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0 | [문화저널]
PC 칼럼
한글을 돌려달라 - 한글프로 96 리뷰
글·최재호 자유기고가
(2004-02-12 13:16:28)
우리 나라의대표적인 프로그램인 한글과컴퓨터사의 한글프로96 이 발표된지 석달이 흘렀다. 매번 한글은 발표와 동시에 사용자들의 수많은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이번 원성은 그 방향이 지금까지의 프로그램상의 오류를 지적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솔루션웨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사용자 앞에 나타난 한글프로96은 프로그램과 특별사은행사의 형식을 빌려 한글프로96 외에 무려 20여가지가 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솔루션웨어는 한컴이 한글워드프로세서만이 아닌 여타의 소트프웨어에 대한 시장장악을 목표로 출시된 제품이다.
그러나 이번 제품은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인터넷 기능강화에 치중함으로써 정작 사용자들이 요구하던 DTP적 요소는 크게 강화되지 않았다. 더구나 번들된 프로그램들의 버그로 인해 오히려 한컴은 상담요원의 업무 폭증을 유발했고 사용자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의 기능습득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이후 한컴의 자세는 한국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라는 말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줬다. 우선 발빠르게 온라인망에 사용자들의 주된 질문에 답을 올리고 오류를 수정한 프로그램의 수정본을 통신망에 올려놓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로써 한글프로96에 대한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래도 사용자들의 요구는 줄기차게 올라왔다. 솔루션웨어가 아닌 한글을 돌려달라는 이유였다.
한글에 대한 사용자들의 진정한 요구는 워드프로세서에 안주하지 않는 한글이었다. 즉, 인쇄시장에서는 이미 한글을 이용해서 책을 출판하는 곳도 많고 웬만한 출력소에선 한글출력이 지원된다. 컴퓨터를 배우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한글은 이미 단순한 글자입력기 수준의 워드프로세서가 아니었다. 각종 편법을 통해서라도 DTP수준의 편집을 시도하는 사용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는 달리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전문 DTP프로그램으로의 발전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컴사는 오히려 이러한 사용자의 욕구를 잘못 반영하여 한글의 기능상의 변화는 별반 없이 번들 소프트웨어를 통해 워드프로세서 이외의 분야에 대한 지배권도 확보하고자 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차기 버전에는 이러한 사용자들의 요구가 반영되어 지금까지의 틀에서 벗어난 전문적인 DTP기능의 강화를 중심으로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건 한글과컴퓨터사가 아닌 한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