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9 | [특집]
문화기반사업이 절실하다.
문화저널(2004-02-12 12:33:31)
박병도 어쩌면 행사로 보여지는 것들 또는 행위로 보여지는 것들 모두를 문화라고 단정짓기는 좀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 안목의 문화적 토양의 형성이 더 시급할 것입니다. 바탕없는 진보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사회간접자본처럼 문화의 기간산업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의 하부구조라고 하는 문화인프라(Infra)에 먼저 눈을 돌려야 한다고 봅니다. 창작행위의 충돌현상은 자연적이어야 합니다. 자연스레 일어나고 도태되고, 그러면서 문화구성의 역학적 관계가 자리를 잡아 가는 것인데, 문제는 시민정신의 총화처럼 문화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설정이 하드웨어 쪽으로 심도 있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이규현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선 필요한 것은 관심었는 사람들이 빨리 모아지고 거기서 어떤 안이 나오는 과정입니다. 저는 최근에 순창에서 그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순창 성황제를 놓고 우리가 얼마전에 세미나를 가졌는데, 성황제에 대한 기록이 남겨져 있는 현판이 발견된 것이 92년이에요. 4년 전이이죠. 그런데 제가 놀란 것은 그 현판을 4년전에 찾아놓고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다는 거에요. 그래서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까 그것을 발견한 사람의 문화에 대한 시각에 문제가 있었다는 거지요. 그것을 발표해서 빨리 성황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다음에 제가 순창군의 공보실에 이야기하고 그랬는데 별로 반응이 없어요. 나중에 일이 벌어지니까 서둘러서 군청에서 행사를 했지요. 그 행사를 군청에서 한 이유가 있어요. 당신네들 관심 좀 가져라. 이것이 아주 중요한 것이고 강릉의 단오제를 능가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에 의한 역사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순창에서 성황제를 열게 되면 오직 여기에만 있는 전통이 재현되는 것이니까요.
윤덕향 지금 전북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해서는 느끼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문제는 지금 민선지방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나라 전체든간에 제도적으로 또는 어떤 장치로라도 문화행정을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전문적인 문화행정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한편으로는 지역에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예술인들의 특성상 뭉칠수도 없고 뭉치면 안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저기 서로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그래서 거기에서 어떤 공통된 것들을 찾아내는 그것이 어떤 문화행정가래도 좋고 이런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곧 문화정책의 기본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관에서 못한다면 지역 언론에서라도 담당해서 해야 하는데 지역언론이 기여를 못한다는 점도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결국 실제 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에게 파급하는데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송만규 컴퓨터 시대에 있어서 소프트 웨어는 많은데 하드웨어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유기하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전라북도를 두고 예향이라고 많이 이야기 하는데, 말씀하신대로 소프트웨어는 풍부하고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오늘 논의 자체가 민선지방정부의 1년의 문화정책이라고 했는데 아까 문화행정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그 부분도 상당히 중요한 말씀이지만, 여기에 일단은 전북의 경우에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우리예향이라고 하니까 기본적으로 문화를 위한 기반시설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바로 그것이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아직까지는 문화예술이 국가나 지방정부가 끌고나가야 할 형편이니까요. 그렇지만 아까 서두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일단 예산이 0.01퍼센트가 못됩니다. 이렇게 해서 지방정부가 문화예술을 지원할 수 있느냐, 어디다 내놓고 말도 못하겠죠. 해야 할 일들은 많지만 무엇보다 사업투자의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한다고 보면 민선 지방정부도 이제 뭔가 선택해야 하지요. 전라북도가 어떤 것을 가지고 나가야 타 시도와 비교하고 차별화 할 수 있느냐 하는 관점에서 정책이 나와야지요.
문화는 건설이 아니다.
김용택 저는 문화정책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데요. 사실은 한번 더 생각해보면 문화를 정책적으로 한다는 자체가 말도 안되는 거거든요. 그동안에 말하자면 우리들 문화정책이라는게 관제문화 예를 들어서 정부에서 돈을 지원한 문화 혹은 문화단체는 정권논리를 충분히 반영하는 그런 쪽에서 해왔기 때문에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문화정책이라는 것이 도대체 필요한 것인가 하는 회의가 있습니다. 사실 제가 생각할 때 문화라는게 가만 놓아두면 되는 것인데, 그게 어떻게 보면 정권의 논리를 충분히 반영해서 그입을 통해서 정권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느냐 이런 쪽으로 해왔기 때문에 그 정책을 담당하고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문화라는 것은 ‘문화도 건설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있는 거예요. 그렇게 때문에 정책이 행사위주로 이렇게 나오는 것이지요.
이규현 그 말씀 참 중요한데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간섭이 없는 정책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아니면 지금은 조금 간섭을 하되 나중에 그런 형식으로 갈 것인가는 조금 검토를 해보아야 할 겁니다. 그런데 결국에는 지금 말씀하신게 제가 알기론ㄴ 영국식 모델인데요. 영국은 문화정책이 철저하게 경제적 지원은 해주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기본정책이에요. 결국에는 그렇게 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행정적인 지원의 원칙은 자율이어야
김용택 지방자치단체가 되었든 아니면 정부가 되었든지 문화행사를 한다든가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을 저는 또 별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렇지만 어쨌든 나라에서 나오는 국민들의 세금에 의해서 어떤 문화단체라든가 개인에게 지원이 되는데 그 지원 이 그게 정말 문화적으로 우리 도에 필요한 것인가 또는 그 지역에 필요한 것인가라는 검토가 전혀 없이 또는 검증이 전혀없이 아무데나 간다 이거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가지 않아야 할 곳에 돈이 더 가고 있다는 느낌도 짙습니다.
김용택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뭐냐면 이제는 우리가 간섭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정말 건강한 어떤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거나 제도적으로 장치가 되어 있어서 우리가 문화정책이라든가 문화사업을 감시하는 일이 꼭 있어야 합니다.
이규현 좋은 말씀입니다. 행정이 경제적인 지원만 하고 그 책임은 문화예술인들이 직접 지고 이끌어가는 형식이 바람직하지요. 그 과정에서 시민적인 평가가 공정하게 주어진다면 행정이나 문화예술인들이 모두 긴장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