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9 | [문화저널]
예술회관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글/김수돈 CBS전북방송 기자
(2004-02-12 12:27:04)
지난해부터 공전을 거듭했던 예술회관 건립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라북도는 건립의 가장 첫 번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부지선정 문제에 걸려 아직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고, 각계의 의견만 분분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서 전라북도는 지난달 27일 올추경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예술회관 건립비에서 50억원을 전용했다고 밝혔다. 예술회관 건립이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되면서 마침내는 확보된 예산마저 민선자치시대의폭주하는 재정수요속에 잠식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전라북도가 예술회관 신축을 공식적으로 결정한 것은 지난 87년 이었다. 예술회관 신축의 절삼함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그 결정은 지역문화예술 발전의 단단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87년 이후 몇 년째 ‘검토 중’이라는 지리한 진행속도를 보였던 건립문제는 7년만인 94년에 이르러 서야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부지매입 예산 백억원이 확보되었고 관련 전문가들로 건립자문회의도 구성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초에는 전북문화예술회관 건립 공청회가 열렸고, 이어 건립자문위원회가 고민끝에 예술회관 예정 부지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위원회의 자문과 각계의 여론을 수렴한 전북도는 마침내 지난해 4월 건립예정부지로 덕진 체련공원 주변 3만여평(전주시 덕진동 1가 산 1번지)을 최종 확정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되었다. 애초에 전북도가 이곳으로 부지를 확정한 이유중에는 땅겂이 싸고 국유지로서 부지매입 등의 절차가 어렵지 않다는 점을 들었지만, 의외로 토지 소유주인 전북대측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처음 문제가 되었던 것은 대학로의 개설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 문제는 예술회관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송천동 지역의 교통난을 생각한다면 예술회관 건립의 절대적인 전제가 되는 것이었다.
대학로 문제로 몇 개월을 끌던 건립문제가 가까스로 타결되자 다시 부지교환 문제가 난항을 거듭했다. 전북대는 내부적으로 총동창회와 대학본부 그리고 학생, 교수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렸고 총동창회는 대학 행정의 투명성과 민주적인 절차를 주장하면서 반대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도 대학 교육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른 시점에서 대학의 발전이 장애를 받고 있는데 공원지구라는 명분으로 교육시설이 아닌 공공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가 이처럼 꼬여있는 중에도 전라북도는 설계공모를 내고 당선작을 확정하면서 설계작업을 시작하는 의욕을 보였지만, 전북대 총동창회의 완강한 저지에 부딪쳐 부지교환의 문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에 빠져있다.
결국 전라북도는 지난 7월 5일자로 진행중이던 기술 및 실시설계 용역을 중단했고, 문제는 거의 원점으로 돌아가 있다. 전라북도와 전북대의 부지를 둘러싼 갈등을 수습하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도의회 문화예술특위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7월 전라북도의회 문화예술진흥발전특위는 도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조속히 시행하도록 촉구하기로 하고 추진하였으나 내부 의견 조율을 못해 본 회의의 안건으로 상정조차 못한채 결의안을 철회해야 했다. 다만 도의회 문예진흥특위는 문화예술회관 걸립의 시급성에 의견을 같이하고, 부지교환에 전 행정력을 동원해 설득하고 핵ㄹ하는데에 최선을 다할 것과 정상적 추진이 어렵다면 차선의 대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그쳤다.
이처럼 6개월이상 상황이 공존되면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었다. 전북대 총동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꼭 이곳이어야 하는 이유가 무어냐?“는 질문으로부터 도청사 이전과 연계시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 지금부터라도 제3의부지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하게 제게되었다. 전북도가 처음 밝힌대로 예술회관을 중심으로 문화벨트를 형성하겠다면 꼭 현재의 예정부지를 고집할 것만이 아니라 예컨대 국립전주박물관 주변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문제의 땅이 전북문화예술회관의 최적지일 수 있지만, 주민을 대표한 도지사가 아닌 과거 임명직 관선지사 시절 어쩌면 다급하게 결정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 민선 자치정부는 이 문제를 처음부터 꼼꼼하게 따지면서 다시 시작하는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시되고 있는 대안 가운데 도청사 이전문제와 연관지어 해결하자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 도청사 이전문제가 대한방직과 관련한 온갖 시비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자칫 예술회관 문제는 아주 물 건너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민의 문화공간인 전북문화예술회관을 짓는 것과 더불어 전북대학교라는 국립대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여건도 역시 전라북도가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만약 당초의 예정부지가 최선이 아니라면 문제는 명확해지는 셈이다. 서둘러 최선의 부지를 다시 찾아야 한다.예술회관 설립은 결코 부지교환 당사자들만의 문제일 수 없다. 지난 8월말을 기점으로 전북대측이 부지교환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미 전체 사업비 500억 가운데 일부가 전용되기 시작했고 전북도민들의 관심이 약해지는 것은 불안한 조짐이다. 예술회관 건립이 무한정 미뤄지는 것은 전라북도 문화예술의 진흥에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북의 문화예술을 위해서는 한시가 바쁜일이다. 지금은그것을 어디에 지을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지을것이냐가 논의되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