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 | [문화저널]
기권 14표에 담긴 여성 정책의 현실
부결된 전주시 여성정책 심의 위원회 구성
글·오정례 전주시의원
(2004-02-12 14:35:20)
전주시 여성정책 심의 위원회 구성 및 여성 발전기금 설치 조례안이 지난 12월 2일 전주시의회 정기회의에서 부결되어 지역 여성계와 언론의 큰 비난을 샀다.
이 조례안은 95년 12월 29일 제정·공포되어 97년 7월 1일자로 시행하게 된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는 것으로써 그동안 세미나와 간담회를 통해서 여성계가 한 목소리로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던 사항이었다.
이 조례안의 주요 골자를 보면, 전주 시장산하에 여성정책을 심의 할 수 있는 심의 기구를 구성하자는 것과 여성발전기금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 안에 통과하면 전주 시장은 분기별로 여성정책심의 위원회를 개최하여 시의 중장기적 여성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법에서 명시한 남녀평등, 여성복지, 여성의 사회 참여 등 3대 과제와 제반 현안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 또한 여성발전기금이 1999년까지 5억이 조성되어 2000년부터 기금의 이자 수입금 범위 안에서 여성단체 사업의 지원, 여성의 국제협력에 관한 지원, 여성의 사회 참여와 복지 증진을 위한 반드시 필요한 이 조례가 전주 시의회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실패한 것이다.
부결되기까지의 주요 경위를 살펴보면, 본 조례안은 96년 11월 11일 오정례 의원 외 10인이 발의한 것으로 11월 18일 제 130회 임시회 1차 사회산업위원회 에비 심사에서 몇 가지 내용이 수정·보완되어 통과되었다. 그런데 11월 21일 법제계로부터 본 조례안 제 8조 2항이 기부금품 모집규제법에 위배된다는 공문이 의회로 접수되었다. 그 내용은 기금조성 방법에 관한 것으로서 “지방자치 단체 외의 자가 출연하는 기금”이라는 조항이 ‘주민 성금’이나 ‘기부금’ 모집을 규제하고 있는 규제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11월 23일 본회의에 상정된 본 조례안은 여러 논란 끝에 보다 명확한 법해석을 위하여 다음 정기회의에 상정키로 하고 유보되었다. 즉시, 이 안에 대해 정무2장관실과 내무부 등에 질의 한 결과 정부는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으나 지방자치 단체는 모집할 수 없다는 법해석이 내려졌다.
이처럼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재천 의원의 발의로 제 8조 2항을 삭제한 수정안이 12월 2일 제출되어 심의에 들어갔다. 토론순서에서 이모의원으로부터 반대 토론이 제기되었고, 반대 토론의 주 요지를 살펴보면, 첫째는 여성단체에 대한 지원이 지금도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현상황에서 남녀평등이나 여성의 사회 참여가 충분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특별한 심의 기구를 둘 필요가 없으며, 현재 가정복지과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반대 토론은 일정한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고, 표결 결과 참석 인원 40명 중 찬성 20표, 반대 7표 기권 14표로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였다. 97년 예산에 계상되었던 기금 1억원도 삭감되었다. 결국 부결의 원인이 된 기원 14표는 여성문제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제 이 조례는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 조례가 지역 여성계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례인 만큼 여성계는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더불어 전주 시의회의 결단도 기대해 본다.
오정례 / 전북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욕심 많고 활동적인 일꾼이다. 학생시절부터 총학생회에서 여성문제를 고민하였고, 여성운동연합 등에서 활발하게 일해온 장래가 기대되는 여성운동가이다. 현재 전주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