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6.10 | [문화저널]
건강교실 정말 걱정해야 하는 것은
글■정영원 완산보건소장 (2004-02-12 12:38:32)
얼마 전 장티푸스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자 많은 사람들이 긴장했으며 담당 공무원들은 모든 일에 우선하여 장티푸스 발생에 대처해야 했다. 그러나 정작 전문가들이나 의사들은 보도된 정도의 장티푸스 발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연중 있는 일인데 무슨 호들갑이냐면서 핀잔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장티푸스는 반드시 환자의 대변을 매개로 음식물이나 식수로 전염되는 질병으로 개인 위생이 잘되고 상수도가 잘 되어 있다면 걱정할 일이 없는 일이다. 사실 한 연구 보고에 의하면 발병은 하지 않았지만 장티푸스를 일으킬 수 있는 병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약 0.1~0.5%라는 것인데, 이를 생각하면 집단 발생이 아닌 10여 명의 장티푸스 발생은 그리 긴장해야 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더 긴장하고 두려워해야 할 큰 문제는 바로 0.1~0.5%라는 수치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엔 그렇게 요란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종류에 속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유행성출혈열이나 인플루엔자 등일 것이다. 항상 이 때가 되면 유행성출혈열에 대한 주의사항이 홍보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마치 하나의 경고장처럼 학부모에게 전달되어 예방 접종을 하지 않으며 안된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결국에는 학부모의 승인이라는 이름 하에 초등학생들에게 단체로 유행성출혈열 예방 접종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전북지역에서 초등학생이 유행성출혈열에 걸렸다는 보고는 없으며 전국적으로도 몇 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초등학생들에게 단체 접종을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으로 예방접종이 꼭 필요하다면 의료기관에서 개별 접종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달리 평가 할 수 있으며, 더욱이 어떤 주의 사항을 어떻게 읽었느냐에 따라 그 가치를 달리 할 수 있다. 어떤 경우는 소수의 다른 전문가의 의견으로 가끔 요란을 떨며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예산과 인력을 소비하기도 한다. 바로 이런 것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료나 약품에 관한 정보는 아무나 광고해서는 안되며, 또 아무에게나 똑같은 말로 전하여서도 안되는 것이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국가의 의지가 바로 의료법과 약사법에 광고 규제라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정부는 규제조치 완화라는 이름으로 의료에 관한 광고 규제를 완화시키겠다는 입법예고를 했다. 과연 정부가 의도한대로 그같은 입법이 의료기관과 국민 모두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을른지, 그리고 일반인들이 특히 학부모들이 이러한 광고를 보고 또는 주의 사항을 받아 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매우 염려된다. 이익을 위한 사업적 광고보다도 막연한 두려움에 의한 판단보다도 정부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걱정되는 것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