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6.5 | [문화저널]
이 땅의 절반, 여성으로 살아가기
글/김미경 환경을 지키는 여성들의 모임 회장 (2004-02-12 11:06:12)
88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결혼을 했다. 결혼은 사회적■경제적인 독립을 하지 못했던 나에게 많은 문제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여성을 가진 여성이므로 모름지기 남녀는 동등한 인격을 가진 주체로서 합리적인 삶을 추구하며 자유로운 삶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합리적’이란 과연 무엇이었던가? 아주 평범한 여자들이 하는 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느라 허리 한번 펼 날이 없는 대다수 여자들의 삶을 거부하며 개인주의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후 나는 이혼병에 걸렸다. 이혼만 하면 현실의 삶에서 빠져나가 자유롭게 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련은 너무나 무서웠다. 그래서 차선택으로 삶은 명쾌하게 정리되기 어려운 문제로 결론짓고, 살아가면서 해결하기로 마음먹고 임신과 출산을 통해 부부간의 새로운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더욱더 증폭되어 갈 뿐이다. 한구 경제의 파행적 구조 때문에 남편의 사업은 파산을 당했고 ‘여성 노동력의 사회화’구조 속에서도 나는 경제 능력을 획득하지 못한 실업자 군단에 끼어들었다. 젊은 여성이 꿈꾸던 합리적인 사고는 인간적 좌절과 분노로 심지어내 시대에 여성 해방은 물론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성공은 자리 매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으니까 마음의 상처는 뼛속까지 병들게 했다. 서른살의 민주적인 소양을 가지고 건전하게 살아가려는 성공한 여성들의 투쟁 가정은 실로 눈물겹다. 성공한 여성들의 대담 또는 책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때 새삼 깨닫는다. 그들이 사회적 안일과 개인주의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들과의경쟁의 벽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 우물을 10년 동안 눈물 흘리며 파내려 갔던 그 끈기와 열정에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아직도 현실의 우리 여성들의 문화적 수준은 일천하다. 성이 상품화된 시대의 질곡으로부터 억압받고 있으며 봉건적이고 타락한 정치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 소외되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땅의 절반인 여성들은 진정 무엇으로 사는가? 그들 삶의 가치 실현은 어떻ㅅ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우선 첫째로 정치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정치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10%도 못 미치는 여성의원수는 정치의 후진성을 말해 준다. 선거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획득해 나가는 정치 학교다. 그러나 1조원이 넘는 돈이 이번 선거에 뿌려져 금리선거로 타락했으며 맏며느리론을 들고나온 모 정당은 여성들의 표를 봉건적 질서를 재편하는데 아전인수 격으로 사용했다. 남성들의 봉건적 정치 이념도 문제이지만 여성들의 책임도 크다. 정치는 고도의 관계구조이기 때문에 그 간교함을 피부로 느끼기도 어려운 점이있지만 그럴수록 여성들이 깨어나 의식의 전환을 해야한다. 둘째로 경제 문제에 대한 관심을 통해 자주적인 인간으로 변화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대다수 여성들이 한국 사회 경제토대 뿐 아니라 현실경제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노동에대한 존귀함과 당당함을 인식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취업 여성들조차도 자신으 노동의 대가라기 보다는 경영주에 대해 비경제적 태도와 관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근무 환경이나 임금 구조에 대해 온정적인 사고를 할 뿐 아니라 보다 나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저해되는 역할을 자초하고 있다. 여성의 복지는 누가 향상시켜 주지 않는다. 삶의 질은 돈 몇 푼으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 누려야 할 온전한 삶을 추구할 때만이 가능하다. 살펴보건데 요즈음 전업 주부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전업 주부론을 제창한 여성 운동가들은 여성의 경제적 노동력에 대해서만 접근했지 여성들의 경제적 관점에서 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업 주부의 경제적 노동력을 회화시키고 말했다. 우리 여성들의 가사노동은 남편인 가족경제의 경영주로부터 받은 대가라는 말은 말도 안될 뿐만 아니라이 시대 누가 남편에게 봉급받아 자신의 지위를 향상했는가? 또한 사회적으로 여성의 가사노동을 상품화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사회구조 속에서 가정이 소비와 생산의 일차적 구조이기는 하지만 가사노동이 어찌 상품으로 화할 수있다는 말인가. 이는 여성 노동의 사회화를 촉진시키지 못하는 한계적 구조 속에서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당근 논리일 뿐이다. 여성 노동력이 사회적 생산 구조의 토대를 마련하는 문제와 그것으로부터 가사노동이 사회화되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차이점을 갖는다. 가사노동은 공히 가정 내부 구성원들과 사회적 서비스의 향상으로 자주적으로 해결될 때만이 가장 건강하게 해결된다. 셋째로는 여성의 사회적 문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 30~40대 이후의 여성들에게 계방(?)이라는 특유의 문화가 있다. 시어머니는 그 모임만 다녀오시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신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고 비싼 메이커 옷을 몇 퍼센트 세일해서 샀는데 좋더라. 누구집 며느리는 혼수를 얼마나 잘해 왔는가 등이 이야기의 주종을 이룬다는 점이다. 우리 젊은 여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성들이 그런 모임에서나마 자신의 한과 삶을 이야기할 수있다는 점도 고려되기는 한다. 그렇지만 우리 여성들이 쓸데없는 수다로 자신의 가치를 고려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경제의 문제, 자녀 교육의 심각성을 토로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볼 뿐 아니라 부부간 문제의 웍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자리로 바꿔져야 한다. 또는 고립되어 소외감을 느끼는 여성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인간관계가 없는 여성들은 삶의 무게를 감당하는데 너무 힘들다. 여성의 사회적 연대는 자신을 주체적인 인간으로 형성하는 기초가 된다. 봉사단체, 사회제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환경, 교육 문화단체에 스스로 참여하자. 진보된 사회의 혜택을 누린 만큼 우리 사회를 진보시키고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넷째 억압되고 잘못된 성문화 수준은 비판되어야 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요즈음 제기되는 가정의 문제는 이혼, 성폭력, 청소년의 성문제 등으로 위험 수위를 넘어서 사회의 병리로까지 파급되었다. 남편의 외도, 부인의 고독감으로부터 오는 인간성 파괴는 남의 일이 아닐 뿐 아니라 미혼 여성들의 잘못된 성의식은 낙태, 미혼모의 증가를 증폭시키고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성(sex)은 생명, 사랑, 쾌락의 합일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생명 의식이 없으면 동물과 다르지 않고 사랑이 없으면 인간성 파괴자가 되며 쾌락이 없으면 사형 선고 받은 범죄자가 된다. 건강한 가정의 가치관을 확립하지 못해 방종 하는 젊은 남녀 그리고 중년의 위기를 실감하는 부부, 이제 성(sex)은 사회적 개념으로 폭 넓게 토론되어야 하며 파괴되어 가는 가정으로부터 안식할 수 있는 가정으로 거듭나야 한다. 가정은 원초적 낙원이 되어야 한다. 결혼은 동등한 인격체의 적합하고 아름다운 결합이다. 여성들의 성은 ‘피동적인 제공’ ‘바쳐지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동등하게 사랑하며 생명을 준비하는 고급한 인격체로 성숙한 성의식을 가져야 한다. 남성의 잘못된 성의식으로부터 피해자가 되지않기 위해서라도 자산의 성교육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성은 인간관계의 총체로 꽃피워지는 것이다. 성이 의존적이면 모든 삶의 여정이 의존적일 수 밖에 없다. 아직 미숙하기는 하지만 한 해 두해 삶을 살아가면서 여성들에 대한 애정은 더욱더 진하게 내 가슴에 파고든다. 우리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존귀하고 장엄한 서사인줄 왜 몰랐을까? 김미경 / 64년에 태어났다. 한신대학 신학과를 졸업했으며 ‘환경을 지키는 여성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다. 요즘 우석어린이집 교사일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고. ‘여성이 행복해 지는 것’이 가장 큰 바램이라고 한다.
목록