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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6 | [문화저널]
생활 속의 소비자문제 의료사고의 가장 효율적 방법은 합의와 중재 의료사고 문제
글/김보금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주지부 총무 (2004-02-12 11:27:56)
결혼하여 첫 아이를 날 때 양수가 미리 터져 고생을 했었다. 이때 친정 어머니께서는 옛날에는 아이 낳다 죽기도 해서 방문 밖에 벗어 놓은 고무신을 한번 더 보고 아이를 낳으러 갔다면서 그 정도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나를 달래 주시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앞으로 절대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 다짐하면서 다시 아이를 낳는 것은 흔히들 여자들이 지독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죽음까지도 상상할 수 있는 아이 낳는 과정에서 그것을 담당해야 하는 의사는 얼마나 힘이 들고 또 산모는 의료 시설이 좋다 한들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의술은 흔히 인술(仁術)이라 했다. 이는 환자를 돕는 인간애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 혜택의 일반화와 새로운 기술, 새로운 기계, 새로운 약의 개발에 따른 환자의 과잉 기대, 의사의 윤리 의식의 저하, 환자의 권리 의식의 신장 등으로 의료 분쟁이 갈수록 증가하고 복잡해지는 상황이다. 정 모씨는 42세이다. 한참 일할 나이로 퇴근 후에 직장 동료들과 한 잔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일어 주먹이 오고가다 목을 다쳐 4년 전 병원에서 치료를 했다. 그러나 그 증세가 낫지 않아 결국 목 디스크로 발전하여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 종합병원에서 2백여 만원의 치료비로 수술까지 받고 2주만에 퇴원했지만 수술 4개월이 지난 지금 상상도 못했던 장애가 나타났다. 오른쪽 손발을 사용할 수 없고 왼쪽은 감각이 없어 완전히 반신불수 신세가 된 것이다. 이후 다니던 직장에서는 장애로 퇴직을 당하고 부인이 파출부로 근근히 먹고살았다. 아직 젊은 나이에 일도 할 수 없어 수술한 병원에 찾아가 항의도 했지만 본인이 계속해서 운동으로 풀어야만 된다는 것이고 담당 의사도 처음에는 개업하여 나갔다 했으나 확인 결과 그 병원에 그대로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병원 측에서 골반 뼈를 목에 이식하는 과정에서 신경을 건드린 것 같다는 설명 이외에는 대책이 없자 우리 단체를 찾아 온 사례이다. 의료사고에서 첫 번째 문제가 되는 상황은 설명 의무이다. 우선 의사는 진료상의 설명 의무와 환자의 자기 결정을 위한 병명과 질병의 현상을 설명하여야 한다. 도한 의사는 경과 설명으로 환자에게 다양한 여러 가지의 치료 가능성이 고려되는 장단점을 설명하여야 한다. 또한 의료 행위가 의학상 인정된 일반적 원칙에 따라서 실시된다 하여도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일시적 또는 계속적 부수효과(부작용)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바로 이 환자를 추후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병원 측에 문제제기를 하자 설명을 했다는 이야기로 현재 진행중이다. 현재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법으로 소송하는 방법과 자치단체에 운영하는 분쟁조정기구 이용, 또한 같은 민간단체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상담이나 조정 등을 통한 건설적인 방법보다는 상당수는 병원에 찾아가 무력으로 소동을 부리거나 시위하는 방법 등으로 처리하고 있다. 우리 단체에 올해 들어 접수된 의료사고나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4월까지 35건에 달한다. 이를 다시 분류하면 산부인과 7건, 치과 6건, 정형외과 3건 그 외 각 진료과목별로 2건에서 1건 정도씩 접수되었다. 어느 날 우리 사무실에 20대 청년이 찾아왔는데 밑도 끝도 없이 가슴에서 칼을 내놓으며 모 병원의 의사를 죽이겠다며 가기 전에 억울해서 찾아 왔다는 것이다. 약간 정신이 이상 있는 생각할 정도로 놀랐지만 침착하게 상담을 했다. 이유인즉 오른쪽 팔꿈치가 약간 휘어진 형태로 몇 군데 병원을 갔으나 정상으로 돌려놓기에는 어렵다고 했는데 문제의 이 병원에서는 가능하다 해서 수술을 받았다. 이 청년은 경찰 공무원이 되기 위해 시험을 준비중으로 팔만 정상으로 되면 경찰이 되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수술 후에 정상보다는 오히려 팔을 올리고 내리는 데 통증까지 더 오는 더 큰 장애가 왔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환자는 모든 일상생활을 포기할 정도로 거칠어지고 병원에 찾아가 항의도 하고 심지어는 밤새 편지를 써서 서면으로까지 항의까지 했다. 결국 아무런 답변이 없자 죽이겠다며 나타난 것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환자나 담당의사는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이해가 간다. 잘못하면 더 나쁜 상황까지 몰고 갈 수 있어 그 분야의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원로 의사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진단을 받았다. 이런 분쟁에 끼고 싶지 않다는 그분을 설득하여 진단을 해본 결과 의사의 수술에 문제가 있고 다시 재수술이 필요하다는 조언에 그 병원에 미리 전화를 하고 환자와 찾아갔지만 그 의사는 대뜸 나에게 돈을 얼마나 뜯으러 왔느냐는 답변이었다. 정말 화가 나서 어쩔 수 없이 큰소리를 치며 언성을 높였고 그날은 내 스스로 화가 나 울고 나왔다. 결국 이 건은 끈질긴 설득과 상담으로 의사로부터 잘못했다는 사과와 환자가 원하는 보상을 합의하고 처리했지만 의사와 환자가 서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결국 환자 의사 모두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생각이다. 통계에 의하면 의료사고의 가장 효율적 해결 방법은 법적인 해결보다는 합의나 중재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 지역 역시 도 보건과에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만 실적이 전무한 상태이고 아직 전문적 지식도 없는 우리 단체는 단 3개월만에 30여건을 접수받아 처리하는데 힘이 들고 있다. 이는 이들 단체를 통한 중재를 원하는 것으로 우리 단체에서는 빠른 시일 안에 의료사고 불만 창구를 정식으로 개설할 문제인데 문제는 같이 동참할 의료진을 찾는데 힘이 든다. 그래도 조언을 해주고 일처리 순서를 도와주는 우리 지역의 의료진 몇 분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옛말에 송사 10년에 집안 망한다는 속담도 있듯이 송사보다 중재를 통해 의료사고가 처리되기를 바란다. 히포트라테스의 선서 중 제9항 “인간 생명을 수태된 때부터 더없이 존중하겠노라”를 지키는 의사와 의사의 진료를 신뢰하는 환자가 함께 할 때 더욱 건강한 세상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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