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6.11 | [문화저널]
우리에게 서양의 고전음악이란 무엇인가?
글·문윤걸 (2004-02-12 13:12:46)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난 그 동안 서양의 고전음악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서양의 고전음악은 많은 편견에 쌓인 채 평가되어 왔다. 그 중 하나가 서양의 고전음악은 엘리트들을 위한, 엘리트들에 의한, 엘리트들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편견이 생긴 데에는 세 가지 근원이 있는 듯 하다. 하나는 서양음악의 역사를 통해 볼 때 음악사에 등장하는 많은 작곡가들이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지배계급의 후원을 받으며 음악활동을 하였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서양의 고전음악이 추구하는 세계가 인문주의적 전통을 지닌 이들에 의해 인간정신의 가장 가치 있는 발현으로 숭배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우리의 서구지향적 지식인들이 서양의 고전음악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에술작품이며 인간정신의 극치로 받아들이면서 나를 다른 사람과 구별해 주는 수단으로 음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굳이 이를 편견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며 그것으로 다른 모든것을 사상해 버려도 좋을 만큼 서양의 고전 음악이 우리에게 가치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편견은 모든 민족에게는 고유의 문화가 있으며 고유의 음악이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우리 민족의 전통음악만이 가치있는 것이며 그 근처에 서양음악이 얼거리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주장이다. 이 역사도 일리있는 말이다. 특히 우리만큼 밑도 끝도 없이 들어 온 서양음악에 시달인 민족이 또 있으랴. 그리고 약 100년 사이에 5,000년의 역사를 다 까먹은 민족이 또 어디 있으랴. 이런 와중에 어떤 것이 더 시급한 문제인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를 편견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러한 잘못이 서양음악 그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음악이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는 했겠지만 그러한 역사의 원인은 음악보다는 다른 요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서양음악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각 민족의 고유한 특성을 바탕으로 어떻게 코스모폴리탄한 세계를 구축하느냐 하는 갈등과 투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서양의 고전음악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인간의 지적 가치를 표현하는 음악으로만 비추어지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각 민족 고유의 민족적 감수성과 음악언어들이 용해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서양의 음악가들은 자기 민족의 음악언어를 바탕으로 이미 구축된 음악세계에 대한 도전을 감행해 왔고 새로운 또 하나의 세계를 창출해 왔다. 여기서 그것이 그 동안 어떻게 사회적으로 기능해 왔느냐 하는 것은 이러한 음악가들의 정신과는 무관하게 수용자들의 왜곡된 가치지향 때문으로 별개의 문제로 생각해야 할 듯하다.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서양의 고전음악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동안 그것을 자기과시를 위한 또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왔던 수용태도이며 그로 인한 사회적 편견일 것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