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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5 | [특집]
예방적 가족복지정책이 시급하다
글/윤성호 익산 인화동사무소 사회복지전문위원 (2004-02-12 11:14:30)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부모, 자녀,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도움이 항상 적절하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부모의 부적절한 양육이나 고통받는 어린이, 자녀의 예상치 못한 이상 행동이나 비행으로 어쩔 줄 모르는 부모, 성격 차이 등으로 갈등을 겪는 부부, 자식이 부양 능력이 없거나 외면해 버려 빈곤과 질병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노인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위험한 가정’을 통해서 학대받는 아동, 소년 소녀 가장, 청소년의 가출이나 비행, 배우자의 외도, 학대(주벽, 구타), 가출, 이혼, 노부모를 버리는 현대판 고려장 등의 사회문제가 분출되고 있다. 가족간에 그리고 가족 때문에 발생하는 이 심각한 일들을 우리들은 후기 산업사회에서 대두되는 사회문제라고 진단하고 가정의 화목과 경로효친사상의 양양 등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그 해결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가족 문제는 날로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데다가 여러 가지 문제가 중복되어 그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자칫 개입시기를 놓쳐 더 심각해지고 회복이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많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가족 문제의 양상을 살펴보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아봄으로써 우리 나라 가족 정책의 방향을 생가해 보기로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어머니는 남편의 구타와 생활고를 피해 가출하고 아버지는 2년 전에 알콜리즘과 간경화로 사망해 소년소녀가장가족이 된 중학교 1하가년, 초등학교 5학년인 형제를 만났다. 그들을 처음 찾아갔을 때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살던 쓰러져 가는 낡은 집 단칸방에는 때절은 이불, 밥상과 김치통, 책가방, 라면봉지 등이 아무렇게나 뒹글고 있었고 아이들 역시 더럽고 주눅들어 있었다.며칠 뒤 그들은 친구들과 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잡혀 경찰에 붙들려 갔고 보호 관찰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한 달도 못되어 야시장에서 옷가지를 훔치다 잡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가 한 달 뒤 재판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옷가게 주인에게 잡혀 경찰에 넘겨지고 다시 소년원에 들어가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이 아이에게는 보호자가 없었다. 이 말은 아이의 편에 서서 아이의 입장을 옹호하고 그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대변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담임 선생님조차도 그를 보호하고 선도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꺼려했다.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소년원에 보내지고 형제는 다시 한번 가족 해체의 고통을 격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가출한 뒤 폭음을 일삼는 아버지의 구타와 굶주림 속에서 살아온 그들은 가게에서 수박을 훔치고, 이웃집에 들어가 장롱을 뒤지고, 공중전화기를 뜯어내서라도 허기를 면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고 따뜻한 관심과 배려보다 차가운 비난과 가혹한 처벌만을 받았을 뿐이다. 한 번쯤 관심을 갖고 친절을 베풀어준 고마운 분들은 그들이 변화될 때까지 참고 기다리지 못했다. 그들이 비행을 저지를 때 그들을 돕던 사람들은 실망했고 어렵게 형성된 친밀한 관계는 쉽게 무너져 버렸는데 이것이 아이들에게 또 다시 악영향을 미쳤다. 이미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아버지에게도 정을 느끼지못한 아이들에게 또다시 버림받았다는 좌절과 앞으로도 계속 버림받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심어 주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욕구 충족이 안되고 정서적 지지르 받지 못한 아이들은 지난 2년 동안 우울증에 빠져 병원 치료를 받기도 하고 오토바이를 타다 교통사고가 나 크게 다치기도했는데 둘다 학교를 그만두고 음식점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금도 이런저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행을 저지르지 않고 나름대로 자기 생활에 만족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두 아이의 사례는 어머니의 가출과 아버지의 사망을 통해 해체되어 가는 가정 속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아이들이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아이들이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동안 적절하고 체계적인 개입이 신속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못했던 점이 아쉽다. 얼마 전에 당뇨와 치매증을 앓고 있는 칠순의 노모를 트럭에 싣고 다니다 인적이 드문 길가에 버리고 달아난 사십대 남자가 경찰에 붙들렸다는 기사가 신문에 났었다. 그는 이미 세 번이나 어머니를 버렸었다고 하는데 지난해부터 슈퍼마켓 경영이 악화돼 생활고를 겪은 데다가 부인마저 가출해 버려 어머니를 돌볼 수 없었다고 한다. 생각건데 사업 실패로 인한 생활고와 부인의 가출로 심리적 안정이 깨져 버렸을 것이며 가사와 자녀양육 부담으로 자포자기에 빠졌을 것이다. 이런 형편에서 그는 당뇨와 치매로 24시간 돌보지 않으면 안되는 노모를 감당할 능력이 없었을 것이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불행히도 그는 어머니를 내다버렸다. 그는 자신의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하고 최악의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어딘가에 어려움을 호소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어머니를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를 구속하여 처벌했을 때 노모와 아이들은 누가 돌볼 것인지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출근길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힘없이 웃으면서 나를 반갑는 아주머니가 있다. 그녀는 쉰이 조금 넘었는데 재혼한 남편과 중학생인 달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의남편은 알콜중독이 심해 일은 하지 않고 술만 마셔대는데 부인을 마구 때리기 일쑤이다. 지난 겨울에 그녀는 다른 동네에 방을 얻어 숨어 살았으나 딸의 학교로 쫒아온 남편에게 이끌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가출한 것은 순전히 딸 때문이었다. 사춘기에 들어선 딸 앞에서 매맞고 있는 것은 죽기보다도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지내고있다. 내일 아침에 또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정 방문을 나가 그녀의 남편에게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는 것을 권하는 것이다. 그는 치료를 거부하고 장황하게 변명을 늘언좋기 일쑤이다. 학대받는 여성을 위한 긴급피난처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직 전라북도에는 한 곳도 없다. 앞에서 살펴본 세 각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에게 닥친 어려운 문제에 대처할 능력이나 자원이 없을 경우 당사자는 심각한 고통을 감내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때 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한 사회적 의존 즉, 사회복지에의 욕구가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사회복지 정책은 예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소년소녀가장, 모자가정, 부자가정, 독거노인 등에 대한 사후관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그러한 욕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요보호대상자를 계속 발생시키는 실정이다. 민간기관 또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관과 시설들이 많이 늘어가고 있지만 가족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사회적 자원이 빈약하다. 가족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정서적 연대를 튼실하게 해 줄 접근과 이용이 손쉬운 사회적 자원의 확충이 절실하다. 환경과 가치관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오늘날 가족의 복지는 이제 어떤 특정계층이나 집단만의 문제게 아니라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가족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누구든지 그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예방적인 가족복지정책을 수립하여야 할것이다. 그것이 바로 삶의 질을 세계화시키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해야 할 일이다. 윤성호/1966년 전주 출생 전북대학교에서 행정학■사회복지학을 전공하였다. 익산시 인화동사무소에서 사회복지 전문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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