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7 | [시]
구멍
유용주
(2004-02-12 11:47:44)
걷다가
허방에 빠져 휘청
끈을 놓쳣을 때
올가미는 당연히 목을 조일 줄 알았는데
발목을 잡는다
코 훔친 소매자락 반들거렷던 시절
작은 형은 겨우내 높은 깎음을 돌아다녔다
운이 좋아 곧바로 목에 걸린 토끼는
붉은 눈으로 하늘을 보앗지만
간발에 차이로 발에 걸린 녀석은
뼈가 다 으스러질 때 까지
나무 밑둥을 죄 갉아 놓고선
뻣뻣하게 얼어 있었다.
삶은 늘 느닷없이 발목을 잡는다
몸부림 칠수록 바짝 조여온다
유용주/1960년 전북장수 출생. 1990년 첫시집「오늘의 운세」를 문학마을에서,
1993년 두 번재 시집「가장 가벼운 짐」을 창작과 비평사를 통해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