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3 | [문화저널]
독자와 함께
문화저널(2004-02-12 14:46:43)
새봄을 시작하면서 문지방이나 대문에 입춘대길이라 써붙이는 풍습이 새롭습니다. 옛사람들은 이때쯤이면 집 안팎의 것들의 묵은 때를 떨어내고, 쓰고 못 쓸 것들을 가려 한 해를 시작하는 준비를 했습니다.
한반도의 통일로 강한 민족국가의 탄생을 원하지 않는 주변 강대국들과 통일로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어지럽기만한 남북한의 현실은 새봄을 맞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관련 공무원들의 단속과 몇 백만원의 빚을 갚지 못해 늙은 어머니와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어느 붕어빵 장사의 삶은 한보로 다시 한번 놀란 우리들에게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는 과연 요원한 것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오늘 우리의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상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강덕경 할머니의 죽음을 얘기한 ‘여성과 문화’ . ‘저널이 본다’ 와 ‘꽁트’ 그리고 특별기고가 오늘의 우리 현실을 짚고 있습니다.
지난 2개월동안의 문화가 소식을 담은 문화가와 미술시장 개방을 다룬 특집도 마련돼있습니다.
올해부터 전면 개방된 미술시장. 아직 성숙한 시장 문화가 형성되지 못한 채이긴 하지만 미술시장 전면 개방을 맞은 국내 미술시장의 흐름을 취재부 기자들이 좇아보았습니다. 핫이슈가 되었던 ‘시장개방’ 이 뭘 의미하는지, 그리고 도내 미술시장에서 일고 있는 움직임이 담겨 있습니다. 미술시장의 전면 개방이 한국미술 발전에 ‘쓴 약’이 될지 ‘곶감’ 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문화는 일방적일 수 없고 단편적일 수 없습니다. 주고받는 것이며 복합적인 것입니다.
삶을 윤택하게 꾸려가기 위해서 건강은 그 주춧돌로 비유됩니다. 건강교실은 지난 호까지 완산 보건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정영원 소장의 연재를 마감하고 새로이 봄단장을 했습니다. 3월호부터 건강생활을 위한 자상하고 폭넓은 이야기와 함께 누누이 전해온 우리 민족 삶의 현장에서 꾸려져온 건강관을 전주 원광대학 한방병원 문구 내과과장이 연재합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대보름 굿 기고와 새해를 시작하는 지난 1월, 바쁜 걸음을 재촉했던 경주 기행의 기행문도 있습니다.
세 번째를 맞는 전북의 인물, 전북의 역사에서는 전북 지역을 토대로 일어났던 신흥종교의 굵은 마디를 이룬 증산 강일순의 생애와 사상을 안후상 씨의 글로 담았습니다. 우리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통해서 우리의 삶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유산의 해를 앞둔 세밑, 고창에 사는 윤도장 한분이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윤도장 김종대 씨. 불혹의 나이에 가업을 잇기 시작해 이제 예순의 나이인 그를 전북일보 고창 주재기자인 김경모 기자가 그의 세상살이를 글로 풀었습니다. 야무진 200년의 대추나무를 마름질하는 그의 형형한 눈빛에서 우리의 오랜 전통과 문화를 넘나드는 장인정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