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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9 | [문화저널]
향토는 없고 축제만 있다
글/이흥래 전주문화방송 기자 (2004-02-12 12:34:41)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출범한지 1년여가 지난 요즘 도내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시군을 가더라도 일선 행정기관마다에는 문화 진흥이나 창달을 지향하는 시장 군수의 시정방침이 금과옥조처럼 내걸려 있다. 또한 별다른 문화 이벤트가 없었던 지역들도 경쟁적으로 향토 축제를 마련하고 있고, 행사 종목도 나날이 그 수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문예진흥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실태를 살펴보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 바로 향토문화의 현주소이다. 대부분의 시군들이 보다 깊이 있고 경쟁력 있는 문화 예술 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하지만 각 시군의 전체 예산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현재 전라북도에서는 전주와 익산, 군산, 정읍 남원 등 시 지역에서만 오케스트라와 연극, 국악 등 불과 1~2개씩의 예술단체를 보유하고 있을 뿐 군 지역에서는 육성하는 문화예술단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물론 이같은 문화예술단체 가운데는 활동예산을 전적으로 시■군 예산에 의지해 움직이는 단체도 있지만 상당수 단체는 아직도 단원이나 구성원들의 호주머니에서 궁색한 활동비의 일부나마 변통해야 할 정도로 문화예술단체의 육성은 안타까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홀대가 민선시대에 더욱 깊어 가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활동중인 문화 예술단체들은 대부분 관선시대에 태동해 그 맥을 어어 가고 있는데 자치시대 이후 창단한 문화예술단체가 거의 없는 오늘의 현실은 문화 예술진흥에 대한 단체장들의 구호가 허튼 공약(空約)에 지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예술분야의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자연히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되고 운영돼 가는 민간 문화 활동의영역도 갈수록 위축되어가고 있다. 요사이 각 지역에는 우리의 것을 찾자는 기운이 활기를 더해 가면서 몇몇 문화계인사와 주민간의 자생적인 문화단체 결성 움직임도 활발해 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은 고사하고 이들 자생적인 문화단체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조차도 적어 결성 초기의 왕성했던 다짐이 점차 사그라지는 예가 적지 않아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민선시대 이후 일선 시군마다 향토 축제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행사종목도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지역의 문화나 예술활동의 정수가 가장 활발하게 표현할 수 있는 향토 축제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일견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각 지역의 전설이나 기념물 그리고 특산물의 이름을 내걸고 무작정 늘어나고 있는 향토 축제들 가운데는 상당수가 기념식과 먹거리 장터 개장, 지역주민 위안잔치 그리고 미인 선발 등 천편일률적이고 특징이 없어 각 지역 향토 축제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고 이같은 의미를 보다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떤 행사를 개최해 나가야 할 것인가하는 성격정립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별다른 내용도 없으면서 무작정 행사 기간을 늘리거나 비슷비슷한 행사종목만을 지나치게 늘리는 것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점에서 지난 7월말에 개최됐던 남원 춘향제의 평가회에서 드러났던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다른 지역 향토 축제의 운영에 있어서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춘향제전 위원회는 지난 오월에 열렸던 66회 춘향제가 지방자치시대의 시민축제이며 전통 국문학의 백미인 춘향전과 흥부전의 고향 그리고 동편제 발상지로서의 문화적 향기가 그한층 배어있는 국내 최고의 향토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기획했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전위원회는 3억 7천만원의 막대한 경비가 소요된 향토 축제였지만 지나치게 잡다한 행사가 많아 전통 축제였던 춘향제 고유의 의의가 희석됐음을 가장 안타깝게 지적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역의 풍부한 민속 행사를 발굴 시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관행에 의한 답습행사에 그침으로서 주민과 관중들의 충분한 주의를 끌지 못했고 참신한 행사전문 기획인사나 기업의 도움없이 지역인사들만의기획에 그쳐 세계속에 내놓을 만한 향토축제의 조성에 미치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춘향제의 실례가 타지역 향토축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왕 열바에야 보다 의미있는 축제, 지역문화나 예술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향토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주민들의 노력이 배가되어야 할 것이다. 보다 바람직한 지역 문화, 향토 예술의 발전을 위한 지역 문화예술관련 예산의 증액과 향토 축제의 개선방향 등 두가지 점에 대해 나름대로의 소견을 밝혔지만 향토 문화예술의 발전에 저해되는 문제점이 어디 한두가지 이겠는가. 하지만 날로 확대되어 가는 지구촌 시대에 우리의 존재 양식을 지켜 가고 문화적 정체성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예술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연구는 더욱 필수 불가결하게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와 주민이 머리를맞대고 일회성이 아닌 계속적인 연구와 노력을 위한 주민의 동의는 지방화시대 문화예술발전의 가장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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