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3 | [문화저널]
문화가
추사 김정희 「세한도(歲寒圖)」 완전공개
문화사적 의의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문화저널(2004-02-12 14:48:02)
「세한도」를 완전 공개하면서 우리 나라 인사들이 쓴 발문을 조사, 「세한도」가 김정희의 손을 떠난 후 어떠한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명확하게 밝혀내는 성과를 얻었다.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돼 화제를 모았던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의 「세한도(歲寒圖)」전체가 최초로 전시된다. 국립전주박물관이 소장자 손창근(孫昌根)씨와 협의 끝에 22일부터 전시하게된 세한도 전체는 10m에 이르는 대작. 문화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세한도)」는 그 동안 1986년 국립박물관 중앙청 이전 개관 특별전과 1990년 추사 김정희의 ‘달 특별전’, 그리고 국립전주박물관이 97 무주 전주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기념 문화축전으로 기획한 ‘눈그림 6백년’ 회화 특별전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지만 그 전체가 공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전시에서는 그림과 추사(秋史)의 발문까지만 전시되었던 데 비해 이번에는 「세한도(歲寒圖)」가 그려진 이듬해인 1845년에 이를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청나라 장악진(章岳鎭), 오찬(吳讚), 조진(趙振) 등 16명의 중국 유학자들과 이시영(李始營), 오세창(吳世昌), 김준학(金準學), 정인보(鄭寅普)등 우리 나라 사람들이 쓴 내용까지 모두 공개되는 것.
특히 국립전주박물관은 이번 「세한도」를 완전 공개하면서 우리 나라 인사들이 쓴 발문을 조사, 「세한도」가 김정희의 손을 떠난 후 어떠한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명확하게 밝혀내는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세한도」는 25일부터 3월 2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에서 전시된다.
현대무용단 사포 작품집 발간
서울 중심의 공연활동 벽 허물기
80년대와 90년대 전북지역의 현대춤 역사로서 뿐 아니라 우리 한국 현대춤의 역사에 중앙과 지방이 벽을 허물어낸 한 무용단체의 성실한 열정과 활동을 보여준다.
현대무용단 사포(대표 신용숙)가 그 동안의 활동 면면을 모아낸 작품집을 냈다.
지난 85년에 창단, 지역문화풍토의 열악한 여건을 무릅쓰고 꾸준한, 그리고 열정적인 활동으로 지방 예술 단체의 모범을 보여온 사포가 창단 12번째를 맞는 97년 새해 내놓은 작품집은 그 동안 무대에 올렸던 작품을 사진으로 담은 흔적이자 결실이다 .
<어느 해 어느 달>과 <공해풀이>로 창단 무대를 시작, 지금까지 11회의 정기공연을 비롯, 야외춤판과 소극장 기획공연, 각 종 페스티발 참가 및 초청공연 등 80회가 넘는 무대를 올렸던 사포는 대표작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작품만도 20여 개. <거울 속의 카르멘>, <그들은 꿈꾸고 있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진혼곡>, <가끔씩 그 소리가 들렸다>, <그 해 오월>, <다시 핀 그대에게>, <취한 배>, <오렌지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9월의 신부>등이 뒤를 잇는다.
사포의 작품이 갖는 특징은 인간의 존재와 삶에 대한 진지한 사색과 성찰, 대부분의 작품이 이러한 주제를 농밀하게 싣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역사와 오늘이 상황에도 눈을 돌린다. 그러한 작업의 본격적인 시도는 90년대 중반부터 이루어졌다.
광주 항쟁 15주년을 기념해 만든 <그 해 오월>이나 동학 농민군 유골 봉환의 의미를 담은 <다시 핀 그대에게>는 역사를 향한 예술작업의 큰 몫을 드러내주기에 족했던 작품으로 꼽힌다. <그 해 오월>은 광주 민중항쟁, 그것도 처절한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울분으로 터뜨리는 생경한 목소리 대신 육신으로 받아들인 절제된 형상이 15년이 지난 바로 그 광주에서 처음 성공적인 무대예술로 꽃을 피웠다. <다시 핀 그대에게> 역시 사포의 예술적 역량을 그대로 과시했던 작품. “현대적인 굿”으로 해석되기도 한 이 작품은 투명하게 설계된 도면처럼 그 내면이 드러나 보이면서도 구성력이 뛰어난 작품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현대 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했다.
현대 무용단 사포의 역할은 현대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높이고 공연예술의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점말고도 무용수들의 꾸준한 발굴에서도 찾아진다. 이제 30대 중반의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의 시기를 맞고 있는 강형숙, 신용숙을 비롯, 전북 무용계 뿐 아니라 우리 현대춤의 영역에서 한몫을 해나가고 있는 역량 있는 젊은 세대 춤꾼들은 바로 그 결실이다.
이번 사포가 펴낸 작품집은 20여 작품의 장면 장면을 포착한 사진작품과 그 작품들에 대한 비평, 연보, 그리고 사포를 꾸리고 있는 식구들이 면면이 잘 정리된 사진집이다.
사포의 기둥인 김화숙 교수의 연보와 함께 촘촘히 기록된 이 작품집은 80년대와 90년대 전북지역의 현대춤 역사로서 뿐 아니라 우리 한국현대춤의 역사에 중앙과 지방의 벽을 허물어낸 한 무용단체의 성실한 열정과 활동을 고스란히 담아낸 가치를 보여준다. 또한 사진예술과 춤예술의 접목이 지니는 미학을 함께 감상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제5회 정월대보름굿 「달아 달아 밝은 달아」
공동체문화 소중함 일깨운 자리
이 날 행사의 최고조는 해질 무렵 떠오른 달과 함께 달집을 태우는 순서에 이르러서였다. 타오르는 달집 주위를 돌며 강강수월래를 부르며 올 한해의 소원을 기원하고 삶의 풍요를 기원했다.
이삼십 년을 전후해 우리 사회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며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케하는 산업화 도시화의 방향으로 일관해왔다. 이로 인해 개인과 이웃 그리고 가족과 사회를 이어주며 건강한 고리역할을 하던 공동체 문화를 많은 부분 도심 속에 잃어버리거나 왜소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한편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산업화·자본주의 사회를 추구해온 서구 선진국들이 공동체문화의 회복을 위해 인도와 중국 등지의 동양에서 그 모델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산업화 이전에 농경문화가 생활의 뿌리를 이루던 우리네 세시풍속 가운데 정월대보름은 민족 최대 명절인 설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당연히 대보름을 전후해 준비되고 벌어지는 행사가 일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공동체문화를 대표해왔다.
지난 2월 22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전국 각 지역에서는 한해의 액운을 쫓고 풍요를 염원하는 정월 대보름 민속놀이 행사가 풍성했다.
전북에서도 보름을 일주일 앞둔 16일 남원 주생면도산마을에서 열린 호남좌도 정월대보름 굿을 시작으로 대보름인 22일 전주를 비롯해 부안(보안면 우동리), 김제(월천동 입석리), 정읍(산외면 정양리 원정), 고창(신림면 무림리 임리·오거리 당산제), 익산(웅포거리제), 군산(개정면 대방리), 남원(당산제), 금마(기세배놀이) 등 도내 각 지역에서 다양하게 펼쳐졌다.
이 가운데 전주 다가공원과 객사 인근에서 열린 정월대보름놀이는 도심 속에 열리는 것이어서 정월대보름 풍습이 조는 공동체문화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는 행사였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대보름 축제의 공동체 기능과 고유 민속놀이를 되살려 시민을 위한 축제 마당을 꾀하며, 시민들의 일체감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지난 1993년부터 전라세시풍속보존회(회장 신정일)가 중심이 되어 추진되어왔다.
이 행사는 「달아 달아 밝은 달아」라는 주제로 열나흗날인 21일과 보름은 22일 이틀에 걸쳐 펼쳐졌다.
풍요의 원점인 대보름을 맞이하는 채비는 보름 이전부터 서서히 준비된다. 꽹과리, 징이며 장고 등 농악기를 꺼내 묵은 먼지를 털고, 줄다리기와 달집에 쓰이는 굵은 새끼줄을 꼬기도 하며 집집마다 밤새도록 불을 밝혀두고 밤을 지새기도 한다. 약밥, 오곡밥이며 나물, 부럼 등도 마련해 놓고 쥐불놀이나 연날리기를 위해 솜씨를 부리기도 한다.
전주행사도 보름을 하루 앞둔 열나흗날 다가공원과 객사 인근에서 걸립굿과 마당밟기, 대동장승제, 사물놀이와 풍물굿 등이 펼쳐졌다. 이에 앞서 보름을 앞두고 다가공원에는 장승 4기가 세워졌었다. 이어 보름달인 22일에는 오후 1시부터 전주 시청 앞 터굿을 시작으로 객사, 다가공원을 잇는 길놀이가 계속되었다. 저녁 무렵이 되면서 시민들은 널뛰기, 줄넘기, 쥐불놀이 등의 민속놀이로 한데 어우러졌고 당산제와 판굿, 각정굿 등이 흥취를 돋구었다. 이날 행사의 최고조는 해질 무렵 떠오른 달과 함께 달집을 태우는 순서에 이르러서였다. 타오르는 달집 주위를 돌며 강강수월래를 기원하고 삶의 풍요를 기원했다.
행사를 주관한 전라세시풍속보존회 신정일 회장은 “우리 문화와 긍지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가운데 이제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참여를 이끌 계획이다.”고 말했다.
故 민족시인 김남주 3주기 추모제
기념사업추진으로 추모의 뜻 담아낸다
김남주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는 김남주의 육체적·정신적 고향인 광주의 지인들을 중심으로 꾸려졌으며, 기금 조성을 위한 고향그림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꾸려 나갈 예정이다.
말과 행동과 시가 일치했던 시인. 역사의 화살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혁명가. 불꽃처럼 한 시대를 살다 48년의 짧은 생애를 마감한 故 김남주 시인 추모제가 2월 16일 오전 11시 고인이 누워있는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서 열렸다. 시인 김남주는 1946년 전남의 해남에서 출생하여 1994년 2월 13일 췌장암으로 별세 할 때까지 역사의 전선에 서 있었던 시인이다. 79년 ‘남민전’ 사건으로 옥중에 묶인 몸이 되어서도 압수당한 연필과 종이 대신, ‘마시고 버린 우유곽에다 못으로 꾹꾹 눌러쓴’ 시들을 통해 자유와 해방을 노래했다. 그의 시들은 암울한 시기에 음성적인 문건형식으로 은밀히 사람들 사이에 읽히면서 광범한 독자층을 형성했다. 그의 시들은 사람들의 가슴에 부끄러움과 분노를 깨우쳤고, 또한 우리 문학사에서 민족 문학의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추모제는 눈발이 날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유족과 생전이 지인인 동료 선·후배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남주 시인의 약력 소개와 송기숙교수, 문병란 시인, 유시춘 작가회의 상임이사 등의 추모사, 올해부터 추진 중인 김남주기념사업준비위원회 공동대표 이강 씨의 사업 계획보고와 추모객 참배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송기숙 교수는 이날 추모사에서 "지금처럼 혼란한 시기에 그의 민족과 통일을 위한 열정이 그립다."고 말했고, 유시춘 작가회의 상임이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시인의 부재를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고인에게는 미망인 박광숙 여사와 아홉 살박이 아들 토일 군이 있다. 한편 김남주 시인의 정신과 삶을 기리기 위한 김남주기념사업회가 꾸려져 눈길을 끌었는데 광주 송원 갤러리에서 기금 마련을 위한 사업의 하나로 '시인 김남주를 기리는 고향 그림전' 「고향유정(故鄕有情)」이 2월 13일에서 2얼 19일까지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흔히 혁명시인으로만 알려진 김남주 시인의 고향적 정서를 알려내는 자리였고, 도시의 그늘 속에 사라져 가는 우리의 고향을 돌아보게 하였다. 또 그 이윤을 통해 김남주기념사업회를 준비하는 따뜻하고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번 준비위원회는 정식 김남주기념사업회를 꾸리기 위한 단계로 김남주의 육체적·정신적 고향인 광주의 지인 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기금 조성을 위한 고향그림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꾸려 나갈 예정이며 뜻이 있는 화가들과 그림 애호가들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동동대표 이강 씨는 말했다. (문의:김남주기념사업준비위원회 062-527-4501.2)
인터뷰 / 김남주기념사업준비위원회 공동대표 이 강
생전의 김남주 시인과 절친한 고향 친구로 해남중학교를 같이 다녔고 현재 5·18기념 재단 상임이사로 이 강 대표에게 기념사업의 취지와 계획을 들어봤다.
* 김남주기념사업을 추진하는 취지는?
그의 정신을 기리는데 있다. 시인의 삶과 시에 담긴 꿈을 오늘의 빛으로 조명하여 되살려 올 때, 왜곡되고 분열된 우리 사회가 소중한 공동체로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생전의 그가 문인 활동을 벌인 곳은 주로 서울이지만, 고향인 남도는 그 시정신의 토대였다. 따라서 광주의 문학예술인들이 중심이 되어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그의 정신을 알려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준비위는 김남주기념사업회를 꾸리기 위한 준비단계로 기금마련이 자리이다.
*김남주기념사업추진 계획은?
시인의 뜻을 사랑하는 분들의 정성을 모아 시인의 시비건립과 문학상 제정 등의 상업을 비롯, 시인의 뜻을 이 땅에 살아있게 하는 알참 일들을 하고자 한다.
*김남주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바램이 있다면?
시인을 아끼고 시대를 걱정하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애정을 부탁한다.
또 기금마련을 위한 고향 그림전에서 지필묵대금만 받고 흔쾌히 작품을 그려준 작가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이 전시회를 지속할 예정이니, 뜻 있는 작가들과 대중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전북지역 작가분들의 참여도 기다린다.
「전북연구논저목록」발간
지역학 연구 활성화의 바탕
전북지방과 관련된 각 분야의 연구 논저들을 한데 모은 목록집이 발간됐다. 전북대가 개교 50주년 기념 학술연구 사업으로 추진, 전라문화연구소가 간행한 「전북연구논저 목록」(도서출판 혜안)은 인문과학분야를 비롯, 사회과학 분야와 순수과학분야 등 모든 분야에서 해방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간행된 학술연구논저 가운데 전북지방과 관련된 것만을 뽑아 작성한 것이다. 전북이라는 특정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목록이 정리된 것은 이번이 처음. 각 분야의 전공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전북지역의 각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 정보집으로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라문화연구소 姜吉遠 소장(전북대 사학과 교수)은 "학문연구 활동에서 잘 정리된 색인 목록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음에도 각 분야에서의 목록집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며 이번 작업은 기왕의 목록집에 대한 조사 이외에 해당 지역의 연구자들과 연구 기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서면을 통하여 조사, 중앙에서는 찾기 어려운 연구 논저들도 상당수 포함시켜 학제간 연구활동을 통한 지역학 연구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전라북도연구소의 이번 목록집은 대부분 학원논문이나 단행본에 국한되어 있는 기왕의 도서 목록 작업 한계를 극복, 그 대상을 넓혔으며 특히 향토사와 민속 분양 등 지역의 특성을 살펴 볼 수 있는 연구논저들까지 세세하게 정리해놓았다.
지난 해 1월부터 1년여 동안의 작업 끝에 완성된 이 목록에는 정치·행정·법률·경제·산업·농수산·사회·노동·교육·문화·예술·문학·어학·철학·종교·역사·지리·순수과학·의학·약학·공학·기술 등 13개 분야, 7천 여건의 방대한 분량의 논저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