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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 | [문화저널]
저녁이면 불빛으로 모이는 나무꾼 하늘소
글·김태홍 전북대 교수 농생물학과 (2004-02-12 14:26:51)
하늘소 하면 누구나 천연기념물 제 218호인 장수하늘소를 떠올린다. 우리 나라에서 서식하는 하늘소 중 가장 커서 8~10cm나 되며 성충은 7~8월에 출현하는데 서, 신갈, 물푸레나무에 서식한다. 그러나 실제 표본을 구경한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며 현재 경기도 광릉과 강원도 소금강에서만 보고되고 있다. 중남미에 근연종이 분포하고 있어 학자들은 과거 아시아와 아메리카대륙이 육지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생물적 증표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 원래 하늘소과에 속하는 곤충은 다양하여 세계적으로는 15,000여 종이 알려져 있고 열대지방에서 더 흔하다. 우리 나라에서 만도 깔따구하늘소, 통하늘소, 검정하늘소, 넓적하늘소, 꽃하늘소, 목하늘소 등의 6개 아과에서 297종이 보고되어 있다. 그러나 여느 야생동물처럼 이들도 자연림과 서식처가 감소하면서 점차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추세이다. 사진에 보이는 하늘소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류로 첫 번째가 남색 초원하늘소(Agapanthia pilicornis F.)이다. 1.5cm 정도로 광택이 나며 5~7월 개망초, 엉겅퀴꽃에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긴알락꽃하늘소(Lepture arcuata Panzer)로 5~8월 찔레나무꽃에 모이는데 1.6cm로 흑색바탕에 황색띠무늬가 있다. 세 번째는 알락하늘소〔Anoplophora malasiaca (Thompson)〕로 청흑색 바탕에 흰점의 무늬가 불규칙하게 나있으며 3cm정도로 6~8월 버드나무나 플라타너스에서 볼 수 있다. 하늘소는 대부분 긴 원통형으로 등의 색이 곱고 때로 줄무늬나 반점이 나 있다. 밝은 색의 종류는 야생화에 모여들고 햇볕을 즐기며 꽃가루를 먹는다. 어두운 색 종류는 주로 야행성으로 낮에는 자기가 유충 당시 먹고 자라던 나무 부근에서 잎이나 껍질을 먹는다. 촉각은 유난히 길어서 몸길이의 배를 넘는 경우가 많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을 때는 긴 안테나를 나무의 굵기를 재듯 양쪽으로 벌려 둥글게 감는데 그래서 서양에서 부르는 하늘소의 별명이 나무꾼이다. 잘 날아다니며 야간에는 불빛으로 모인다. 턱이 튼튼해서 가지고 놀다 물리면 상당히 아픈데 대부분이 방어를 목적으로 가슴판을 위아래로 마찰하여 지~직~ 하는 소리를 내는 재주도 가지고 있다. 알은 나무껍질 틈새에 낳고 부화하면 속으로 파고든다. 둥그런 머리의 살색 유충은 자라면서 줄기나 목재 부분을 갉아먹고 사는데 포플러, 버드나무, 참나무 등 종에 따라 서식하는 식물의 종류가 일정하다. 항간에서는 삼림과 과수의 해충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실은 대부분이 세가 약하거나 죽은 가지만을 가해한다. 특이한 점은 하늘소의 유충은 직접 셀룰로오스(섬유소)를 분해하는 소화효소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곤충은 셀룰로오스를 스스로 소화하지 못한다. 그래서 필요한 만큼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방안으로 굴벌레나방의 유충같이 무지막지하게 많은 양을 먹어대거나 흰개미같이 소화관 내에 살고 있는 원생동물이나 세균의 힘을 빌어 공생하며 살아가는 종류가 있다. 유충이 대체로 2년을 나무 속에서 지내면 다 자라서 성충이 될 준비를 한다. 먼저, 굴을 뚫어 나무 밖으로 구멍을 낸 다음 부스러기로 마개를 해서 다시 막아 놓는다. 나무굴 안의 유충은 번데기가 되었다가 성충으로 우화 하면서 이 마개를 밀어내고 바깥 세상으로 나온다. 하늘소의 성충은 단단한 나무를 뚫어 구멍을 낼만큼은 턱이 튼실하지 못하여 유충 때 미리 만들어 놓은 자리대로 밀치기만 하고 세상구경을 하는 셈이다. 단단한 나무 속에 사는 유충은 천적으로부터 보호를 받지만 나무껍질 아래 또는 썩은 나무 속에 사는 종류는 처지가 달라 딱따구리의 좋은 먹이가 된다. 개중에는 등의 색이나 무늬가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 이끼 덩어리를 흉내낸 곰보하늘소, 새똥 모습을 한 새똥하늘소 같이 소극적 방법으로 천적에 대처하는 종류가 있는 반면 악취를 풍기거나 독이 있는 다른 곤충의 모습을 닮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종도 있다. 검정, 노랑의 줄무늬가 벌을 연상케 하는 줄범하늘소가 좋은 예로 벌처럼 안테나까지 짧아져 있고 포도호랑하늘소는 병정개미를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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