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8 | [문화저널]
이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글/정영원 완산보건소장
(2004-02-12 11:54:43)
지금까지 주민들의 건강을 위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주로 전염병이나 질병 등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기보다는 전염성 환자들을 규제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특히 치료에 있어서는 주로 영세민들을 재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가가 아파서 치료받고자 할 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권했다. 그래서 국가의 목표는 무의촌을 없애는 것이었으며 돈 없이도 필요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국가의 목표는 면 단위에 배치된 공중보건의사제도와 의료보험 등으로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실현되었다. 그러나 국가의 또 다른 노력들은 가족의 핵가족화 그리고 ‘맞벌이 부부’라는 말을 만들어낼 만큼 가족의 대부분을 가정밖으로 나오게 하였고, 인구의 도시 집중이 진행되면서 도시 속의 소외계층을 많이 만들어 냈다. 특히 증가하는 노인들이 그 소외 계층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미 의료보험이나 무의촌 해결 만으론 주민의 건강을 지킬 수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으며 사회발전이 오히려 사회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큰 요인이 되어 버렸다. 버려지는 노인들, 길거리에 쓰러져 사망하는 사람들, 길거리를 방황하며 안정을 찾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바로 그 증거이다.
따라서 국가는 외형적인 무의촌 해결을 넘어 이러한 소외 계층을 보호함으로써 내적인 무의촌해결을 통해 진정한 무의촌 해결을 완성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그 의지를 밝힌 국민건강증진보험법이나 정신보건법과 그 의지 실현을 위해 개정한 보건소법의 목적에 따라 건강 보호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국가는 무의탁 노인이나 길거리에 쓰러진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운영하여야 하며, 나아가 핵가족으로 또는 부부맞벌이로 인해 할 수 없는 환자 간호를 대신 할 수 있어야 하고, 청소년의 잘못된 행동을 단지 형벌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이를 교정 또는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운영하여야 한다. 그리고 국민은 이제 이러한 것을 요구하여야 하며 그러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국가의 역할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주민들은 이러한 자치단체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