돈타령만 하냐?’ 에서의 타령은 어떤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에 대한 타박의 심정을 담고 있다.
이러한 용례를 통하여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타령은 음악적인 용어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폭넓은 일상생활용어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타령이라는 말은 우리 나라의 전통음악을 나타내는 독특한 고유명사로서 그 의미망이 확고히 형성된 가운데, 일상의 언어활동에서는 그 뜻이 다른 방향으로 확대재생산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