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8 | [문화저널]
물고기 생태학
우리 나라에서 살기 힘든 우리 나라의 민물고기
글/이완옥 청평 내수연구소 연구원
(2004-02-12 11:58:45)
우리 나라에 사는 물고기는 900여 종 이상이며 그 중에 민물고기는 기수(汽水: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물)에 사는 종류를 포함하여 대부분이 최근까지 외국인들에 의해 알려지고 이름이 지어졌다. 그러나 1975년부터 국내의 학자들에 의해 물고기들이 신종으로 이름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처음 신종으로 보고된 참종개를 시작으로 왕종개, 가는돌조개, 강주걱양태, 미호종개, 퉁사리, 얼룩퉁사리, 점몰개, 부안종개, 임실납자루 등이 알려지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좀수수치가 알려지자 마자 마치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기도 하였다. 우리 나라에도 동시에 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 이들 공통종을 자세히 검토하면 할수록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른 우리 나라에만 잇는 고유한 종이며, 이들을 연구하여 계속 새로운 종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연구되어 기록된 가장 대표적인 무리가 미꾸리를 닮은 기름종개류인데 우리 나라에 있는 종들을 직접 검토하기 전은 1975년까지 기름종개, 새코미쿠리, 수수미꾸리의 1속에 3종이 외국 연구자들에 의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1996년 현재 3속에 12 우리 나라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도 꾸준히 연구되고 새로운 종이 보고되고 있다. 이중에는 참종개, 왕종개, 미호종개, 부안종개, 남장종개, 새코미꾸리, 수수미꾸리, 좀수수치의 8종이 우리 나라의 고유종이며, 이중에 부안종개는 우리 지방의 변산반도에만 살고 있다. 1995년 말에 전남 고흥과 여천지방의 일부 섬에서 기름종개 무리의 12번째 종으로 필자가 전북대학교 김익수 교수님과 함께 보고한 좀수수치가 있는데, 이 종은 우리에게 이름도 없이 우리나라, 아니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있는 종이 실제로 있다는 우려를 사실로 보여주었다. 처음 전남 여천의 금오도에 있는 조그만 천에서 좀수수치를 발견할 때만 해도제법 많은 양의 좀수수치를 확일할 수 있었으나, 일 연도 지나지 않아 이곳들을 다시 찾을때에는 한두 마리를 잡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좀수수치가 살고 있는 섬들과 소하천에서 사정이 모두 같았으니 이들이 과연 계속 종을 보존할 수 있을지 무척 조바심나게 하였다. 좀수수치는 알려지자마자 지금은 환경부의 특정야생동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1987년 변산반도에서 김익수 교수님과 신종으로 보고한 부안종개도 신종으로 기록할 때만해도 이곳세 사는 민물고기 중에 제일 많아 없어지리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분과 10년도 되지 않아, 국립공원 안인데도 이곳에 댐이 들어서고 댐공사로 하상이 엉망이 되어 하천의 전구간에서 우점종이었던 부안종개는 극히 일부 수역에서만 소수 개체만이 살고 있을 따름이다. 이것도 댐이 완공된 뒤에서는 어떻게 될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위에서 예를 든 종류는 본인이 새로 기록한 종이어서 사정을 알고 있지만 나머지의 민물고기의 경우는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에 일부 종들을 제외하고 모두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좀수수치와 부안종개는 그래도 이름이라도 남기었으며, 지금은 환경부의 특정야생동식물로 보호를 받고 있으니, 불행 중의 다행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민물고기들은 이름은 가기지 못하고 없어졌거나 그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사실 우리 나라의 민물고기는 어느 한 종만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다. 민물고기가 살려면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민물이다. 우리 나라의 민물은 모두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이화학적 산소요구량이나 중금속의 함량 등과 몇 급수냐 하는 논쟁에 상관없이 이러한 우려는 우리가 수돗물을 먹을 수 있는 지 없는지로 나타나는데, 우리가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 때 민물고기들은 벌서 종족을 보존할 수 없는지를 걱정하였을 것이다. 민물에서 물고기들의 생존이 위협될 때 거꾸로 우리의 생존도 위협되며, 민물고기가 없어질 때는 우리도 이곳에서 살 수 없는 날이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우리의 강과 호수의 주인인 우리 민물고기는 우리가 보호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나는 선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