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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 | [문화저널]
여성과 문화 여성관과 전문성 확보가 여전한 과제 민선자치 1년, 전북여성정책을 돌아본다
글■이은숙 전라도민일보 문화부 기자 (2004-02-12 12:44:45)
‘남성정책은 따로 없는데 굳이 여성정책은 왜 필요한가?’ 지난해 12월 세계화추진위원회가 여성권익 발전을 위해 여성발전기본법을 내놓았을 때 소위 배웠다는 식자층에서 흘러나온 얘기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생각에 앞서 이는 바로 여성의 현실에 대한 사회의 인식부족과 여성관련 법안이 왜 더디게 입안될 수 밖에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여성정책은 왜 세워져야 하는가. 여성정책이란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를 가릴 것 없이 남성중심의 무노하속에서 구조적인 성차별로 피해받는 여성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여성발전과 남녀평등을 내걸고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장치이다. 결코 여성이 약하거나 모자라서가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여성정책이 많이 요구되면 도리수록 당대 여성들의 사회환경은 그만큼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속뜻을 이해하게 되고, 정책입안의 당위성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 나라에는 그동안 여성정책이란게 별반 없었다. 여성문제에 대한진지한 고찰이 없었던 터라 이들을 위한 정책을 따로 전담할 기구조차 설치하지 않고 있다가 80년대 들어 한국여성개발원(83), 정무2장관실(89) 두 곳에서 정책개발 및 여성정책과 관련한 각 부처와의 조정 작업을 도맡아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서압ㄹ전기본법이 마련됐고, 올해 7월부터 시행령이 발효돼 각 자치단체와 여성계가 관련 조례제정 작업 등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잇는 중이다. 중앙정부가 이런 상황이니 정부의 틀속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전북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여성정책이라는 게 가정복지국 산하 부녀복지과에서 보건복지부의 부녀복지지침을 받아 요보호여성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특수층 대상의 복지업무가 전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21세기 미래사회를 지향하는 세계화와 정보화, 지방화시대를 맞아 여성의 농력을 배양하고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든가 하는 내용은 어찌보면 꿈같은 소리로 치부되기 딱 좋을 만한 것이었다. 때문에 지자체가 첫 출범하는 지난해 7월 여성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유종근 지사가 민선도백으로 취임했을 당시 여성계는 상당한 기대를 품었었다. 물론 그가 내세운 여성화관 증설 따위의 공약에 의미를 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지사실을 거쳐간 관선도백들의 여성문제에 대한 무감각에 의기소침해 왔던 터에 나름대로 여성관을 가지고 있다는 민선지사가 얼마나 기뻤겠는가? 그러나 도가 내놓은 여성정책은 여성에 대한 진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기 보다는 부녀복지 지침에 개인적인 관심에서 나온 몇가지 지엽적인 정책을 보탠 정도로 특별히 눈에 뛸만한 내용을 꼽을 수 없다는게 여성계 안팍의 지배적인 평가다. 지난 1년여를 돌아볼때 자치제가 나름대로 여성문제에 눈을 돌리고 여성계의 활동이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족정책이나요보호 여성중심의 복지정책 외에는 아직까지 여성의 사회참여와 능력개발을 위한 이렇다할 체계적인 작업과 가시적인 열매를 내놓은 것이 별반 없기 때문이다. 여성단체 활동지원, 각종 정책과정에 여성참여 확대, 여성의 취업기회 확대, 여성복지센터 건립 4개 부문으로 집약되는 유지사의 공약이자 전북 여성정책의 지난 1년여간의 성과를 되돌아 보자. 지난해 6월 25일 여성단체에 2천만원 지원하고, 정책결저오가정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2005년까지 30%를 목표로 도의 59개 위원회에 총인원 9백 4명중 11.4%인 1백 3명을 여성위원으로 참여시켰다. 또 직장여성을 위해 도 여성회관과 예수병원에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했으며, 여성회관 내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남원과 순창, 고창 등 3개의 여성 회관을 신축했거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예산비율을 보면 요보호여성 중심의 부녀 복지예산 총 24억 2천 8백여만원 중 여성단체지원금 2천만원, 여성회관 3개소 지원 12억원, 여성자원봉사센터 운영비 8천 4백여만원 등 총 13억 여원 정도가 일반 여성을 위한 여성정책비로 소요되었다. 얼핏보면 1년여동안 많은 일을 해놓았다는 인상도 받는다. 그러나 도가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올해 처음 지원한 여성단체활동 지원금은 당초 계획된 8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깍였고, 지원 방법도 설득력있는 기준 없이 나눠먹기식으로 배정해 웃음거리가 됐다. 또 여성취업기회 확대방안이란게 여성회관을 통해 컴퓨터나 미용기술을 가르치는 취미교육 및 부업거리 알선 정도에 그치고 있어 여성능력개발과는 거리가 먼데다 여성발전교육은 쓰레기종량제 실천 등 중앙정부의 지침을 일회성 캠페인으로 전개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또 취업여성들의 증가와 맞물려 관심을 끌었던 직장보육시설 설치의 경우, 이미 설치가 완료된 예수병원과 전북도처응ㄹ 제외하고는 3백명 미만인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전북에 앞으로 어떻게 11개소나 확대 설치하겠다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확대장담에 앞서 전북 사업체의 근무인원 현황을 먼저 파악한 뒤 평균수치 통계를 기초로 시설설치 인원을 하향조정하는 조항 수정작업부터 벌이겠다는 내용이 더 설득력있지 않을까. 공무원 승진차별 철폐를 내걸고 일선 동의 여성공무원을 시로 발탁한 일이나, 읍면동의 여직원을 도청으로 전보배치한 점은 관선시절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정책집행의 권한이 부여된 4,5급 고위직에서는 인재가 없다는 이유로 여성이 배제되었다. 관선시절 능력있는 여성을 하부직급으로 쳐박아 놓은 탓이다. 찾아보면 얼마나 재능있는 여성공무원들이 많은가. 승진차별철폐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고위직 여성승진할당제라도 도입했어야 했다. 이를 놓고 볼대 지난 1년여간의 변화에도 불구, 전북도의 여성정책은 여성의 사회참여나 능력개발, 지위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발전방안 마련없이 지엽적인 정책 집행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전북여성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고찰없이 선거공약을 그대로 여성정책화한 주먹구구식 행정에서 비롯된다. 세계화시대,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21세기 문화시대를 맞아 농도 전북의 시급한 여성문제가 무엇인지, 여성발전과 사회참여, 지위향상을 위해 해결되야 할 현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애정어린 접근으로 장단기 여성발전 전략을 세우는 기초작업이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문제는 여성의 개별성보다는사회 각 분야와 얽힌 다양하고 복합적인 성격상 여성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추진근거틀이 있어야 하며, 관련 법률제정, 여성계를 중심으로 한 의견수렴작업 등을 통해 일관성있고 체계적으로 해결방안이 추진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제 전북여성정책이 제대로 여성들의 문제를 실어내려면 여성을 인간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전문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여타정책과 마찬가지로 여성정책에 대한 단체장의 장기적인 비전과 담당관료들의 여성관과 전문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최근 도직제개편안 중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여성정책담당관이 설치된 것은 이같은 여성정책 전단 관료 확보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전북의 여성문제를 꿰뚫을 수 있는 인력을 배치되고, 입안된 정책시행 등 담당관실의 효율적인 활용이 담보돼야 하며, 명칭만 바뀐 복지여성국 산하에 여성정책을 집행할 하부행정 체계를 마련, 전문 브레인을 키워내야 한다. 즉 이들 부서를 간사부서로 해 전북의 각종 여성문제에 대한 진지한 기초조사 작업을 벌이고 시급한 정책과제를 골라 전북 여성정책의 골간으로 삼고 개선책 마련에 부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률적 근거 마련을 위한 관련 조례안 제정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전북에서는 여성농민문제, 여성취업문제, 가정폭력 및 성폭력 관련 조례 제정문제, 여성고용확대를 위한 장치 마련, 직장 성차별 철폐 등의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요보호 여성 복지중심에서 일반여성을 위한 여성정책 개발 및 복지행정으로 방향을 선회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전북도는 여성발전기본법 시행령 발효에 따라 여성의 권익 증진을 위해 5개년 계획으로 여성발전기금 설치(약 50억) 및 관련 조례안 마련을 서울시와 광주시에 이어 추진중이며, 도 여성정책자문위원회 설치 문제도 진지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연 이같은 내용들이 얼마나 결실로 맺어질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어쨌든 전북여성정책은 일부 특수계층을 위한 것이 아닌 인구의 절반인 일반 여성을 아우르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은숙 / 전북대 영문과를 절옵, 도민일보 문화부에서 4년째 일하고 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여성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까닭에 여성분야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일선에서 활동하면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여성문제에 대해서 편합한 사고를 갖고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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