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5 | [문화저널]
설마!
글/최재호 자유기고가
(2004-02-12 11:16:50)
전화줄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상당히 다급했다. “저 키보드가 이상해요! 어떤 키가 없어요.” 아니 키보드가 불량이란 말인가? “제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어떤 키를 누르라고 하는데 그 키가 없어요” “어떤 키가 없어요?” 혹시나 싶었지만 아마도 생산 과정에서 불량 키보드가 섞여든 것 같았다. . “press any key라고 나오는데 any key가 어디에 있나요?” “그.... 그냥 아무 키나 마음에 드시는 데로 누르세요”
플로피 디스켓으로 프로그램을 설치하던 한 고객이있었다. 그 고객은 플로피 디스켓이 이상하다며 항의해 왔다. “도대체 2번째 디스켓을 넣으라고 해서 2번째 디스켓을 넣어도 계속 2번째 디스켓을 넣으라고만 나와요” 그 플로피 디스켓을 검사해보니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정말 2번째 디스켓을 넣으셨어요” “그럼요! 이 디스켓을 넣었어요.” 정말 이상했다. 혹시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있나 하고 검사를 해 보아도 이상이 없었고, 심지어 플로피 드라이브를 검사해 보았지만 이상이 없었다. “이리 줘 보세요. 자 이렇게 1번 디스켓을 넣고 install.exe를 실행하면 1번 디스켓을 하드에 쓴 다음에 2번을 넣으라고 나오잖아요” 답답한 듯 그 고객이 나를 밀치며 2번 드스켓을 넣고 있었다. 아......아.......1번 디스켓을 플로피 드라이브에서 빼지도 않고 2번 디스켓을 밀어넣으며 그 고객은 투덜댔다. “어떻게 11장을 다 넣지?”
학원에서 포맷 명령어를 배우던 중 한 학생, 손을 들며 말한다. “선생님 format하고 드라이브 명을 넣으면 되나요?” “예. 맞습니다.”가르치는 보람을 느낀다는 듯 그 강사는 흡족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하고 있는데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이 그건 2D디스켓을 2HD로 포맷하면 그렇게 됩니다. 잘못 포맷한 거죠” 자 다음은 COPY명령어를 배우자고 말하려는 순간 그 학생이 다시 손을 들었다. “선생님 아직도 해요” 이상한 생각에 그 학생의 컴퓨터로 다가간 순간, 매정한 도스는 하드 디스크를 깨끗하게 포맷했다는 메시지를 내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