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9 | [문화저널]
다단계 판매시장, 외줄 타는 소비자
글 / 김보금 대한주부클럽연합호 전주지부 총무
(2004-02-12 12:23:49)
“000회사 아세요? 불법 아닌가 요. 저희 남편이 다니는 회사 관두고 다니고 싶대요.”
"저는 대학교 1학년인데요. 친구 따라 서울에 있는 회사 갔는데 회사 이름도 전화번호도 모르게 해요. 저는 도망왔어요. 친구 호출번호는 아는데 도와 줄 수 있나요“
“제가 아는 선생님은 중학교 교사인데요. 학교까지 관두고 다니는 데 정말로 돈 많이 번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요즘 들어 우리 단체에 다단계판매사에 대한 문의가 많다. 멍쩡하게 다니던 학교 교사직까지 버리고 다단계판매회사에 들어가고 , 한참 공부해야 할 대학 1학년생이 선배 따라 다단계회사에 들어가는 등 정말 황금알을 낳는 곳인지 짚어 보아야 한다.
‘다단계’나 ‘피라미드 판매’하면 지난 91년 3백만원에 가까운 자석침구를 판매하여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팬라이프 사건이 떠오른다. 이 사건은 조직적인 판매원 포섭등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
다단계판매는 제조업자■소매업자■소비자와 같은 일반적인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는다. 대신 다단계판매업자가 판매하는 상품을 사용해 본 소비자가 다단계판매회사의 판매원이 되어 상품을 구입하고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이 순차적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형식이다.
지난 7월 방문판매법이 개정 시행됨으로써 방문판매가 공식적으로 허용되었다. 이에 다라 법적으로 피라미드와 다단계판매가 구별되었다.
피라미드는 다단계판매 형태를 취하면서 음성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데 다단계판매는 등록된 판매원이 직접 물건을 써 보고 주위의 사람에게 구입을 권유하면서 거기에 상응하는 실적을 올리고 일정한 후원금을 얻을 수 있는 판매 방법이다. 후원금은 소비자 가격의 25%나 판매원 가격의 35%이내 중에서 적은 금액을 선택해 주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취급하는 물품의 가격도 1백만원 이하로 제한했다. 주로 화장품, 세제, 건강식품 등 누구나 일상적으로 필요한 소비성 상품을 취급한다. 다단계판매는 일단 시도지사가 상법상 3억원 이상의 실질 자본금을 납입하는 주식회사에만 허용하여 등록을 받는다.
이러한 법안이 발표되자 그 동안 기다리고 있던 외국계 다단계판매사들이 유통시장 개방을 앞두고 무더기로 한국으로 진출하고 있고 외국 다단계회사들은 자본이나 기술 등이 뛰어나 국내유통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국내 1호는 한국암웨이사다. 세제류와 주방용품, 기초화장품 등을 주로 다루었다 또한 세계적인 다단계회사인 미국의 누스킨사는 지난해 12월에 등록을 마치고 1월에 대대적인 사업설명회를 열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화장품과 건강 보조식품 등을 판매한다. 또한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미국계회사인 한국 E엑셀인터내셔널사, 알로에 등을 판매하는 썬 라이더 코리아사 및 렉솔코리아 등도 각각 등록을 마치고 이미 한국에 진출한 상황이다.
이들 회사들은 한국 진출을 위하여 꾸준히 시장조사를 한 후 우리 나라에 진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법률로 보호막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다단계판매를 가장한 피라미드 판매가 법망을 교묘히 뚫고, 인간 사냥에 나서 이에 대한 피해에 주의하여야 한다.
피해 방법 중 하나는 가격이다. 현재 판매 물품의 가격을 1백만원대로 못박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규정을 악용해 1백만원 이하의 제품 몇 가지를 세트화 해서 판매하는 수법이 등장하였다. 하나 하나의 가격은 분명히 몇 십만 원이지만 판매원들에게는 세트로 팔도록 요구, 결국 판매가를 백만원 이상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 지난해 10월 2백만원을 투자하고 신규회원을 끌어오면 원금 상환과 함께 수백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1천 76명에게 4백 4억을 가로챈 악덕업자가 붙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피해를 본 사람 중에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제막 대학에 입학한 초년생이나 취업이 걱정인 복학생 등을 대상으로 꿈을 실현시키는 기회라고 접근하는 방법이다. 최근 우리 단체에 하소연한 학생들도 전북 지역대학 1학년생으로 선배의 권유로 가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대학은 선후배로 연결된 집단이라는 속성상 피라미드회사가 캠퍼스에 상륙(?)하면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에 자신 스스로나 부모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다단계판매원으로 권유를 받을 때는 취급상품을 검토하고 판매원으로 적합한지 확인해야 하다.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했더라도 등록증과 수첩을 교부하지 않거나 부실한 내용의 것을 교부할 때는 바로 탈퇴하는 것이 좋다. 수첩에는 수당 및 산정기준 하위판매원의 모집 및 후원에 관한 사항, 상품 또는 용역의 반환 및 다단계판매원의 탈퇴에 관한 사항이 빠짐없이 적혀 있다. 또한 판매원으로부터 상품을 구매한 후 철회하려면 계약서를 교부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할 수 있다. 만약 계약서를 교부 받은 때 보다 제품을 늦게 받았을 경우에는 제품을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이 있다 해도 우리나라는 혈연, 지연, 학연 등 합리적인 소비를 저해하는연고주의가 아직까지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질과 관계없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다단계 판매는 항상 경계해야 하낟.
다단계는 좋은 것이고 피라미드는 나쁜 거라는 구분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것이든 반드시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다만 문제가 발생시 해결을 받을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차이일 뿐이다. 어떻든 이러한 악덕 다단계들에 의하여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는 없어야 하며 내가 눈먼돈을 벌 때는 반드시 피해자가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가까운 이웃에게 눈물 흘리게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