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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2 | [문화저널]
우리 곤충 이야기 하루를 위해 2년을 기다린다 하루살이
글·김태홍 전북대교수·농생물학과 (2004-02-12 14:19:15)
하루살이는 여러 곤충류 중에서도 일찍 지구상에 나타난 원시적인 부류에 속한다. 성충은 삼각형 모양의 큰 앞날개와 상대적으로 작고 둥근 뒷날개를 지닌다. 날개에는 시맥이 그물같이 섬세하게 나 있는데 쉴 때는 4장 모두를 한데 겹쳐 등위에 세워 놓고 있다. 앞다리 한 쌍이 조금 길고 나머지는 짧은 편이다. 꼬리 끝에는 몸체보다 길고 가는 실 모양의 미모가 나 있고 둘 또는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 작은 육각형이 모여 현미경 아래에서 보면 벌집을 연상케 하는 복합눈은 수놈에서 더 두드러지게 커 보인다. 안테나는 작은 털 모양으로 축소되어 주변 상황을 감지하는데 촉각보다는 시각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턱입 부위는 기능을 잃을 정도로 퇴화되었으며 따라서 성충기에는 먹이를 먹지 않고 물만 섭취한다. 따뜻한 봄날, 일시에 많은 수가 우화(羽化)하며 수백 마리 정도의 수놈이 무리를 이루어 군무를 추면서 암놈을 유인한다. 이속으로 암놈이 날아들면 수놈하나가 짝을 이루어 무리를 이탈, 결혼비행을 떠난다. 짝짓기 후 수놈은 바로, 암놈은 산란 직후 명을 다하는데, 그 수명이 수 시간에서 2일이 고작으로 1~2년의 약충기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순간이다. 성충기의 기능은 오로지 생식이며 이 목적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사용한다. 먹이를 찾는데 소비하는 시간도 아까운 것인지, 아니면 유년기의 철없는 시절이 좋고 의무만 산더미 같은 성년기는 조금이라도 빨리 벗으려는 것은 아닌지. 어쨌든 그래서 얻은 이름이 하루살이로 선조들의 관찰력은 성충만으로 보면 정확했다. 고등생물과 직접 비교를 할 수 없는 노릇이나 부모가 어린 것을 돌볼 필요가 없는 생활이기에 가능한 삶의 한 형태이다. 암놈은 언제나 알을 흐르는 시내, 연못 같은 담수에 알을 낳는다. 종류에 따라서 물위를 날면서 아래로 알을 떨어뜨리거나(하루살이과) 물 속의 풀이나 돌 위에 붙이기도 한다(꼬마하루살이과). 약충은 씹는 입으로 말류, 부식질을 먹으면서 수서생활을 하는데 야행성이다. 미모를 상하로 움직여 헤엄치며 4~7번째 배마디 측면에 나 있는 기관아가미를 이용하여 숨을 쉰다. 수초 사이를 헤엄치며 살아가는 종류, 바닥 흙에 구멍을 내고 살거나 돌에 붙어 살아가는 종류가 있다. 수개월에서 2년후 성충이 된다. 흥미있는 사실은 하루살이의 약충이 수중에서 아래위의 방향을 잡는 기준이 상식대로 중력에 의한 균형이 아니라 눈에 들어오는 빛의 방향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항에 넣고 기를 경우 바닥에서 위로 빛을 비추면 약충들은 위를 아래로 알고 뒤집어져서 헤엄을 친다. 하루살이가 다른 곤충과 구별되는 점의 하나는 아성충의 시기를 거쳐 성충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을 보면 천적을 피해서 저녁이나 새벽녘에 물 표면으로 올라와 수초나 돌 위로 기어오른다. 외피가 갈라지면서 날개를 지닌 개체가 나오고 잠시 쉰 후, 물가의 풀섶이나 울타리 쪽으로 힘겹게 날아간다. 비록 날개가 있으나 이를 아성충이라 하고 다음날 한번 더 허물을 벗고야 비로소 성충이 된다. 아성충은 색이 어둡고 활달하지 못하며 날개 가장자리에 가는 털, 연모가 나란히 나 있는 것으로 성충과 구별된다. 하루살이는 약충, 성충이 모두 민물고기의 좋은 먹이로서 담수생태계 내 영양단계의 기본임은 물론 새, 양서류, 거미, 잠자리 등에게도 먹이가 되어 중요한 생태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물 속에서 가축이나 산토끼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식물질을 동물질로 바꾸는 것이다. 비록 자기방어의 무기도 없이 연약하기는 하나 수를 주된 무기로 초식동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지표생물로 채택이 되어 수질 측정에도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론은 이렇다. 대부분의 수서곤충은 깨끗한 물을 좋아하지만 개중에는 오염된 물에서도 생활해 나가는 종류가 있기에 수질의 차이에 따라 서식하고 있는 곤충류에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한 수역에 서식하는 곤충을 보면 그 곳의 수질 식별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하루살이의 예를 들면 1급수에는 뿔알락하루살이, 2급수 이상에는 꼬리하루살이, 3급수 이상에는 고마하루살이, 4급수 이상에는 외날개하루살이의 약충이 살고 있고 이보다 수질이 낮은 곳에서는 하루살이류가 서식하지 않는다. 하루살이는 세계적으로 2,000 여종, 우리 나라에는 모두 36종이 보고되어 있으며 사진에서 보는 종은 하루살이 과의 무늬하루살이(Ephemera strigata Eaton)이다. 중간 크기로 앞날개의 길이가 1.5cm 정도인데 3갈래의 황갈색 미모를 가지고 있다. 날개는 옅은 갈색으로 투명하며 어두운 줄무늬가 있다. 약충은 땅 속에 기어드는 습성이 있어 물 밑 모래바닥이나 낙엽층 속에 산다. 성충은 4~7월, 부안, 변산, 진안 등지의 정갈한 물가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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