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10 | [문화저널]
우리 곤충이야기
소년기의 추억으로 남은 형설지공의 상징
반딧불이
글·김태홍 전북대 교수·농생물학과
(2004-02-12 13:12:06)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곤충은 두 종류로 첫 번째는 경기도 광릉, 강원도 춘성군 등지에 출현하는 제218호의 장수하늘소이다. 두 번째가 무주군 설천면 소재 하천과 일대의 산기슭에 살고 있는 반딧불이로 서식지와 함께 제 322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곳에는 애반딧불이(Luciola lateralis Motschulsky)와 늦반딧불이 〔Lychnuris rufa (Oliver)가 함께 출연한다는데 이 외 한국에는 큰흑갈색반딧불이 등 모두 8종이 보고되어 있다. 한 여름밤 그리도 흔하더니만 개발로, 오염으로 급감하고 있는 반딧불이는 소년기의 추억과도 같이 안타깝기만 하여 우리 곤충이야기의 소대로 삼았다.
반딧불이의 몸은 흑색, 갈색, 황색, 적색을 띠는데 연하고 긴 편이며 앞가슴등판이 머리 위로 늘어나 있어 머리는 보이지 않고 그 아래로 숨어 버리는 보이지 않고 그 아래로 숨겨져 있다. 대체로 성충기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애반딧불이는 몸길이가 10mm 이하로 하천이나 논에 살고 7월 초에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물가의 이끼와 같은 습지에 산란하며 벌레모양의 유충은 물 속 돌멩이에 붙어사는 다슬기, 고동을 포식하며 산다. 늦반딧불이는 약간 큰 편이며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숲속에서 육상의 달팽이, 민달팽이류를 먹고산다.
반딧불이는 빛을 반짝임으로서 시각적인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을 터득하였는데 밝은 빛은 아래쪽 배의 끝부분에서 나온다. 발광의 주된 목적은 암수를 한 자리에 모으는 일이다. 수놈이 마치 모스 부호 같게 일련의 반짝임 신호를 보내고 식물체 위에 앉아 있는 암놈의 반응 신호를 기다린다. 종류마다 반짝임간의 사이에 특별한 배열 순서가 있는데 예를 들면 수놈이 날아오르면서 0.5초간 빛을 발하고 5초간 쉬며 다음번에는 8초를 쉰다. 같은 종류라면 이 쉬는 사이에 암놈이 반짝하고 답을 하는데 이 과정은 암수가 접촉할 때까지 계속된다. 때로는 아주 여러 마디가 무리 지어 나무에 앉아 동시에 불을 켰다 껐다 하는 광경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을 연상시킨다. 동남아 열대 지방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나 95년 8월의 저녁 제주도 영실에서도 목격된 바 있다.
발광 기간은 투명한 각질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밑에 빛을 발하는 물질, 루시페린(luciferin)을 저장하고 있다. 뒤에는 한 겹의 치밀한 조직이 받치고 있어 전등의 갓처럼 반사경 역할을 한다. 빛을 발한다는 것은 당이 효소나 촉매에 의해 분해하면서 열의 형태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호흡작용과 동일한 산화의 과정이다. 반딧불이에서도 똑같은 과정이 진행되는데 단 결과는 빛이며 빛도 에너지의 한 형태이다. 빛을 내는데 관여하는 효소는 루시페리나제(luciferinase)로 루시페린(luciferin)과 산소와의 반응을 촉진시키며 이 과정중에 부산물로 빛이 발산된다. 산소는 몸 전체에 퍼져있는 기관(氣管)이라 불리우는 조직을 통해 공급된다.
반딧불이의 빛은, 열이 전혀 없다. 사실 반딧불이의 ‘불’은 우리가 일상 쓰는 불이라는 말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빛’으로 물리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발광기법을 따른 것이다. 보통 전구의 빛 효율은 10%정도로 90%가 열로 손실되나 반딧불이의 경우 효율은 경이롭게도 10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효율이 극치라 하더라도 반딧불이의 빛에는 과장된 면도 있다. 예를 들면 세계에서 가장 밝기로 이름난 남미의 쿠쿠호반딧불이의 밝기고 촛불의 1/40미만이라고 한다. 우리가 그렇게도 밝다고 느끼는 이유는 반딧불이가 발하는 빛이 사람의 눈에 가장 민감한 파장이기 때문이며 이래서 혹시 긴 여름밤 학문에 정진하는 가난한 선비를 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상징적 옛 숙어가 생겨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