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 | [문화저널]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뿌리 깊은 나무 선집
글/ 문윤걸 전북대 강사 사회학
(2004-02-12 12:27:59)
「문화저널」이 어느새 통권 100호를 맞이했다니 이것 또한 감격이다. 하지만 이는 또 하나의 부담이기도 하겠다. 이제 중견으로써 신인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며 중년이 겪는 삶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변화하는 문화지형속에서 굳은 신념을 지켜내는 일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닐터이니 더욱 그렇다. 모두의 관심과 격려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리라. 문화저널 제씨들에게 권투를 빈다.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지난 100여년간의 잘못된 문화적 풍토가 이제야 원래의 역사로 돌아가는 가 싶었건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는가 보다. 이런 때에 우리를 다시금 되잡아 주는 음반이 나왔다. 바로 뿌리깊은 나무에서 만들어낸 <조선소리 선집>이 그것이다. 이미 1984년에 LP로 출반되어 인기를 모은바 있었던 <뿌리깊은나무 산조전집> 과 <뿌리깊은나무/한반도의 슬픈소리>, <해남강강술래>등을 금번에 CD로 재편집하고 여기에 <판소리의 눈>이라는 음반 하나를 더해 출반한 것이다. 이는 모두 14장의 CD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씩 낱장을 구입할 수 있으며 각 장마다 자세한 해설서가 첨부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이해를 더해준다.
이선집의 첫째 장에서 아홉째 장까지는 산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대 최고의 대가 11명의 산조연주를 집대성한 것인데 그 중 몇 분은 이 연주가 마지막 연주가 되기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열째 장에서 열 두째장까지는 이 땅의 슬픈 소리들을 모은 것인데 남북한의 모든 슬픈 소리를 토박이들의 노래와 반주로 담아냈다. 그리고 열셋째 장과 열넷째 장은 일종의 보너스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열셋째 장은 우리에게 익숙한 판소리의 하이라이트가 모아져 있다. 열넷째 장은 <해남 강강술래>를 담은 것인데 해남 우수영 마을 주민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른 것을 현장에서 녹음한 것으로 바람부는 소리, 개짖는 소리 등이 커트되지 않고 그대로 녹음되어 현장감이 뛰어나다. 그 때문인지 이미 LP로는 몇 만장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90년대부터 우리의 소리들을 모아내려는 작업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MBC의 경우 각 지방의 민요르 채집하여 책과 CD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미 제주도, 전라, 경상도 에 이어 충청도까지 작업이 완료된 것으로 아는데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의 소리를 영원히 보존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의 결과를 우리가 들어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극히 한정판으로만 만들어내고 그것도 유명인사들에게만 배급되다보니 막상 이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차례가 오지 못하는 것이다. 차제에 각 단체들이 그동안 어떤 작업들을 진행해 왔으며 어떤 자료들을 확보하고 있는지가 공개되어 많은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