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7 | [문화저널]
제 22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국악 재목 기근, 활로가 필요하다
문화저널(2004-02-12 11:39:55)
국악인들의 권위 잇는 등용문이 전주대사습놀이 제22회 전국대회가 풍남제기간 중인 지난 6월 19일과 20일 펼쳐졌다. 판소리 명창■일반, 농악, 기악 무용, 가야금병창, 민요, 시조, 궁도 등 9개 부분에 천2백여명이 참가해 기량을 겨른 이 대회에서 영예의 판소리 명창부 대상은 주운숙씨(43■대구시 중구)가 차지했다.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국악의 대중화와 국악인의 화려한 등용무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틀간의 대회장에는 수 많은 자리를 찾은 관객들이 열기를 더햇는데 관객 대부분이 노년층이어서 아직도 국악의 저변확대가 젊은층에게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예년의 수준을 크게 뛰어넘지 못한 이번대회에서는 특히 전공 분야별 역량있는 국악인들의 기근으로 지난 대회에 이어 국악인구 활성화와 대중화를 위한 문화적 공감 형성을 필요한 과제로 남겼다.
올해 각 부분 수상자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판소리 명창부:장원주운숙(43■대구), 차상 박복남(69■순창군), 차하 윤진철(32■광주광역시). ■농악부:장원 경남마산농악단, 차상 전남순천농악단, 차하 한국전자(주)농악단
■기악부:장원 남현우(35■경기안양), 차상 원지선(26■서울), 차하임미애(32■서울)
■무용부:장원 이은자(26■서울), 차상 박종필(32■서울), 차하 이귀선(37■경남울산)
■가야금 병창부:장원 위선경(22■서울), 차상 주문희(19■서울), 차하 강정희(48■대전)
■시조부:장원 김명순(54■인천), 차상 최귀임(50■전주), 차하 노경옥(45■제주)
■민요부:장원 최은호(35■서울), 차상 정재경(42■서울). 차하 김점순(34■경기성남)
■판소리 일반부:장원 배기수(27■광주광역시), 차상 김미숙(26■대전), 차하 박미애(30■정읍)
■궁도부:장원 조영석(51■전남 구례), 차상 김효규(43■경남하동), 윤한의(45■경기 용인), 차하 김학순(36■충남연기), 이기봉(39■경남고성), 서상택(56■경기파주).
■잠깐인터뷰
판소리 명창부 장원 주운숙 씨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의 스물두 번째 명창으로 주운숙 시(43■대구시)가 ‘심청이 뱃사람들에게 팔려가면서 심봉사와 이별하는 대목’으로 영예의 장원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소리 공부 11년 세월을 씻어내리는 큰 웃음을 보인 주운숙 명창은, 서른세 살의 늦은 나이에 험난한 소리의 길에 들어서서 겪은 어려움이 떠오르는 듯 눈물을 참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선생님의 열정적인 가르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안타까움이 크지만 항상 겸손하고 치열한 자세로 공부를 하면서 그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명희 씨로부터 처음 민용와 흥보가를 배우고, 3년 전부터 이일주 명창을 찾아다니며 김연수-오정숙-이일주로 이어지는 동초제 심청가를 전수했다. 그는 현재 대구에서 생활하며 활동하고 있지만 그가 다섯 살 되던해에 작고해 정작 성장기에는 국악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소리에 뒤늦게 빠져들어 명창의 반열에 들어선 그는 이제야 아버지의 길을 잇게 되었다며 남다른 감회를 보였다.
그는 이제 명창의 반열에서서 소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만큼 아직 판소리가 활성화 되지 못한 대구 지역의 국악 발전에 자신의 힘을 더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대구에서 판소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노모를 모시 있다.
연극협회 전북지회 & 창작극회 중국교류 방문 무산
연극계의 무더운 여름
전북연극의 중국 공연이 무산되었다.
연극협회 전북지회(류영규 지회장)와 창작극회가 그 동안 추진해온 중국 강소성과의 정기적인 연극 교류 1차 방문이 방문 사흘을 앞두고 일단 무기한 연장된것이다.
당초 연극협회와 창작극회는 37명의 방문단을 구성하고 강소성의 3개 시(소주시■무석시■남경시) 공연 일정으로 7월 1일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연극협회 전북지회의 이런 계획은 창작극회(신중선 대표)와 함께 지난 해 말과 올해 초 사이에 구상되었다. 전락북도와 중국 강소성은 지방정부 출범 이후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데 민간단체인 연극협회 전북지부와 창작극회의 이번 교류사업은 전락북도의 주선으로 협의의 문을 열게 되었고, 지난 5월 전북지회의 중국 현지 사전 방문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왔다.
연극협회의 류영규 지회장과 정종선 사무국장, 창장극회의 류경호 상임연출과 임형택 기획은 지난 5월 13일부터 16일가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중국 강소성을 방문 그곳 문화청 관계자들을 만나 현지의 현대극 공연 실정과 공연장 시설들을 돌아보고, 7월 초부터 열흘간 강소성 내의 3개 도시를 방문해 공연을 열기로 협의했엇다. 교류방안의 연극협회 측 구상은 원칙적으로 도내 각극단이 모두 참여하는 것으로 하고, 각 극단과 협의하여 방문 극단과 작품을 정하는 방식을 검토해 왔다. 또한 중국측의 도내 방문은 중국 전통 무대예술 양식인 경극을 내용으로 10월이나 11월 사이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한 교류사업은 순조롭게 추진되는 듯 보였으나 출국을 사흘 앞둔 6월 28일 중국측은 일방적으로 사업의 연기를 통보해왔다.
중국측의 일방적인 연기 이유는 재정상의 문제다.
사전 협의된 것에 의하면 상호 교류 방문에 필요한 경제적 비용 가운데 현지의 체제에 드는 비용은 초청측에서 부담하고 그 외의 항공료나 기타 비용은 방문측에서 부담하기로 협의했었다. 강소성 측에서 통보해온 문제는 연극협회 교류방문단이 강소성을 방문해 3개 도시에 공연하는 동안 머무는 체재비 확보가 마련되지 못햇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측의 돌연적 사세변화로 연극협회 전북지회는 적지않은 재정적 손실과 대외 문화 교류라는 외형적 중요성에 대한 상대적 손실감은 차치하고도, 좀처럼 무력감을 떨쳐내지 못하던 연극계와 신선한 자극과 활력소를 기대하던 연극인들에게 미치는 보이지 않는 상실감과 공신력 실추의 영향은 무더운 여름을 예보하고 있다.
중국과의 문화교류가 낯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의 민간 단체가 중국지방 정부와 정기적인 문화교류를 시작하는 일은 처음 있는 일로 특히 강한 예술적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연극교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어왓었다. 국제적인 문화교류의 러시현상과 함께 앞으로도 미간단체중심의 대외적인 문화교류의 창은 열려있는 형편이나 상대국에 대한 문화적이해와 치밀하고 꼼꼼한 일의 추진이 아쉬운 과제로 남겨진 것이다.
우진 춤판
모색과 실험의 30대 춤판
과감한 기회과 효과적인 공간활용으로 소도시에 걸맞는 종합문화공간으로서 위상을 더해가고 있는 우진 문화공간이 96년 새로운 춤판을 열었다. 매년「우진 춤판」의 이름으로 올려진 크고 작은 춤판들은 이 지역 무용계에 가장 중요한 행사로 자리잡아 왔다. 우진문화공간은 1992년 ‘춤의 해’를 맞아 ‘한국춤, 그 침무과 생명의 아름다움’으로 이 지역의 중견 춤꿈들인 장신숙(전북대 무용과 교수), 강미란(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김경주(우석대학교 무용과 교수)를 초청, 지역 춤판의 정수를 선보엿고 그 이후에도 해마다 기획춤판을 펼쳐 날로 새롭게 변화 발전하는 춤의 세계를 나름대로 조망해왔다.
우진 춤판이 올해 기획하고 있는 주제는 ‘젊은 춤꾼, 그 생동하는 언어’이다. 주제에서 드러나듯이 이번 기획춤판에는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30대 초중반의 역량있고 힘있는 춤꾼들을 초청, 그 삶과 생활속에서 배어나온 그들만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더욱이 이번 춤판은 전국적으로도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젊은 춤꾼들의 무대로 하국춤의 방향에 대한 모색과 탐험을 엿볼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96 우진춤판 ‘젊은 춤꾼, 그 생동하는 언어’는 그 첫무대로 지난 6월 3일 이경호(전북대 무용과 교수)를 초청 그 막을 올렸다. 이경호 교수는 이날 춤판을 통해 ‘나는 너로부터, 너는 나로부터’와 김말애 선생의 살풀이를 바탕으로 구성한 ‘악몽’을 올려 한 젊은 춤꾼이 관조하는 세상과 사랑을 형상화시켰다. 6월 3일 시작된 이 춤판은 7월 18일과 19일에는 현대무용단 사포의 대표인 강형숙씨(원광대, 계명대 강사)로 이어지고 세 번째 춤판은 9월 19일과 20일 서영숙씨(전주예술고 무용과 과장), 마지막으로 10월 17일에는 현대무용단 사포의 신용숙씨(원광대, 계명대 강사)의 춤으로 마무리된다.
우진문화공간은 이번 기획춤판에 이어서 한창 실험기를 겪으면서 훈련에 몰두하고 있는 20대의 춤꾼 네사람을 선정하여 11월경에 신진 춤판을 올린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부채시화전
합죽선의 청신한 멋과 시의 향기
합죽선의 청신한 멋과 묵향의 은은한 내음, 간결하고 아름다운 시귀절이 함께 한 부채시화전이 6월 7일부터 13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렸다. 96 문학의 해 전북기획단과 문인협회 전북지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부채시화전은 여름의 초입에 시원한 바람을 그리는 많은 관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96 문학의 해 행사의 하나로 기획된 이 시화전은 기존의 시화전이 지닌 일상적인 틀을 벗고 전북지역만의 독특한 정서와 문화적 색책로 전시장을 꾸몄다. 전주의 특산품인 합죽선의 멋과 묵향의 전통적인 향취를 조화시킨 이전시실은 합죽선위의 시화 그림들이 내용마다 각기 다른 향기를 담아내 큰 호응을 받았다.
시인 58명과 서예가 15명, 화가 14명 등 82명이 한 주제와 형식으로 참여한 시화전으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기도 했던 부채시화전은 부채를 이용한 아이디어도 관심을 모으지만 문학과 미술인접예술인들의 공동작업으로도 의미가 있다.
전북문인협회와 95문학의 해 전북기획단에서는 이번 시화전의 참여 시인들을 55세 이상으로 제한하여 전시했다. 참여시인은 황길현 한성수 이종희 김정웅 김남곤 양상욱 김민성 권지희 조춘희 이길성 최진성 김봉렬 박금규 문학인 최승범 최형 이목윤 조기호 문제환 김옥녀 송재옥 맹희선 손경조 이갑상 김승규 강만영 류공선 장태윤 조병희 서재균 박형보 최종규 김병곤 고두영 유휘상 정순량 이운룡 허소라 채규판 노진선 이세일 이기반 송희철 조준환 잉병훈 진양효 김용극 한대선 전병윤 윤이현 정극태 박만기 송기섭 씨.
글씨와 그림은 김종현 권갑석 송계일 정승섭 이규진 윤석탁 권병렬 김화래 최종인 최상기 임섭수 김지섭 김봉범 최난주 여태명 소병순 이용 송명석 김윤길 윤명호 오영 이형수 김광영 씨 등이 참여했다.
호사연, 미노총과 연합세미나
지역 노동운동의 새로운 모범이 필요하다.
전북의 노동운동은 후퇴하고 있는가. 전국적으로 노동운동의 위기가 운위도고 있는 시기에 전북지역의 전문 학술연구단체인 호남사회연구회와 민주노총 전북지부가 공동으로 토로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지난 6월 27일 전북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전북지역 노동운동의 흐름과 조건’이라는 주제로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노동자, 그리고 호사연 회원 약 50여명 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전북노련 자룝집 발간위원 나정민 씨는 80년대 초부터 최근에 이르기가지 전북지역 노동운동의 흐름은 노동자 의식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점검하면서 현재의 노동자의식이 무정형(無定形)하다고 규정하고 지난 시대의 노동해방 이데올로기와 현장 노동조합의 기업주의적 활동이 노동자 의식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노동조합 운동은 투쟁의 관점에서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을 스스로 이분하고 역할을 협소화시킬 것이 아니라 보다 중층적이고 다원화된 사회적 관계로서의 위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이성호 씨(전북대 사회학과 강사)는 전북지역의 구조변화와 노동자 의식의 문제를 구체적인 조사자료를 통해서 분석했다. 전북지역의 제조업구조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성격을 벗어나지못하고 있지만 80년대 말 이후 산업구조조정과 서해안 개발사업이 시작된 이후 소비재 중심의 경공업이 쇠퇴하는 한편 화학, 금속 기계장비 등의 중화■ㅏㄱ 공업부문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햇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적 변화가 곧 노동운동 지형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지역내 제조업의 중심은 여전히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운동 조직의 성장에 중요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전북의 지역주민들 속에 뿌리깊게 내려있는 지역 개발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계급적 대립을 은폐시키고 지역주의를 강화하는 경향으로 나타나며, 이것은 전체사회의 보수화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왓다고 주장했다. 이성호 씨는 앞으로 새롭게 형성될 자본의 통제전략에 대한 지역노동운동의 새로운 틀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벌어진 토론에서는 호사연과 민노총에서 각가 두 명의토론자가 나서 지역 노동운동의 조건과 앞으로의 과제를 두고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오궁리 국제조각 심포지엄
세계의 조각과 함께한다
오궁리 전북미술문화센터가 세계 9개국 조각가를 초청, 심포지엄을 개최해 한국 조각예술과 세계의 조각이 나란히 어깨 견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한국을 비롯 미국 영국 프랑스 등 9개국에서 10명의 조각가들이 참여하는 이번 조각 심포지엄은 7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달동안 작가들이 임실 오궁리에 머물면서 조각 작품을 제작, 세계 조각의 면면을 보여주게 된다.
U대회의 성곡적 개최를 기원하고 예향 전북의 위상과 전북 미술문화의 세계화를 목표로 치러지는 이번 행사는 소요경비만도 2억여원이 넘게 잡혀있는 대규모 문화행사이다.
7월 5일 오궁리의 운동장에서 국제 조각심포지엄의 개막식이 치러졌다. 운동장 한켠에 나라별로 작업장을 구분지어 놓고 거대한 원석들이 군데 군데 놓여져 있는 가운데 진행된 개막식은 막대한 진행비와 행사의 규모에 걸맞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대규모 미술축제 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미술인들의 참여도 미흡했거니와 국제조각 심포지엄의 특징을 살리는 기획도 부족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였다. 이날 개막식은 전북미술문화센타 회장 김한창 씨의 개회사와 유종근 도지사 이형노 임실군수의 축사에 이어 외국작가대표의 답사와, 공연으로 이어졌다.
‘성공적인 U대회’ ‘전북을 세계속에’라는 슬로건 아래 치러지는 이번 심포지엄은 외국작가들을 초청 국제행사를 유치함으로써 전북도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자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러한 기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들도 튀어나오고 잇다. 전북을 세계속에 알려낼 생각이라면 국내의 역량있는 조각가들을 중심으로 외국작가들을 초청, 내실을 기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았겠느냐는 의견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미 막은 올랐다. 따라서 남은 일은 도민과 미술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국제조각 심포지엄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관심을 보내는 일일 것이다. 이번 조각 심포지엄이 끝난후 각 작품들은 40여점이 사선대 조각공원에집중 배치되며 10여점은 도내의 상징적인 장소에 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