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9 | [문화저널]
「한국의 흙·불」공동창작작업
문화저널(2004-02-12 12:18:07)
한국의 흙과 불에 담긴 도전과 희망
‘흙과 불’은 인류에게 미래에 대한 도전과 희망을 의미하며 새로운 창조를 대변해왔다. 한국의 흙과 불이 가지는 도전과 희망은 무엇일까?
8월1일부터 12일까지 열린 ‘97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기념 국제 조각·도예 공동 심포지엄은 외국작가 26명, 통역작가 8명, 국내작가 104여 명, 작업조교 1백 60여 명 등 연인원 3백여 명이 넘는 수가 참여한 유례없는 공동창작 축제의 마당이었다.
한국의 흙·불전 공동심포지엄은 조각과 도예,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간의 경계를 넘는 화합과 이해의 공동체 의식을 끌어내는 공동창작 생활을 통해 한국 조각·도자 예술의 진면목을 발휘하고 환경도자조각예술의 새로운 문을 여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지난 2월과 3월간 초대 작가 참가 신청과 최종확정을 통해 선정된 국내외 조각·도예가들은 지난 8월 1일 원광대학교 기숙사에 각각 입소를 마치면서부터 황등작업장과 숙소를 오가기를 꼬박 열이틀. 아침 8시 20분에 작업장으로 출발해 오전 작업과 오후 작업이 끝나고 버스가 돌아오는 시간은 저녁 6시 20분, 저녁식사 뒤엔 작가들간의 자유로운 토론시간이 있지만 심포지엄기간 중반을 넘기면서부터 적지 않은 수의 작가들이 작품 완성을 위해 작업장에서 밤을 새기도 했다.
경기장 트랙 모양의 대형 가마를 중심으로 가마 내부 140여 평과 외부 공간 700여 평 등지에 설치된 작업대에서 땀과 열정으로 빚어진 작품들은 이미 소성(굽는 과정)을 위해 건조 과정에 들어가 있다. 11박 12일동안에 완성된 크고 작은 작품 250여 점이 13일부터 조심스럽게 가마 안으로 옮겨져 제자리를 잡고 건조와 소성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초대형 작품들은 가마 입구가 작아 외벽 일부를 헐어내고서야 내부로 들여놓을 수 있었다.
이번 국제 조각·도예 공동 심포지엄 및 기념전에 초대된 작가들은 심포지엄기간 동안 제작된 작품을 1점에 한하여 한국의 흙·불 운영위원회에 기증하게 되는데 건조와 소성과정을 거쳐 11월까지 무주U대회 야외 전시장에 설치된다. 무주전시는 12월 20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70일간 전시된다. 개장과 동시에 이틀 동안은 참여작가들이 다시 모여 한국의 흙·불전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을 연다. 대학인들의 겨울 축제 기간동안에 또 하나의 조형예술 축제의 주인공이 될 이 작품들은 U대회 전시를 마치고 그런 크로스 전북지역본부가 익산 금마 국민관광 휴양지(미륵산 입구)에 조성할 예정인 환경조형예술공원에 옮겨져 상설 전시되면서 영구보존된다. 아직 건조과정에 있는 미완성 작품들이 거쳐야 할 단계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공동심포지엄은 동계U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함과 동시에 장기간의 방치로 훼손 일로를 걷고 있는 성광요업 대형가마의 새로운 보존과 활용 가치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일제말엽에 지어져 80년대까지 벽돌을 생산해온 성광요업의 가마는 너비 2.8m, 높이 2.32m, 길이 170m의 호프만식 대형가마로 내부에 들어서면 잘 다듬어진 대형 동굴을 연상하게 된다. 해방과 함께 국가재건, 국토개발,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우리 현대사의 작은 부분을 담당했을 이 가마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전력과 규모를 가지고 있다. 가마가 10여년 전부터 방치되면서 ‘또 하나의 우리의 모습’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조각가와 도예가들이 지역 문화예술의 새로운 터전으로 되살릴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해 오늘의「한국의 흙·불」공동심포지엄 및 기념전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작업기간 동안 도예가 메어리 뢰타이저(미국 보스톤, 이화여대 교환교수)는 “이러한 가마를 헐리게 놔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슬픈 일이며 이는 당신들의 역사가 아니냐”고 역설하고 미술관 혹은 관광 자원으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2개월간의 건조기간에 이어 작품완성에 가장 중요한 불작업(소성과정) 그리고 수정, 운송·설치, 도록 제작, 무주 전지, 환경조형예술공원의 상설전시 등 아직 많은 손길과 지원이 필요한 상태지만 동계U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고 스포츠 축제와 함께 조형예술의 대축제가 될「한국의 흙·불展」은 이 지역 문화예술적 토양에도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