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6.6 | [문화저널]
한·약 분쟁, 산더미같은 과제
글/정영원 완산보건소 소장 (2004-02-12 11:18:55)
요즈음 한의사들과 약사들의 주장이 매우 거칠게 표현되고 있으며, 언론은 거의 매일 이를 전국민들에게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여 세세하게 전달하고 있다. 서로의 주장은 누가 어떻게 한약을 다루어야 하는가 하는 것으로 아직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 극한 표현까지 하고 있는데, 얼마 전 많은 약국이 휴업을 하게 되었으며 보건소마저 문을 닫아 응급 환자나 약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분쟁의 맛을 더 나게 하는 영상 매체를 통한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을 위해 좀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고를 가져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말하자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자로 개입된 사람과, 이들 상황을 남들에게 알리는 사람들, 그리고 관계가 있으면서도 방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이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분쟁의 원인이나 내용을 드러내기 보다 오히려 그 분쟁 해결의 절차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한약을 누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문제는 사람들의 가치나 여론에 따라, 즉 손을 들어 다수결로 결정한 문제이기 보다 전문가들에 의해 산수 문제를 풀 듯이 그렇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하나 더하기 하나의 답을 손을 들어 많은 쪽이 옳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들은 이러한 문제를 푸는 공식, 즉 의료법을 포함한 법체계나 그 자격을 만들어 주는 과정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이 그저 다투고 있는 당사자의 감정과 그를 보는 국민의 감정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국민 건강을 돌보는 사람들을 국민이 불신하게 만들 뿐 국민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며 분쟁의 해결에 혼돈만을 가져다 줄 뿐이다. 이러한 현실의 모습은 앞으로 의·약 분업이라는 더 큰 과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의료 관계인들의 지금과 같은 수수방관이나, 적절치 못한 정부의 해결책, 그리고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언론의 보도는 국민 건강을 보장해야 할 국가제도가 더 큰 소용돌이를 초래하지 않을까 싶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