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8 | [시]
바람의 길
조용미
(2004-02-12 12:01:07)
창밖에 바람이 불고 있다
웅 웅
불길하게, 지상의 모든 전깃줄을 쓰다듬으며
바람은
이승의 옷자락을 흔들어대고 있다
검은 비닐봉지가
창 밑에서 휙 솟았다 날아간다
이런 날이면 바람의 길을 묻는 자들이
길가에 무리지어 나와
우두커니 서 있다가
집으로 들어가기도 할 것이다
아주 높은 곳에서
바람의 길을 바라보고 있는 자가 있다
바람의 길 저쪽에
나를 아는 누가 서 있다
조용미 / 1962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0년『한길문학』신인상으로 등단. 올해 첫 시집『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실천문학사에서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