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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2 | [세대횡단 문화읽기]
우리 시대의 건강성 회복을 위한 힘겨운 걸음 -성폭력예방치료센타 개소 2주년을 맞아-
글·김연희 전주문화방송 구성작가 (2004-02-12 14:17:22)
한동안 ‘3천만원 있어?’ 라는 말이 유행한 때가 있었다. 그때 즈음이었을까? 성폭력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때가, 뉴스에서조차 길 가던 여자를 폭행한 사건이 단순한 폭행으로밖에 표현되지 못하던 것이 성폭행으로 불려질 수 있었던 때가 그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생각할수록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아름답고, 고귀해야할 성에 폭력·폭행이라니... 그것도 이제는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불려지고 있는 현실이 더 안타까울 뿐이다. 전주 같은 보수적인 도시에서 성폭력을 예방하고 치료하고, 또 추방하자고 한 단체가 탄생된지 2년이 흘렀다. 보수적인 교육 도시이기 때문에 성폭력이라는 것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램 이전에 성을 이용한 폭력은 어느 곳, 어느 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성폭력예방치료센타(이하 예방센타)의 할 일은 너무 많았고 그동안 참 많이 바빴다. 예방센타는 2년여 동안 1백회 이상, 1만 5천여 명의 사람들을 만나 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녔다고 한다. 한참 성에 민감한 중고등학교 학생들부터 시작해서 대학생, 직장여성, 주부, 이제는 공무원 연수장에까지 성은 이렇게 인식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중고등학교때 성교육이라는 것을 한번쯤 받아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저것이 무슨 얘기인가. 도대체 저런 말이 내 몸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이해가 될 듯 말 듯 아무튼 신체의 구조가 그렇다더라, 슬라이드 한 장면만을 머리속에 담아두었던 것 같다. 이런 겉핥기식 성교육이 우리나라 성문화의 이중성을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가 아닐까? 설마 지금도이런 성교육이 아이들에게 먹혀들고 있다고 교육당국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면서도, 예방센터의 성교육이 끝난 뒤 이런 교육은 처음이었다는 말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 어린 학생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성교육을 다시 시켜주어야 속이 후련할 것도 같다. “성교육은 인격에 대한 바로미터입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이제는 생물학적 성에 대한 소극적인 이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교육만이 잘못 나가고 있는 성문화를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성교육이 이를수록 좋다는 말은 쉬쉬하고 무조건 가리는 것을 알려줄 것이 아니라 제대로 빨리 알려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성폭력 예방치료센타 박상희 대표의 말처럼 예방센타가 2년여를 달려오는 동안 생생한 성교육에 치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성에 있어서 예방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하면 잔소리 아니겠는가. 예방센터가 해야 하는 교육의 분야는 너무도 다양하다. 가해자가 없다면 성폭력은 성립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가해자 교육도 빠뜨려서는 안된다. 그리고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성문제에 있어서 가장 적절한 말인 것처럼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사고를 가지도록 도와줄 수 있는 부모교육, 자원봉사자 교육, 사회복지계열 실습생 교육, 그리고 한창 붐이 일어났던 호신술 교육도 있다. 특별한 무예가 아니라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서대처할 수 있는 당당함과 자신감 거기에 간단한 무술로 위험에서 벗어나는 호신술 교육도 빠질 수 없다. 심심치않게 세상을 놀라게 하면서 알려진 성폭행 사건 피해자들은 그래도 용감하다. 그 피해자들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큰짐을 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 피해자들은 한평생 그 사실을 가슴에 묻어두고 입도 뻥끗 못하고 살아간다. 가슴을 쥐어 뜯으면서 아무리 자책을 해도 고소할 생각은 엄두도 못낸다는 피해자들의 심정을 들어주는 일도 예방센터의 큰 일이다. 혼자서 아파하고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도통을 들어줄 전문 상담원을 키우는 전문 상담실을 갖춘 것도 예방센터가 뿌린 2년동안의 결실이다. 뿐만 아니라 성폭력을 전문으로 상담해 줄 전문 상담원을 키우는 전문기관으로 명실상부하게 자리를 잡았다.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보건복지부 위탁 성폭력 상담원 교육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이런 상담 후에 필요한 조치가 있다. 바로 쉼터라는 공간이다. 피해자를 정신적인 치료뿐 아니라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소로 쉼터를 마련했다. 지금 보호하고 있는 3명의 피해자들도사실은 지금의 예방센터의 현실에서는 버겁다면서 97년도에는 단지 피난처가 아니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쉼터로 만들기 위해 주력하겠다고 말한다. 예방센터의 11월은 유난히 바빴다. 어린이 성폭력에 관한 토론회, 기금 마련 음악회, 호신술 강좌, 2주년 기념식과 성폭력 추방을 위한 캠페인까지 성폭력추방기간에 맟춰서 여러 행사를 가졌다. 성폭력의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고, 실무를 이끌어가는 사람이여성이긴 하지만 예방센터를 운형해 나가는 후원회원, 이사들은 반절 이상이 남성회원이다.(혹시라도 밖에서 보기에 여자들만의 단체이고 공간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풀기 위해 이 사실을 밝힌다.) 어떤 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문제는 여성의 문제이자 남성의 문제인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부족한 현실이 안타가울분이라는 예방센터의 지적처럼 내년에는 회비 2000원씩 내주는 회원 천명 확보를 위해 더 열심히 뛸 생각이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사회적인 체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울타리가 없는 교도소가 어떤 것인지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절실히 느끼게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큰 범죄인줄을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성폭력 가해자에게는 화학적으로 성욕을 없애버리는 벌을 내리는 나라도 있다는 박상희 대표의 힘있는 말은 피해자들의 큰 아픔을 대변해주는 한마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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