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10 | [문화저널]
전통장이 사라지고 있다
문화저널(2004-02-12 12:49:08)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장으로 묻혀져가는 전통 시골장이 그나마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시골 전통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로서만이 아니라 세상살이의 모든 정보와 이야기가 한데 모이는 접촉의 공간이자, 전통 문화의 공간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급속한 근대화가 진행되고 농촌이 무너지면서 전통 시골장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전북도가 발표한 정기시장현황에 의하면 도내의 시장수는 모두 81개로 나타나 있다. 이 가운데 전주의 중앙시장, 남부시장처럼 매일 열리는 상설시장이 30개이며, 나머지 51개가 5일마다 열리는 전통 시골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의 결과 51개의 전통시장 가운데 22개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으며, 나머지 29개 장 가운데서도 18개가 재개발이나 보소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결국 1개의 전통장만이 시골장의 명맥을 잇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1902년 개설되어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함열장이 이미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되었고, 태인, 무풍, 동계 등 전통있는 시골장들도 기능상실로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장은 한때 물산이 풍부한 농업생산의 중심이자 교통의 요지에 자리잡고 있어 전통농도의 가장 활기찬 시장으로 한국 근대사의 애환을 격렬하게 겪었던 지역들이지만, 지금은 완연히 쇠퇴한 곳들이다. 무엇보다도 근대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인구감소를 겪었고 현대적인 유통시설들에 밀린 까닭이다.
지금의 전통장은 대부분 일선 자치단체의 소유이지만 제기능을 잃어버린 시골장을 되살리려는 자치단체는 없다.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일부 전통장터들은 이미 시장의 패홰되어 다른용도로 사용되거나 보수가 긴요한 실정으로, 전통장의 정취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전북도에서는 재래시장들의 현대화를 위해 중소유통업 구조개선자금을 융자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이것이 곧 전통장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전통장은 윗세대들의 추억 속에서만 자리잡아 있는 것이다. 농촌에서도 24시간 편의점이 곳곳에 들어서고 시장의 용도와 기능이 제한적으로 활용되면서 전통장은 이제 그 의미를 잃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바꾼다면 우리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는 이때 전통시장의 정취를 기억하고 그 본래 모습과 기능을 되살리는 것도 의미있는 문화적 이벤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