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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9 | [시]
어느 게으른 사람의 농사법
박형진 (2004-02-12 12:25:10)
여러 날 장마에 깨 심은 것 다 떠내려가버리고 오뉴월 염천에 밭을 다시 갈아 엎는다. 늦은 콩이나 혹은 죄다 매밀을 심어야 이제는 김 덜 매고 나중 팔아먹기 좋다해도 이런게 무슨 수확이 된다고 어머니는 일많은 개포리 돈부니 녹두, 들깨, 쥐눈이 콩을 심으시겠다 한다. “밥 위에다 한 주먹씩 놔 먹으면 좋지야, 너그 누님집에는 어떻게 빈 손으로 간다던?“ 듣고 보니 어머니 말씀이 딴은 맞는 말씀이다. 콩이니 깨니 하는 것은 팔아 한 번 돈써 버리면 허망하지만 가을이 되면 들깨밭 들깨는 제 홀로 노랗게 익겠지. 들깨 냄새 맡으며 잎도 파고 베어눕히고 또 터는 일은 저도 좋아합니다. 녹두 낭아와 드문드문 섞인 반식기 쥐눈이 콩밥은 참 맛이 있지요. 하기사 농사지어 돈 벌려는 생각은 않해 봤으니 그럼 이제는 좀 쉬었다가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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