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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8 | [문화저널]
옹기장이 이현배의 이야기 촌닭이어야 하는 이유
문화저널(2004-02-12 12:03:25)
이현세 씨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마지막 장면입니다. 마동탁이 마지막 타석에 들어섭니다. 후기 리그에 혜성처럼 나타난 공포의 외인구단. 손병호 감독은 외인구단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전승이라고 말합니다. 또 그렇게 되어갑니다. 한마디로 만화같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며 만화니까 가능한 일이지요. 그들 외인구단이 보여주는 플레이는 한 마디로 꼴값입니다. 굼벵이도 기는 재주는 있다는 작은 몸짓입니다. ‘병신 꼴값하고 자빠졌네’의 꼴값이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들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낼 수 없었던 선택받은 인간 마동탁. 그 천재적 선수가 마지막 순간에 필살타법으로 나옵니다. 사람의 귀하고 천한 것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천하디 천한 외인구단을 장외로 날려버리겠다는 필살타법입니다. 여기에 까치는 필살 수비로 맞서게 됩니다. 그것은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심지어 생명까지 담보하며 병신들이 꼴값으로 펼치는 아름다운 플레이를 지키겠노라는 장엄한 결심입니다. 읍내닭과 촌닭으로 비유하자면 읍내닭 마동탁이가 이제껏 촌닭의 창자까지 훑어먹었으면서 마침내는 모가지를 비틀겠다는 필살타법으로 나온 것이고 촌닭 까치는 읍내닭의 썩어빠진 관점의 눈깔을 빼먹을 수도 있다는 필살수비로 맞선 것입니다. 읍내닭 마동탁의 타구를 멋지게 잡아낸 촌닭 까치. 그런데 그가 쥔 것은 읍내닭 마동탁의 눈깔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눈깔입니다. 그렇게 마동탁의 아내 엄지에게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거라는 까치가 한 번만 져달라는 엄지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지요. 결국 외인구단은 일 패를 하게 되는데 손병호 감독은 심장마비로 죽고, 까치는 부상으로 눈을 읽게 됩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엄지는 정신이상이 되고요. 까치의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엄지의 모습. 그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십년 넘게 생생하게 남아있답니다. 백 게임 연속안타의 화려한 플레이로 엄지를 차지한 마동탁. 과연 그는 강했을까. 엄지에 대한 사랑이 진정이었을까. 아닙니다 아니지요. 강하다는 것, 그것은 자유의 소산이지 지배의 소산일수 없습니다. 사랑의 힘이 위대할 수 있는 것도 자유의 소산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그런 사랑 말입니다. 같은 식으로 이 사람도 옹기 일을 붙들 수도 놓을 수도 있는 자유의지를 갖고 싶습니다. 좋은 일로 옹기 일이어야지 이게 무슨 행세가 되고 방편이 되는 그런 불행한 옹기쟁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한테 옹기여야지 사람이 매이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자유. 독립. 자유 독립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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