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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6 | [매체엿보기]
어린이를 위한 음반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 (ERATO, 1994년판)
글/문윤걸 전북대 강사·사회학 (2004-02-12 11:31:00)
유아기의 어린아이들은 소리에 참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린아이들이 그 소리를 듣고 무엇을 생각해내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이 소리를 통해서 자신의 상상력을 키워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어떤 소리를 아이에게 들려줄까, 아 소리에 아이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살피는 것이 요즘 내게 새롭게 추가된 일거리중 하나이다. 우리는 일상의 삶 속에서 무수히 많은 소리를 접하면서 살아간다. 그 소리들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과 의미 없는 것으로 구분되지만 의미 없다고 해서 그 소리를 안들을 수 있는 자율권은 우리에게 주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그것이 아무리 의미 없는 소리라 하더라도 강제적으로 들어야만 하는 경우를 무수히 경험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소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해 주고 우리는 그 의미를 이해함으로써 사고의 영역을 확대해 간다. 이처럼 물리적인 소리의 정신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음악은 의미를 소리로 바꾸고 그것을 다시 의미로 변환시키는 매개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음악의 소리를 의미로 전환해서 이해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냐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서양음악의 경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게 만든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서양음악들이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과는 달리 <피터와 늑대> 는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으로 동화를 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약 23분 정도 연주되는 이 음악은 우선 각 악기가 어떤 동물을 상징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프로코피에프는 아주 친절하게도 장면 장면들을 해설자가 음악 도중에 설명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그래서 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 해설자 역할을 맡고 있다. 숀 코네리 같은 영화배우는 물론, 지휘자가 직접 해설하는 음반들도 많다. 우리말로 된 해설은 금난새와 조수미 음반이 있다). 그리고 각 동물들의 움직임을 아주 적절하게 묘사함으로써 동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금새 알아차리게 한다. 이 동화는 유명한 동화 작가가 쓴 것은 아니며 프로코피에프가 직접 쓴 것이라 좀 생소하기는 하나 이번에 소개하는 음반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조수미가 장면 장면들을 구연 동화처럼 이야기하고 있어 동화의 내용은 물론 악기의 표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음반의 또 하나의 장점은 <피터와 늑대>외에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가 같이 수록되어 있어 악기로 표현하는 동물들의 움직임을 하나의 음반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음반은 어린이들에게 많은 흥미를 줄 것으로 믿는다. 요즘 아이들 중 악기 하나쯤 배우러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보기 힘들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부모의 강압적인 음악교육이 아이들에게 음악을 숙제나 과제처럼 여기게 해서 오히려 음악을 지겨운 것으로 여기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관심을 갖게 하고 또 그것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때 아이의 음악적 재능도 향상될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의 움직임은 음악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음반은 어린이들에게 음악이란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재미있고 친숙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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